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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부부
  글·김종철 (충남의대 진단방사선과 교수. 뉴 셀프 상담연구원 신실회 대표. 늘사랑교회. ㅣ E-mail : )
온갖 질병의 진단(과 치료 혹은 예방)에 관련된 일을 매일 하고 있는 영상의학과 의사 중의 한 사람인 나로서는, 날이 갈수록 인체 영상만 가지고는 질병의 진단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최첨단을 걷는 최고급 영상 진단 장비를 사용하고 가장 업데이트 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인체의 내부를 간접적으로 그려내는 육안적[현미경적인 아닌] 영상만으로는 복잡한 인체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은 유독 한국에 있는 의사인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만든 의료 기기와 장비의 제한점, 나아가서는 인간 두뇌 혹은 인간 자체의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원초적이요 철학적인 문제로까지 그 원인이 확장되는 것이다.

고가의 최신식 영상 검사 장비를 모두 동원해서도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내리는 진단이 어렵다면, 도대체 의사들은 어떻게 질병을 진단하는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질병의 진단은 인체의 각종 영상 진단, 그 환자의 각종 임상 증상(symptom)과 증세(sign), 체온, 맥박 및 혈압, 진단 검사 의학적인 각종 채취물(혈액, 소변, 뇌척수액, 타액, 눈물, 땀, 대변 등)의 검사 결과, 각과에 특유한 검사(예를 들어 심전도, 근전도, 경동맥 도플러 검사, 뇌파 검사, 안압 측정, 시력이나 청력 검사, 폐 기능 검사, 운동 부하 검사, 기관지/후두/위/종격동/관절/직장/방광/요도 등을 직접 들여다보는 각종 내시경 검사 등등), 의사의 종합적인 진찰 결과, 조직 검사 결과 등을 통합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 증상과 관찰되는 임상 증세에 대한 전문의사의 세밀한 평가 없이는 질환의 진단이 그릇될 확률이 많아지기도 한다.

마찬가지 원리도 어떤 부부 사이의 관계가 친밀하고 화목하며 다정한 단계가 아니라 불편하고 짜증스럽고 껄끄럽고 모난 관계라는 것을 판별하는 것도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신체적인 질병도 환자 본인이 느끼는 불편이나 고통이 어지간하게 심해지지 않고서는 의사를 찾아와 진찰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더구나, 어떤 부부(혹은 배우자 중 한 쪽이)가 자기들의 문제를 인식하여 정신과 의사, 전문 상담가, 가족 치유 전문가, 상담 심리학자 등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 역시 적은 게 우리네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체면이 중시되는 사회 풍조 속에서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자기 부부만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자기 부부의 문제를 쉬쉬하면서 덮고 숨기는 동안에 그런 가정이 파탄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니, 이런 부부들을 도울 일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부부 문제를 진단한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긴 하지만, 부부 관계가 악화되는 증상 중의 하나가 부부 사이에 성관계가 뜸해지거나 거의 혹은 아예 없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로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보통 남편들의 경우, 대개 시각적인 충동을 받아 성욕이 발동되면 자신의 처지나 상황 혹은 상대방의 의사나 형편에 관계없이 성행위를 감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통상적인 남편과는 달리, 대부분의 지극히 정상적인 아내들은 남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경우 성관계를 할 수가 없거나 하고 싶지가 않아 성행위를 거부 혹은 회피하게 되는 것이 통례이다.

남편과의 의견 충돌 혹은 다툼으로 인해 남편에 대한 아내의 감정이 나빠지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남편을 점점 더 신뢰할 수 없게 되면, 대부분의 아내에 있어서는 자기 남편과의 성행위에 대한 욕구가 없어지고, 남편을 향한 마음도 닫혀 버리고 몸도 반응하지 않아 성행위 자체를 기피하거나 잊어버리게 된다.
이런 여성 심리를 제대로 아는 남편들이 너무 적은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어떻게 저렇게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폭군 남편하고 잠자리를 같이 해요?”, “쳐다보기도 싫고 옆에 있기조차 닭살이 오르는데, 어떻게 그 남자에게 내 몸을 맡겨요?”, “하나도 재미없고 끔찍하기만 한 성관계를 어떻게 다시 시도하란 말이에요?”, “(외도하는) 남편의 마음을 도로 잡기 위해 목욕하고 치장하고 향수를 뿌리고 잠자리에 들라는 것은, 마치 나더러 창녀가 되라는 말과 다름없어요.

