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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호

수면제없이 잘자는 제가 마치 죄인처럼 느껴집니다
  글·이대건 (서울대학교 병원 원목실 병원교회 담임목사)
. 남편(아내)을 존경합니다

병원교회 예배실 앞에 ?함께 기도해 주세요? 라는 기도요청서가 있습니다. 순수 100% 참 진짜 사랑으로 사연을 담은 글과 간절하게 기도를 요청하는 글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중환자실에 남편이 투병하고 있는 아내가 쓴 기도입니다.

2005. 3. 22. 화요일
벌써 2주가 휙하고 지나갔습니다. 중환자실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가지고 여태 버텨왔는데…. 인공호흡기를 2주째 달고 있으니 감염의 우려도 많고, 곧 기관지 절제술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2달이 지났어도 혈액수치는 바닥을 기고 있고 백혈병 환자의 마지막 희망인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마쳤으나 폐렴으로 아직껏 고통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의식은 너무나 뚜렷해서 그 모든 통증을 진통제로 버티고 있습니다. 온몸은 수포로 한 겹이 벗겨져 나가서 최일선 방어벽인 피부가 무너지고 이것이 혈액에 까지 퍼지면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 모든 고통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 가운데 있음을 고백합니다. 고난당하신 주님, 주님이 채찍에 맞음으로 나음을 입었다는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치유의 손길을 경험케 하옵소서. 그리고 남편이 끝까지 투병하는 중에 하나님과 동행하며 믿음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옵소서. 2주째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는 남편 곁에서, 기계의 도움 없이는 한 호흡도 할 수 없는 부자유스러운 숨쉬기….

너무나 자유롭게 호흡하고 먹고 수면제 없이 잘 자는 제가 마치 죄인처럼 느껴집니다.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질 수 없을까요? 오늘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힘들게 투병하고 있는 남편에게 용기와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을 허락하옵소서.

2005. 3. 24. 목요일
순간순간 닥쳐오는 위험을 간신히 모면하고 있습니다. 신장이 망가져서 혈액투석을 하기 시작했고 방금도 호흡수가 갑자기 빨라져 응급처지를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운 순간에도 의식을 잃지 않고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투병을 하고 있는 남편을 존경하게 됩니다.

그동안 한 번도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 마지막 때에 그런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습니다. 남편의 투병생활을 통해서 귀한 진리를 깨닫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생명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하시려고 남편을 도구로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안을 가지고,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백혈병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그 평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 혼자, 외로이 투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이 친구가 되어 주시고 주님이 손잡아 주시길 기도합니다. 아멘.(내과계 중환자실 OOO 아내)


사람들이 겪는 이 아픈 현실은 분명 위기(危機)입니다. 위기는 위험이면서도 기회라고 어른들께서 하신 말을 이제 조금 알아 들고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도 다정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남편이, 투병 중인 아내 옆에서 온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봅니다. 투병중인 남편을 간호하는 아내는 고백합니다.

…. 너무나 자유롭게 호흡하고 먹고 수면제 없이 잘 자는 제가 마치 죄인처럼 느껴집니다.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질 수 없을까요?

“그동안 한 번도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 마지막 때에 그런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습니다. 남편의 투병생활을 통해서 귀한 진리를 깨닫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인 나를 위하여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아내의 기도가 있습니다. 기도는 기도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비단 아내만의 기도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남편들은 기도합니다. “존경하는 마음, 이 마지막 때에 그런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습니다. 아내의 투병생활을 통하여 귀한 진리를 깨닫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기도 속에 언제나 기억되는 000 님, 당신은 아내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이겨내십시오. 그 몸부림이 함께 하는 우리들에게 힘이 됩니다.

( 첨부- 이 글을 쓰고 며칠 후 000님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모든 장례 절차는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의 향기로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2. 다시 두 손 잡고 기도해주세요

아픈 아내를 방문해 달라는 남편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2인실, 노크한 후 병실 문을 열었습니다. 어떤 병실을 방문하면 소풍 온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착각할 때도 있지만, 이 병실은 숨틀 여유도 없이 완전하게 커튼으로 두 사람의 영역을 굳건하게 갈라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참으로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아내는 중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똑같은 자세가 1초도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손을 올려 달라, 내려놓으라, 위로, 아래로, 조금, 팔, 다리, 배…저는 알아듣기가 어려웠지만 남편과 동생은 계속되는 요구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아내의 요구에 응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 제 아내가 너무 아픕니다. 저렇게 하지 않으면 단 1초도 잘 수 없으니, 얼마나 안쓰러운지 모릅니다.”솔직히 아픈 아내보다도 남편이 더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 아내는 저한테도 계속 말을 하고 있습니다. 손을 잡으라, 놓으라…. 정말 1초에 한 번씩 주문을 외우듯 명령을 하는데 어찌 해야 할지 당혹스러웠습니다.

명령(?)하는 대로 손을 잡고 기도했습니다. 저는 병실에서 기도할 때, 기도에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기도합니다. 오늘 제 기도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작은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기도 중에도 그 아내의 주문 같은 요구가 끊임없이 계속 되었기 때문입니다. 손을 잡으라, 놓으라, 올려라, 내려라….

"나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케 하며 네 뼈를 견고케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이사야 58장 11절)

"내가 너와 함께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창세기28장 15절)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드디어 기도는 마쳤습니다. 환우와 동생 그리고 남편과 옆 병상에 있는 환우와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참으로 힘든 심방을 마쳤구나 하고 한숨을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환우의 남편이 손짓을 하고 바쁜 걸음으로 저를 부르며 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혹시나 제 물건을 놓고 오지 않았나 살펴보았지만, 놓고 온 것이 없었습니다. 그 남편은 저에게 “목사님 다시 병실로 가 주실 수 있습니까? 왜 그러시지요?”

“제 아내가 목사님께서 두 손을 잡고 기도하지 않았다고 하니 어찌 합니까? 목사님 다시 기도 해주실 수 있으세요?”

3. 사랑은 기도입니다.

남편의 간절한 마음, 분명 그 마음은 이미 기도하는 마음이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간절함을 저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진정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다시 그 병실로 돌아가, 두 손을 잡고 기도했습니다.

1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또 부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생각할 것이 있으면 계단을 자주 이용합니다. 방금 전 만났던 그 남편, 사소한 것에 아내에게 화를 낸 제 태도와 비교하니 부끄럽습니다.

나는 아내를 위해 얼마나 사랑하고, 기도하고 있는가? 오늘은 제 아내를 위해 기도하렵니다.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요, 시장 보러 가자는 아내의 요구에, 짜증내며 바쁘다고 투덜거리며 거부했던 일들을 통회하며, 시장 보러 가자고 앞장서려고 합니다.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창경궁, 손잡고 걷겠다고 다짐합니다. 기도는 입으로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오늘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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