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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ved Couple
  글·김종철 (충남의대 진단방사선과 교수. 뉴 셀프 상담연구원 신실회 대표. 늘사랑교회. ㅣ E-mail : )
부부의 잠자리 유형을 연령대에 따라 재미있게 표현한 말을 들으면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20대 부부는 서로 꼭 껴안고 자고,
30대 부부는 서로 마주 보며 옆으로 자고,
40대 부부는 각자 천장을 보면서 누워 자고,
50대 부부는 서로 등을 돌린 채 자고,
60대 부부는 각각 딴 방을 쓰면서 자고,
70대 부부는 자기 배우자가 어디서 자는 지조차 알지도 못한다고 하니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드러내기 힘든 부부의 비밀을 재치 있고 재미있게 묘사하였는지 모른다. 나같이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사람은 이런 우스개 말을 만들어 낸 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래 전에 미국 체재 중 어떤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하다가 아주 인상적인 내용의 문구를 발견한 적이 있어서 잘 메모해 두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그 TV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내용은 다 잊어버렸지만, 그 프로의 처음에 나오는 자막은 그 메모 덕분에 수시로 찾아보아 필요한 경우에 잘 사용하고 있다. 그 자막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Two Totally Different Persons
Two Totally Different Worlds
One Totally Happy Couple


결혼을 하려고 준비하는 청년들이나 이미 결혼한 기혼자들 중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판이하게 다른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다가 서로 끌리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푹 빠져 결혼한 후에는, ‘둘이 하나가 되어’ 완벽한 일심동체를 이루고자 할 것이다.

결혼의 동기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저 편안하고(ease) 부담이 없기 때문에 결혼하려고 하거나 그것 때문에 결혼한 커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너무 편안해서 자주 키스하고 포옹하며 침실에서도 꼭 껴안고 자던 부부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서로 마주 보기가 거북해지고 같이 있기조차 불편해져서(dis + ease = disease) “무늬만 부부” 족(族)이 되어 남남처럼 사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는 우리네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병원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질병’이라는 영어 단어 ‘disease’가 ‘dis’와 ‘ease’로 구성되어 ‘편안하지 않음’ 즉 ‘불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셈이다. 질병에 걸린 환자 치고 불편(을 호소)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뭔가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및 영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 끔찍하게 좋아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서로를 꺼려하고 역겨워하고 싫어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불편하게 되어 ‘질병 상태의 부부 관계’에 빠지게 마련일 것이다.

‘둘이 하나가 되어’ 행복을 가꾸고 만들어 가려던 무지개 빛 꿈은 어느덧 사라져버리고, 어렵게 합쳐졌던 ‘하나가 (이제는 정반대로) 둘이 되어’ 각기 제 갈 길로 가버리는 혐오와 포기의 상태에 도달하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배우자가 어느 방에 있는지 혹은 어느 곳에서 자는지도 모르고, 또 그런 사실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해 극도로 무관심해지면서 각자가 무엇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아예 상관조차 하지 않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야말로 가정을 파괴하는 폭약과 극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서로 꼭 붙어 지내던(cleave) 새신랑과 새댁이 어느새 칼로 쪼개어 가른 것처럼 찢어지고 분열되어(cleave) 원수 보듯이 끔찍하게 여기며 살아가다가, 마침내는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돌아서서 영영 떠나버리는(leave) 현상을 보는 것은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똑 같은 영어 단어인 ‘cleave’가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자칫 잘못 해석하면 180도의 다른 뜻으로 오해 혹은 곡해할 수 있는 것과 흡사한 것이 정작 우리의 부부관계인지도 모르겠다.

‘Cleave’ 란 단어를 영한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cleave1 vi. [cleaved, (고어) clave, clove; ~cleaved] (주의.주장 따위를) 고수[집착]하다(to); 굳게 결합하다
(together); (남에게) 충실히 대하다(to); (고어) 부착[점착(粘着)]하다(to).

cleave2 v. [cleft, cleaved, clove, (고어) clave; cleft, cleaved, cloven]―vt.
①『+목/ +목+부/+목+보/ 목+전+명』쪼개다, 찢다; (둘로) 쪼개어 가르다; 분열시키다; -에 금을 내다, 떼어놓다.
(예) ~it open 그것을 베어 가르다. ~ it in two 그것을 두 동강 내다. ~the water 물을 가르고 나아가다.
② 『~+목/ +목+전+명』 (공기.물 등을) 가르고 나아가다; 헤치고 나가다(one's way).
(예) ~a path through the wilderness 황야에 길을 트다.
③ 『+목+전+명』길을 트다.
(예)~ those boys from the others 그 소년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떼어놓다. ④『+목+전+명』(사람/장소를 -으로부터) 격리하다.
(예) ~down 베어 넘기다. ~ one's way through (the crowd) (군중)을 헤치고 나아가다.―vi. ① 쪼개지다, 찢어지다; 트다; (단체가) 분열하다. ② 헤치고 나아가다.
(예)~ it asunder 그것을 갈기갈기 찢다.


결혼한 부부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고유한 인격까지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또 매일 의무적으로 한 몸을 이루는 게 정상적인 부부관계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Cleave”란 영어 단어의 첫 번째 의미 중에서 “굳게 결합하다(together)”라는 뜻과 동시에 “(남에게) 충실히 대하다(to)”라는 뜻이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부부가 “둘이 한 몸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충실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에게 다른 사람 이상으로 성실히 대하는 자세부터 길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살을 맛 대는 부부’이고 ‘살을 섞는 부부’로서 이미 ‘단맛 쓴맛 다 맛보아 온 사이’라고 해서 서로를 함부로 또 경솔하게 대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부부가 가까워질수록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속살까지 아는’ 관계일수록 각자의 의견과 주장 및 차이점을 서로 인정해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일수록 사랑하는 부부가 진실한 사랑과 존경 속에서 “둘이 한 몸을 이루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패러독스를 맛볼 수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

고온다습(高溫多濕)한 이 여름에, 깨어지고 갈라지는 “cleaved couple”이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신과 영혼이 연합하여 하나가 되는 “cleaved couple”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한평생 같이 살아온 배우자 한 사람조차 사랑하고 용서하지 못하여 그(녀)로부터 외면 받고 산다면 얼마나 서럽겠는가. 나이 들수록 서로를 더 아끼면서 “High Tech”보다 “High Touch”를 생활화할 수 있는 멋진 부부를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그런 것이 우리 자녀와 후손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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