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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와 누드
  글·김종철 (충남의대 진단방사선과 교수. 뉴 셀프 상담연구원 신실회 대표. 늘사랑교회. ㅣ E-mail : )
얼마 전에 결혼 정보 회사 <비에나래>가 전국의 미혼 남녀 4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 미혼 청년의 71.6%가 세 번째 만날 때 키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첫 키스가 가능한 시기에 대해 남성 중 가장 많은 26.3%가 '세 번째 만남'이라고 대답한 반면, 여자는 횟수와 상관없다는 대답이 30.4%로 1위를 차지해 여성이 더 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조사에서 과거와는 꽤나 다른 신세대의 성적 개방성과 성급함을 엿볼 수가 있다. 남성의 29.2%는 여성에게 “참 편안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인상이 참 좋네요”(24.2%), “말이 통하네요”(16.1%) 등이 그 다음 순위라고 대답했다.

여성의 경우에는 가장 많은 20.4%가 ‘찜’한 남자로부터 “제 이상형이네요.”라는 말에 기분이 ‘업(up)’된다고 답했으며, “편안하다”(20.4%), “말이 통한다”(19.6%) 등의 답이 그 뒤를 이었다.

최고의 프로포즈 장소로 남성은 바닷가를 선호했고, 여성은 호젓한 오솔길을 좋아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연애 시절만큼은 남녀 모두 무드를 즐기는 낭만주의자(romanticist)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상기의 보고를 참조하지 않더라고, 연애 시절에는 누구나 남녀가 그저 같이 있고 싶어서 종일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멋대가리 없는 총각이라도 연애 중이거나 데이트 할 때만큼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분위기 있게 말하고 행동하며, 자기보다 상대방을 위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처녀로 하여금 핑크 빛 무드에 젖도록 애쓸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향한 사랑에 푹 빠질 때야말로 혼자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고 오직 ‘더불어 함께(interbeing)’ 살아야만 한다는 숙명적인 공동체 의식이 가장 고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에도 남녀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남녀가 사랑에 빠져들수록 여자는 달콤한 무지개 빛 무드에 취한 채 기껏해야 사랑하는 이로부터 멋진 키스를 받고 싶은 반면, 남자는 그 로맨틱한 무드에 젖어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키스보다 더 진한 신체적 접촉을 하고 싶어 안달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연인과 같이 길을 걸어가다가도 아름다운 몸매를 가졌거나 노출이 심한 다른 여성을 보게 되면, 고개가 연인 쪽에서부터 성적 매력이 넘치는 그 여인 쪽으로 돌아가기 십상인 남성들이 많다는 점이다.

정답게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즐기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연인이지만, 장밋빛 무드에 빠지길 원하는 여성과 여성의 누드를 목말라하는 남성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감이 있는 줄 서로 잘 모르기에, 한 쌍의 연인간에도 오해가 생길 확률이 많은 것이다.

그러기에 무드와 누드가 여성과 남성의 차이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중요한 코드 혹은 키워드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일 것이다.

물론 이런 남녀 차이가 칼로 수박을 자르듯 남녀를 확실하게 구분 짓는 명확한 잣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대와 전통 및 관습과 유행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또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더더구나 남자에게도 여성성(femininity)이 여성에게도 남성성(masculinity)이 내재되어 있어, 중년 이후에 상반된 이성적 성향이 점점 더 노출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도 많은 갈등을 초래하다가 결국은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의 2002년도 결혼 대비 이혼율은 47.4%로 미국의 51%와 스웨덴의 48%에 이어 세계 3위임을 입증하였다. 노르웨이(44%), 영국(42%), 캐나다(38%), 프랑스(33%), 독일(30%)보다도 더 이혼율이 높았던 우리나라이기에,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50%를 훌쩍 넘어서서 세계 최고의 ‘이혼 국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이혼으로 인한 가족 해체의 요인 중에, 부부 각자가 남녀간의 차이점을 배워 알려고 하거나 솔직하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도 충분히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어떤 남편이 자기 아내에게 모처럼 기분을 내어 외식하러 밖으로 나가자고 말하면서 어디로 갈까 하고 아내의 의견을 물었다고 치자. “당신 좋을 대로 해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이면 아무데나 좋아요.”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보신탕 집이나 연기가 자욱한 돼지 갈비 집으로 아내를 데리고 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남편이 데리고 가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괜찮다는 여자의 말 속에는, 지금까지 사랑하며 살아온 자기 남편에게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굳이 말로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자기 남편이 척하면 삼천리로 자기를 잘 알아모시리라는 기대감이 있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나 그 순간에 잘 알아차리는 남편이 과연 얼마나 될지 염려스럽다.

아내들은 대개 연애 시절처럼 남편이 다시 자기를 공주 취급하여 분위기 좋고 아늑한 곳으로 자기를 안내하고, 은은한 촛불 아래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다정한 대화 속에서 멋진 식사를 같이 하길 갈망한다.

이런 로맨틱한 아내의 본심을 재빨리 눈치채지 못하는 남편이 많아 부부 싸움이 잦아진다는 데에서, ‘이혼 강국’이라는 비극이 싹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드에 살고 무드에 죽는 여인인 아내의 속마음을 남편이 잘 알아차려서, 정말 무드 나는 곳에 자기 아내를 데리고 가서 둘만의 낭만적이고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료들과 식사하러 가서는 음식값을 서로 내겠다고 오기를 부리고, 또 바이어나 손님 접대한답시고 초호화 식당에 데리고 가서 다 먹지도 못할 고급 음식을 잔뜩 시키며 종업원들에게 팁까지 듬뿍 주면서도, 정작 자기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내에게는 선심 한 번 제대로 쓰지 않고 식사비용까지 아까워하는 경우가 남편인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가. 돈이 좀 들더라도 아내가 좋아하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내를 여왕처럼 대접해 준다면 아내가 얼마나 흐뭇해할까.

이럴 경우, 남편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배려를 해 주는 지에 대해 감격하면서, 아내가 남편을 더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겠는가. “당신은 분위기 있는 최고급의 음식점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아 마땅한 여인이야!”라는 남편의 말 한 마디가 아내를 얼마나 황홀하게 만들겠는가. 무드는 아내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아내를 무드 있는 여인으로 가꿀 줄 아는 남편도 공유할 복(福) 중의 하나일 게다.

그렇게 무드 있는 ‘둘만의 소중한 시간’을 가진 후에 귀가하여, 무드 나는 침실에서 아내를 무드 있게 안는다면, 부부 사이에 꿈같은 밤이 전개되지 않을까. 남편의 사려 깊은 신사도에 이미 마음과 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내이기에, 굳이 별도의 긴 전희가 없어도 둘이 하나가 되는 신비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부는, 몸이 따라주지 않고 입만 살아서 말로만 섹스를 하는 노인 같은 나토(NATO = No Action Talks Only)족이나, 섹스도 대화도 사랑도 모두 싸느랗게 식어버린 난타(NANTA = No Action, No Talks & Affection)족들에게 엄청난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드와 누드를 결혼 밖에서가 아닌 자기 부부 사이에서만 찾고 또 잘 적용할 줄 아는 커플에게는, 늙어갈수록 더 그윽한 꿈과 달콤한 행복의 선 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그런 남편의 눈에는 자기 아내의 누드가 계속 산소같이 신선하고 신비로울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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