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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 소고(小考)
  글·김종철 (충남의대 진단방사선과 교수. 뉴 셀프 상담연구원 신실회 대표. 늘사랑교회. ㅣ E-mail : )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별로 낯익지 않은 외국 단어 하나가 갑자기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어느새 어린 아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스와핑’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주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게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우리나라로 들어온 말인지 또 실지로 그 글자의 철자를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몰라도, 그 의미만큼은 ‘부부 교환’이라고 다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2003년 10월 초 경기도 이천의 한 펜션에서 30-40대 부부 6쌍이 집단으로 성 교환 행위를 하던 장면이 창문 틈을 이용한 모 프로덕션(MBC TV <아주 특별한 아침>의 외주 제작사)의 6mm 카메라로 몰래 촬영되어 공중파로 공개되었다.
스와핑(swapping) 모임을 주선한 사이트의 운영자와 70쌍(140명)의 참가자들이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당시의 소식은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부 교환 섹스가 사회 문제화되는 가운데 서울 강남 일대에서 스와핑을 한 사람들이 무려 1백여 명 이상이고, 서울에서만 5백 팀(1천 명) 정도가 은밀하게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카페 방을 이용해 네트워크 형태로 스와핑을 즐기고 있고, 전국에 6천 커플(1만2천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스와핑 족들은 주로 20-50대의 대기업 임원, 공무원, 기자, 사업가, 의사, 교사, 교수 등의 고학력 전문 지식층으로서 ‘외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배우자 맞교환 성관계를 하고 있다고 보도를 해댔다.

스와핑 멤버이었던 한 산부인과 의사(그 당시 강남의 연예인 단골 모 산부인과의 공동 원장)는 2002년 1월 자기 부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술집에 미혼 남녀로 된 ‘솔로 모임’ 회원들을 모아 한 남자로 하여금 여성 회원에게 오일 마사지를 시키고는 남성 회원 5명이 돌아가면서 성관계를 갖도록 한 속칭 ‘스리썸(3some, Triple Sex, 3S)'으로 불구속 입건되었다고 한다.

명문 의대 출신의 의사가 낮에는 산부인과 의사로 인기 연예인을 비롯한 여성이나 임산부들을 진찰하고 출산을 도우면서 밤에는 스와핑을 주선하거나 직접 참여했다는 소문은 세간을 벌집 쑤시듯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현대판 ‘두 얼굴의 사나이’ 라느니,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Stevenson)의 원작 소설과 이를 각색한 패러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의 흑백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지킬 박사와 하이드(Dr. Jekyll And Mr. Hyde)’ 같은 이중 인격자라느니 하면서,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었다.

나도 의사 중의 한 사람이었기에 이런 의사 한 명으로 인해 의사 세계가 온통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비난받는 것에 굉장히 송구스럽기도 한 반면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었다.

아무튼 이런 보도를 통해 ‘짜경모(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임)’, ‘로즈 가든’, ‘사랑 이야기’ 등 10여 개가 넘는 스와핑 관련 인터넷 사이트 혹은 대형 포털사이트의 스와핑 커뮤니티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인터넷에 스와핑 사진들이 공공연하게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단시간의 대량 접속으로 이들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었단다.
또한 스와핑 당사자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 때문에 신상이 드러날까 봐 전정 긍긍하며, 남편 요구에 따른 스와핑 후의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정신과 병원을 찾는 부인들이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렇게 뒤늦게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swap’이란 단어를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1. 타동사. (구어) (물물) 교환하다, 바꾸다; (비어) (부부를) 교환하다. swap♣~ A for B, A를 B와 바꾸다. Never ~swap horses while crossing the [a] stream. (속담) 개울을 건너다 말을 갈아타지 마라; 난국에 처하여 조직을[지도자를] 바꾸지 마라.

2. 자동사. (구어) 물물 교환하다; (비어) 부부 교환을 하다. swap♣~ over [round] (좌석 따위를) 바꾸다.

3. 명사. (구어) (물물) 교환(품); (비어) 부부 교환; [컴퓨터] 교환, 갈마들임(주 기억 장치와 보조 기억장치 사이의 프로그램을 바꾸어 넣음).

물건과 물건을 교환한다던 원래의 의미가 어쩌다가 부부(배우자)를 맞바꾼다는 뜻으로 비속화되었는지 언어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지만, ‘swap’이란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이 단어가 내쉴 한숨이 점점 깊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자기 배우자를 물물교환처럼 스스로 바꿔치기 함으로써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물건이 되어 버렸지 알 수 없다고, ‘swap’이란 단어가 비통해 하는 소리가 내 귀에 쟁쟁한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Never ~swap horses while crossing the stream(강이나 개울을 건너는 동안 타고 가던 말을 바꾸지 말라. 위기가 지날 때까지는 현상을 유지하라).”라는 속담이 주는 의미가 나에게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 속담이 나에게는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는 동안에 권태기라는 중년의 위기가 닥쳐오고 또 이유 없이 자기 배우자에 싫증이 나더라도 절대로 배우자를 바꾸지 말라.”라는 말로 해석이 되었다.

컴퓨터에서 주 기억 장치와 보조 기억장치 사이의 프로그램을 바꿔(swap) 기능 향상을 꾀하고,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불필요한 인공물(artifact)이 생길 경우에 ‘주파수 부호화(frequency encoding)’ 방향을 90도로 바꿔(swap) 깨끗한 영상을 얻고, 오래 눌러 앉았던 자리를 바꿔 봄(swap♣~ over, swap round)으로써 삶의 활력소를 얻을 수는 있어도, ‘고무신짝과 마누라’는 결코 바꿔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 집안의 묵은 장맛은 오래될수록 좋고, 조강지처의 품은 늙을수록 따스하다는 옛말이 틀린 적이 있던가. 자기 아내를 “덮은 우물, 잠근 동산, 봉한 샘”으로, 또 자기 남편을 “주인(Lord)”으로 만들 수 있는 특권이 자기에게 있음을 아는 자가 진정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을까. 정작 바꿔야 할 것은 자기 파트너나 남의 아내 혹은 남의 남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임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인생의 깊은 맛을 알아가겠는가.
“성인이 합의 하에 대가 없이 성관계를 맺었기에 윤락행위 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조금 더 성의식이 개방돼 있을 뿐이고, 사회 문화적으로 진보된 성향의 사람들이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인 취향일 뿐인데 무슨 문제냐?”

, “적어도 스와핑은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보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부 강간과 성매매의 폭력성이 스와핑에는 없다.
서로를 속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륜보다 깨끗하다.”, “스와핑 이후 가정이 파탄 난 부부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신과 다른 방식으로 섹스를 하는 부부나 동거족들을 욕하지 말라.” 라고 항변하고 스와핑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대를 이어 자기 자녀에게도 그 스와핑 자유(?)를 물려줄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사생활을 왜 침해하느냐? 왜 허락도 없이 성인들이 모여있는 주택에 무단으로 주거침입을 하느냐. 주거침입죄로 고발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혹은 “남의 침실을 덮치는 공권력이나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언론이 더 변태적이다.”란 말에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자기 배우자의 스와핑 장면을 목격한 후에도 부부 관계가 계속 신뢰로 이어질까? 오히려 “스와핑 족들은 외견상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열등감, 불만족, 허무감 등의 노이로제 증상에 시달리며, 교환 행위 후에는 수치심, 절망감, 자멸감 등의 더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되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시 스와핑에 빠지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라는 어느 신경정신과 의사의 상담 사례와 그의 예리한 지적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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