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클리닉
특집
건생주치의
건생가이드
건생캠페인
건강한 사람들
신앙클리닉
시론
문학
흡연자들의 못말리는 이기심
  글·정유석 (단국대학병원 금연클리닉/ 가정의학과 교수. xsmoke.net<금연친구> 운영자 ㅣ E-mail : )
집에서 내가 근무하는 병원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이다. 중소도시라서 차가 막히는 일도 별로 없어서 쾌적한 출근시간을 즐기고 있다. 서울에서 생활할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난 몹시 화가 나서 출근한다. 운이 아주 좋은 날이 아니면 어김없이 교차로의 빨간 신호등앞에서 한두번 신호를 기다리게 된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내 앞차의 운전석 창문이 스르르 내려온다. 곧이어 손가락 사이에 연기나는 하얀 막대기가 나와서 재를 털어낸다.
자신의 폐부 깊숙이 연기를 들이마시면서도 차안에 냄새가 배는 것은 싫은 것일까? 연신 연기가 창밖으로 품어나온다.

이때쯤되면 뒤에서 보고 있는 내 마음은 점차로 조마조마해지고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파란 신호등이 켜지고 마악 차가 출발하는 찰라, 주시하던 앞차에서 꽁초가 불똥을 튀기며 툭 떨어진다. 이런 일을 목격할 때마다 그래도 금연운동을 한다는 필자의 기분은 그야말로 엉망이 된다.

이런 불쾌함은 출근 후 한참이 지날때까지 사라지지 않아서 오전내내 우울하게 지내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속좁은 편견일까?

이상하게도 이런 일은 고급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저지르는 것 같다. 덩치가 조금만 더 크거나 소시적에 무술이라도 연마하였다면 당장 차밖으로 나가서 담배꽁초를 집어 그 몰염치한 운전자의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지만, 마음뿐... 심약한 소시민으로써 그런꼴을 보고도 참고 있으려니 혈압만 오르고 소화만 안된다.
빨리 잊어야 할텐데.. 그게 잘 안되는게 필자의 문제다.
신호위반이야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고발하는 방법도 있는 모양이지만, 순식간에 떨어지는 담배꽁초를 차번호와 함께 카메라로 찍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운전하는 흡연자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데... 언제쯤 일주일 내내 기분좋게 출근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 자주 찾는 칼국수 집이 있다.
테이블이 5개뿐인 조그만 식당인데 맛갈나는 국물맛에 늘 손님이 북적인다. 운좋게 자리를 잡고 칼국수가 끓기를 기다리다보면 어김없이 옆자리로부터 불쾌한 담배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운없게 옆자리에 남자손님 서너분이 앉아있는 날이면 거의 연막탄 수준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맛나게 칼국수 드셨으면 기다리는 손님 생각해서라도 속히 나가셨으면 좋으련만, 담배 한가치씩 피워야 식사가 마무리되는 모양이다.
순식간에 아토피와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딸아이를 포위공격하는 50여가지 발암물질을 생각하면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 저 아이들도 있고 한데 담배는 밖에서 좀 피우시면 안될까요?...”라고 한마디해도, 눈을 부라리며 피던 담배 마저 다 피우고 나가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요즘은 미안해하며 담배를 서둘러 꺼주는 양식있는 흡연자가 조금씩 느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무차별한 간접흡연의 폐해로부터 무고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복지부에서 마련한 국민건강증진법이 작년부터 발효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50평 이상의 대중식당의 경우 흡연석과 금연석을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니 그럼, 50평 이하의 작은 식당은? 복지부 관계자에 질의해보니... 음식점 주인들의 반발이 심하여 어쩔 수 없으며, 따라서 간접흡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민들은 50평 이상 식당에는 잔치때가 아니라면 한번 가보기도 어렵다. 아이들과 자주 찾는 작은 식당들에서는 여전히 흡연자들의 몰염치한 흡연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법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참으로 불쌍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면, 옆사람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곁에서 마시는 것은 과연 얼마나 해로울까?
간접흡연이라고 불리우는 이 불쾌한 경험은 주류연과 부류연이라고 하는 두 가지 연기를 들이마시게 되어 일어난다.
주류연은 흡연자가 들이마신 후 내품는 연기이고, 부류연은 타고 있는 담배 끝에서 나오는 생담배연기를 말한다.
간접흡연은 부류연이 85%, 주류연이 15%를 차지하는데, 부류연의 독성 화학물질의 농도가 주류연보다 높고 담배연기 입자가 더 작아서 폐의 더 깊은 부분에 침착될 수 있다.
주류연은 한번 흡연자의 폐를 거치면서 이미 상당량의 독성물질을 남겨두고 다시 나온 연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덜 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주류연에는 부류연에 비하여 일산화탄소는 8배, 암모니아는 73배, 디메칠 나이트로소아민은 52배, 메칠나프탈렌은 28배, 아닐린은 30배, 나프탈아민은 39배나 더 많다.
이렇게 담배 연기에 민감한 사람중 69%가 안구자극 증상을 나타내고, 29%가 코증상, 32%가 두통, 25%가 기침을 나타낸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소아와 청소년은 천식 위험이 높아진다. 흡연자의 배우자는 비흡연자의 배우자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약 30% 높고 심장병에 걸릴 위험은 50% 더 높다.

1996년 한국인 여성 2,277명이 폐암으로 사망하였는데, 만일 남편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더라면 약 800여명의 여성폐암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부모를 가진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의 상기도 감염률은 담배를 피우는 집의 영아의 급성호흡기 질환 감염률이 5.7배나 높으며, 폐암발생률도 2배나 높다고 한다.
그 외에 천식, 기침, 중이염 등의 발병률도 부모가 담배를 피우는 어린이에게서 6배나 높고 폐기능도 전반적으로 낮다고 한다.
특히 임신한 여성이 간접흡연을 하게 되면 뱃속의 태아도 흡연으로 인한 건강장애를 입게 된다. 유산, 전치태반, 태반 조기박리, 조기파막, 저체중아, 주산기 사망의 빈도가 높아진다.

필자의 금연클리닉에서 담배를 끊으라고 권하면, 쩨쩨하게 남자가 담배를 끊느냐며 자신은 굵고 짧게 살겠다는 호방한? 흡연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래, 자신의 인생이니 누가 말리겠냐만은 50여가지 발암물질을 죄없는 이웃과 아이들에게 품어대는 일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자기 차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꽁초를 길바닥에 버리는 흡연자나 바로 옆에 자식같은 아이들이 있음에도 담배를 품어대는 흡연자들을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 강력한 체벌과 법규로 단속하는 방법뿐이라면 너무 창피한 일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주문화도 너죽고 나죽자 식이다. 술자리에서 취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은 그냥 두지 못한다.
결국은 너도 나도 필름이 끊기고 고꾸라져야만 묘한 동지애가 싹튼다나..?

오호 못되도 한참 잘못된 일부 한국인의 못된 이기심이여... 언제나 철이 드실런지..???




[Copyright ⓒ 건강과 생명(www.healthlif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컨텐츠 사용 문의 및 저작권 문의


Untitled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