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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보조제에 대한 오해들
  글·정유석 (단국대학병원 금연클리닉/ 가정의학과 교수. xsmoke.net<금연친구> 운영자 ㅣ E-mail : )
2002년도 국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57%로 조사되었다. 전년도보다 3.8%나 줄어든 놀라운 변화로 많은 금연운동가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경기불안을 타고 담배 소비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2002년도의 흡연율 저하가 이주일 신드롬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듯 하여 심히 염려스럽다.

최근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TV나 신문 등 언론의 공이 크다. 하루가 멀다하고 흡연으로 암에 걸리고 중풍과 심장병으로 쓰러지고 발이 썩는 흉측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금연운동을 주도하는 언론에 대하여 금연운동가로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가끔씩 이러한 금연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상한 보도들을 접하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니코틴패치의 장기 사용시 암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는 작년 일간신문들의 보도와 금연보조제(금연초)에 독성물질이 들어있다는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얼핏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전혀 하자없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제품으로 금연중이거나 금연을 고려하는 수많은 흡연자들을 다시금 절망케하는 최악의 오보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에게 금연보조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기전을 전혀 모르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담배끊기가 힘든 이유- 니코틴의 중독성과 사회적 분위기

담배이야기를 할 때 니코틴처럼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도 없으련만, 아직도 니코틴처럼 오해가 많은 것도 없는 것 같다. 담배 잎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 4,0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들중에서 흡연자에게 중독성을 일으키는 성분이 바로 니코틴이며, 1개비의 담배속에는 0.6∼0.2mg 정도의 니코틴이 들어있다. 흡연자가 담배연기를 흡입하면 연기중의 니코틴이 폐안의 모세혈관벽을 통하여 혈중으로 들어간다. 혈액의 순환을 통해 뇌에 도달한 니코틴은 신경계를 흥분 혹은 마비시키는 약리작용이 있다. 담배를 처음 피우거나 너무 많이 피웠을 때 가벼운 구토증·현기증·두통이 생기는 것은 니코틴의 신경마비 작용 때문이다. 혈중의 니코틴은 흡연 직후에 급상승하지만 한두시간이면 분해되어 소변과 땀으로 배출된다. 반복된 흡연으로 인하여 습관이 형성된 흡연자는 니코틴에 의존성이 생기게 되어 니코틴이 분해로 인해 혈중 농도가 떨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담배생각이 간절해진다.

흡연자들은 일하다 말고 한 두시간을 주기로 '바람을 쏘이러 나가자'거나 '커피한잔 하자'는 핑계를 대고는 담배를 피워대는데, 이는 혈중의 니코틴이 저하되어 다시 보충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니코틴은 소량일때는 중추 신경을 자극하고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며 맥박을 빠르게하고 심장 운동을 촉진한다. 또 침의 분비가 늘고 위의 운동을 증가시킨다. 금연 후 일시적인 소화불량 현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니코틴의 대표적인 금단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니코틴의 양이 증가하면 역효과가 일어나 위의 운동을 줄이고 임산부의 경우에 태반의 혈액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흡연자의 치아가 누렇게 변색된 것을 보고 '니코틴이 끼었다'고 하며 불쾌해 하는데, 치아 변색의 주된 원인은 실은 니코틴이 아니고 담배진이라고 부르는 타르이다. 담배연기중의 발암물질의 대표격은 바로 이 타르이고 사실 니코틴의 발암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많은 연구들이 진행중이지만, 현재까지의 결론은 흡연자는 니코틴에 의해 심리적, 육체적으로 중독이 되며 타르속의 발암물질 때문에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니코틴은 커피중의 카페인처럼 각성효과와 의존성이 있는 물질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랜기간 많은 양의 담배를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니코틴에 대한 중독성은 그리 높지 않은 흡연자도 있다. 이러한 흡연자들이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습관성과 흡연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동안은 평균 1-2시간을 주기로 끊김없이 불을 붙이고 흡입을 계속하는 흡연의 습관성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여기에 너도나도 담배를 권하고, 심한 경우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별종처럼 보이는 회사 분위기가 한 몫을 한다.

금연보조제의 기전

현재 국내에 유통중인 금연보조제는 크게 세 가지로 니코틴이 들어있는 파스나 껌류, 금연초, 쑥담배 등 소위 약초담배, 그리고 항우울제의 일종인 bupropion이 있다. 이중 니코틴 보충제는 흡연 이외에 다른 경로로 니코틴을 소량 공급하고 이를 점차로 줄임으로써 니코틴의 중독성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니코틴을 투여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일종의 마약인 니코틴의 금단증상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궐련형 금연보조제인 약초담배는 약리학적 작용은 없는 그야말로 '가짜 담배'이다. 이들은 금연중인 흡연자들의 습관성, 즉 술자리나 식후 흡연욕구가 강렬할 때 담배대신 피우게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다. 니코틴이 없으므로 담배를 필때와 같은 만족감은 없지만 그래도 손과 입의 습관성을 충족시켜줌으로써 니코틴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약리학적 기전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의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대중적 인지도는 가장 높은 제품이다. 2002년도에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 의하면, 흡연자들이 금연을 위해 선택한 금연보조제 중 첫 번째가 금연초였다. 이러한 궐련형 금연보조제가 단지 대리만족 효과만으로 금연케 한다고 하더라고 이로 인하여 금연에 이를 수 있기만 하다면, 기전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우울제인 burpropion의 금연기전은 아직 정확하진 않으나, 니코틴 패치와 비슷한 정도의 금연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금연보조제의 위험성에 대한 오보들