나는 뭐 자존심도 없는 줄 알아요? 차라리 헤어지고 말지.”, “이렇게 날 비참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아무리 남자라곤 하지만 어떻게 성욕이 동할 수가 있어요? 그런 주제에 남자라고 나한테 마구 달려들다니,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요?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요 늑대가 아닌가요?”라는 등의 말을, 남편과 사이가 틀어진 아내들이 자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남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부부가 서로 ‘웬수’가 되어 아내가 잠자리를 자주 거절하고 기피하게 되면, 그 남편은 더욱더 자기 아내가 싫어져서 자꾸 밖으로 나돌다가 나중에는 아예 집에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집 밖이나 직장에서 접하는 여자들은 멋을 낼 줄 알고 변화를 추구하고 섹시하며 나에게 한 마디 불평이나 잔소리도 하지 않고 깍듯이 나를 대하며 편하게 해주는데, 내가 뭐 답답하다고 날 싫어하는 아내가 있는 집구석에 기어 들어가 그 싸늘한 눈초리와 빈정거리는 입술을 대해야 하나? 여편네가 정성 없이 만들어 보기조차 싫은 밥을 내가 꾸역꾸역 먹어야 할 필요가 어디 있나.”라고 생각하며 밖으로 돌기 십상인 게 남편이라는 사실을 아는 아내들도 많지 않은 것 같다.

거리에 즐비한 ‘인조[人造) 성형 미인’들에게서 시각적인 자극을 받아 그나마 그 여인들에게로 향하는 성욕을 절제하고 집에 들어가서 아내의 몸을 안고 살맛을 느끼고 싶어도, 아예 그런 꿈도 꾸지 말라는 듯한 표정의 아내를 쳐다보고는 성욕이 깡그리 사라지는 처참함을 맛보는 게 불편한 부부 관계에 있는 남편이기도 하다.

“네가 아니면 이 세상에 뭐 여자가 없는 줄 아냐? 밖으로 한 발 내딛기만 해도 같이 즐기자고 유혹하는 쭉 빠진 여자들이 줄을 서서 날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왜 자존심 상하게 너로부터 거절을 당해야만 하냐? 난 바보가 아니야. 너 아니라도 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유능한 남자란 말야.”라고 문을 꽝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채팅에 몰두하거나 포르노 사이트를 섭렵할 지도 모른다. 이런 게 바로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결혼하여 그렇게 오랫동안 살을 섞으며 살아왔어도 아직도 남녀 차이를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 부부의 비극인 것이다.

결혼 연한 수십 년인데도 아직도 자기 배우자의 살맛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꽤나 점잖은 사람이 왜 ‘살맛’이라는 저속한 단어를 사용하는가 하고 눈살을 찌푸리고 상을 찡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자체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같이 늙어갈수록 남편의 살맛, 아내의 살맛을 제대로 또 그윽하게 음미할 줄 아는 부부야말로 모든 것을 함께 할 줄 아는 원숙한 부부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그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적반하장 격으로 ‘자기 배우자만의 살맛을 아는 부부’를 비난해대니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자기 배우자 특유의 살맛을 자기만이 알고 즐길 줄 알아야 정말 살맛이 날 텐데 말이다. 서로의 살맛을 자기 부부만의 것으로 신비롭게 느끼고 아름답게 유지하며 향기롭게 가꾸어 갈 줄 아는 부부야말로 이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자기 남편이나 아내의 살맛만을 알아가기에도 짧은 인생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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