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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보다 좋은 가정을
  글·김종철 (충남의대 진단방사선과 교수. 뉴 셀프 상담연구원 신실회 대표. 늘사랑교회. ㅣ E-mail : )
행정 수도 후보지의 인접 지역에는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건물과 토지 가격이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지역에 투기를 하여 프리미엄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열기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역부족인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국내 대 기업 중 몇몇은 주식보다 부동산 보유액이 더 많기도 하다. 국내 금융과 경제에 불안을 느낀 기업 중에는 외국 바이어들을 이용해서 불법으로 홍콩의 은행에 비자금을 유치하거나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단다.

이렇게 개인이나 기업 할 것 없이 모두 부동산 투자나 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은, 우리 경제나 사회의 불안정 혹은 개개인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한 지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들 좋은 집이나 아파트를 사고 싶어 안달이다.

아직도 자기 명의로 된 집이나 아파트가 없는 무주택자(無住宅者)들에게는 집을 하나 장만한다는 것이 평생 소원이 되기도 한다. 비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집 한 채만 있어도 감지덕지(感之德之)이겠지만, 자기가 꿈꾸어 오던 ‘좋은 집’을 가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이미 주택(그것도 ‘좋은 집’)을 보유하여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더 좋은 집’을 갖겠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또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잠재우기 위한 각종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정작 집이 꼭 필요한 사람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대두된다.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해서 평생 돈을 모아 봐야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 않게 우려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못 낼 화려하고 좋은 집을 소유한 사람들의 가정이 화목하지 못한 나머지 그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좋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집도 없이 힘들게 사는 사람들보다 행복(물론 행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은 채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행운아로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돈 걱정 하지 않고 사는 날이 언젠가 오려나 하고 한숨을 쉴 때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이 세상에는 돈 걱정 없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계 재벌 상위 랭킹에 속하는 대기업의 최대 주주나 CEO라고 해서 돈 걱정을 아예 안 하는 게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급변하는 세계 정세나 경제 동향 및 자금의 흐름에 더욱 더 민감하여 보통 사람들인 우리보다 더 돈 걱정에 빠질 때가 많다고 하니 말이다.

예기치 않던 자금 압박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난국(難局) 의식’ 및 자기 배우자를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궁박한 공황 장애(panic disorder)에 빠져, 스스로 자기 생명을 끊고 마는 최고 경영자에 관한 보도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이를 반증할 것이다.

한 인간이 몸도 지치고 한 가닥 소망조차 끊어지고 목숨마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처절한 고독과 허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더 큰 비극일 것이다.

이 지구상에 있는 66억의 인구 중에 자기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인간이 하나도 없을 때 느끼는 허망(虛妄)은 그 극단적 감정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짐작조차 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 설정한 생사의 갈림길에까지 말없이 동행하여 그로 하여금 사선을 넘어 생명선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있도록 이끄는 유일한 사람이 자기 배우자일 경우에는, 그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런 가정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밤새 피맺힌 소쩍새의 울음을 토하여 이른 아침부터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러나 최후의 인생 전선(戰線)에서 여태껏 살을 섞으며 살아온 배우자마저 이방인으로 느껴진다면, 그들은 ‘부부 공황(couple panic)'이라는 불치병으로 진단을 받은 절망적인 부부일지도 모른다.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은 복합 주상 건물, 아파트, 개인 주택, 전원 주택, 오피스텔 등을 분양 받거나 사서 최고급 인테리어와 최신 가전 제품으로 궁전 못지 않게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꾸며 놓아도, 그 집 주인 부부의 금실이 좋지 않으면 ‘좋은 집’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못할 위기에 처할 경우가 많아진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두메산골의 ‘좋은 가정’이 대도시의 ‘좋은 집’보다 훨씬 더 값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좋은 집’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좋은 가정’은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좋은 가정’이라고 판별할 수 있을까. 뭐니 뭐니 해도 ‘좋은 가정’을 이루는 주인공은 남편과 아내일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부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제일 빠른 방법일 것이다. 여러 평가 기준 중에서도 부부의 금실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예민한 온도계가 바로 부부의 성관계일 것이다.

부부의 성행위란 부부 이외의 성행위(성매매, 사이버 혹은 인터넷 섹스, 폰 섹스, 외도, 스와핑, 강간 등)와 달라서, 아무리 남편이 성적 흥분을 느껴 아내에게 돌진해도 평소 생활 속에서 앙금이 쌓인 아내의 마음이 내키지 않아 성행위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게 분명하다. 그러기에 부부 성관계의 양과 질은 그 부부(특히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의 친밀도와 비례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한 사상가이며 변증가인 C. S. Lewis는 ‘좋은 가정’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저서 <관찰된 슬픔(A Grief Observed)> 중에서 “H와 나는 마음껏 사랑을 즐겼다. 그것은 모든 형태, 즉 진지하고 유쾌하며 낭만적이고 현실적이며, 가끔은 뇌우처럼 극적이고 가끔은 그녀의 따스한 슬리퍼를 신은 것처럼 안락하고 부드러운 사랑이었다.

마음과 몸 어디에도 채워지지 않은 틈이라곤 없었다.”라고 자신의 결혼 생활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 있어서 성관계란, 다른 생물과 전혀 다르며 독특하게, 결혼이라는 엄숙한 서약(covenant: 일방적인 파기가 가능한 조건적 계약이 아님) 안에서만 향유 수 있는 특권이요 자유이면서 동시에 배우자 서로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결혼 당사자인 남녀(필자는 동성애 결혼을 찬성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도 개입/간섭할 수 없고, 배우자인 두 사람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성행위가 허락/용인될 수 없는 특유의 배타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부부 성행위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부의 성행위는 자기가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기고 지극히 사랑하는 배우자를 더 깊고 친밀하게 알아가면서, 배우자와 일심동체가 되어, 배우자 안에 숨어 있는 신비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값진 여로(旅路)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도 자세히 모르고 있던
자신을 상대방에게 은밀하게 알리고 드러내면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함께 손잡고 올라갈 수 있는 고산(高山) 등정(登頂)과도 같다. 당사자인 둘만 합의한다면 무궁한 변화와 변이를 추구할 수 있고, 평범/비범, 일상/일탈 및 현실/환상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으며, 왕성한 생명력과 활력, 다양한 감성과 개성, 풍부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이타적인 양보와 섬김을 적용할 수 있는 둘만의 소우주(小宇宙)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집’보다 ‘좋은 가정’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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