근자에 언론에 소개되는 금연관련 상품들을 보면 다소 의아한 내용들이 적지않다. 유전자 조작으로 니코틴을 없애거나 대폭 줄인 담배가 나왔다거나(중앙일보 2003년 1월 28일자), 니코틴 제거 효과가 뛰어나다는 차(茶)나 캔디, 껌 등이 그것이다. 얼핏 들으면 몸에 좋아 보이고 금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내용이지만, 실은 정말로 엉뚱한 제품들이다. 흡연의 해독을 줄이려면, 타르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 물질을 제거해주어야 하는 것이지, 니코틴의 조기 제거라니... 이는 오히려 흡연자로 하여금 더 담배생각만 빨리 나게 만들뿐인 것이다. 흡연자들이 매 한시간 정도마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흡연후에 혈중에 증가되었던 니코틴이 대사되어 농도가 떨어지면 다시 니코틴을 원하게 되는 중독성 때문이다. 따라서 니코틴 농도를 더 빨리 떨어지게 하는 껌이나 약물들은 오히려 흡연욕구를 더 자주 생기게 할 수도 있고 금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제품들은 담배를 피고 껌을 씹으면 몸안의 독소가 빠져나갈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어서 흡연자들을 잘못 안심시킬 위험성이 높다. 정작 해로운 타르 등의 발암물질은 전혀 손도 대지 못한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니코틴 농도가 오래 유지되어야 담배생각이 덜 나고 흡연횟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언론 기사중 가장 황당한 것은 니코틴 패치의 발암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사가 나오자 필자가 운영하는 금연친구 홈페이지(www.xsmoke.net)의 게시판에도 니코틴 패치를 사용하여 금연중인 회원들의 문의가 빗발칠 정도로 그 반향이 매우 컸다.

기사의 전문을 소개하면 이렇다.

"니코틴을 넣은 껌이나 피부에 붙이는 패치 같은 금연 보조제조차도 장기간 쓰면 오히려 니코틴 때문에 우리 몸의 암세포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독일 뉴스전문방송 〈엔티브이〉가 4일 보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암연구소의 필립 데니스 박사 등 연구진은 의학전문지 〈임상연구〉 최신호에 실은 논문에서 니코틴이 들어 있는 금연 보조제를 오래 쓸 경우 니코틴 때문에 암세포 억제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연구진은 우리 몸에는 질병에 걸린 위험한 세포를 스스로 없애는 '예정된 세포 사멸'이라는 작용이 끊임없이 나타나는데, 니코틴이 이 작용을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사실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작용이 억제되면 질병에 걸린 세포들은 계속 증식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일단 몸에 들어온 니코틴이 완전히 분해된 뒤에야 이 작용이 다시 시작된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 통신, 2003년 1월 6일자)

얼핏 그럴싸 해보이는 연구이지만, 내용을 조금만 살펴보면 참으로 한심한 내용임을 쉽게 알수 있다. 필자가 원문을 살펴본 결과, 이 연구는 니코틴이 세포의 발암과정에 있어 일부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의 가설을 제시한 것 뿐이었다. 더구나, 생체 실험도 아니고 배양된 세포를 대상으로 한 매우 초기단계의 연구였다. 백번 양보해서 니코틴이 발암물질이라고 해 보자. 미국 FDA에서 공인된 니코틴 패치의 권장 사용기간은 기껏해야 8주 정도이다. 더구나 패치중의 니코틴 농도는 흡연시 흡입되는 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양이다. 매일 니코틴을 들이마시는 흡연자에게 금연을 위해 단기간 사용하는 패치속의 소량의 니코틴 때문에 암이 생긴다는 위협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협박에 불과하다. 마약환자의 재활을 위해서는 사용하는 마약의 양을 점차로 줄여서 투약하여 금단현상을 최소화하고 의존성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니코틴이라는 강력한 마약에 중독된 흡연자들에게 (담배가 아닌) 피부를 통해 소량의 니코틴을 공급함으로써 니코틴의 의존성으로부너 벗어나게 하려는 패치는 아주 안전하고 효과적인 금연보조제임에 틀림없다.
최근에 문제가 된 금연초 등 궐련형 금연보조제에 타르와 일산화탄소가 많다는 보도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한다. 금연초를 담배대신 수십년 피우게 된다면 물론 해독이 있겠으나, 이들 보조제 역시 금연과정에 길어야 1-2개월 정도 사용하도록 되어있으므로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연보조제들이 전혀 인체에 무해한 것은 아니지만, 담배와의 이별기간에 '잠시동안만' 사용하는 제품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금연보조제 사용의 득과 실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면 아무런 도구 없이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비하여 금연에 성공할 가능성이 2-5배까지 높아진다. 물론 적지않은 비용과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겠으나 성공하기만 한다면 흡연의 유해성을 생각할 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근 언론에서 이들 보조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나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비전문가적 행위이다. 이들을 사용하여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는 전문가들이나 관련 기업, 그리고 의지력만으로는 너무나 힘든 담배끊기를 보조제에 의지해서라도 시도하려는 흡연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뜻있는 금연운동가들은 이러한 보도들에 대하여, 금연운동을 저지하고 담배판매를 늘이려는 이익단체나 담배회사의 교묘한 언론플레이가 아닌지 강력히 의심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들의 책임있고 주의깊은 보도를 촉구하며, 아울러 신년을 맞아 금연을 결심하는 많은 흡연자들이 적절한 금연보조제를 사용하여 금연 성공률을 높이려는 시도를 망설이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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