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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호

유서 편지
  글·김효현 (늘푸른침례교회 담임목사. 시인)

모르는 여자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순천에 사는 이OO의 아내라면서, 남편이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목사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자주 말을 해서 전화를 했노라고 했다.
“이 아픔마저도… 이 고통마저도 감사해요… 김 목사님이 신앙 정립에 큰 도움을 주었어요.” 하더란다.
여러 달이 지났지만, 금방 그를 기억할 수 있었다. 신촌 세브란스 암병동에서 몇 번 만나 교제했고, 퇴원 후에도 두어 번 전화통화로 안부를 묻고, 나와 동갑이고, 고향도 비슷했으니까.
예수님을 영접한지는 1년도 채 못 됐지만, 그분의 아름다운 믿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마침, 당시에 교제를 하고 돌아와서 그 상황과 대화를 자세히 적어 둔 것이 있어서 보내주었더니, 답장이 왔다.

김 목사님 
이OO라는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해주시고, 글까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화 내용에 평소 제 남편 성격이나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저를 향해 잔잔하게 미소 지어주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저도 남편을 향해 미소 지어줍니다.
아래의 글은, 저희가 섬기고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께 올린 유서 편지이지만, 김 목사님을 향한 제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답신의 글로 보냅니다. 언제나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하시고 건강하시길 빌며….                     

                                                                      - 송OO 올림

목사님
이렇게 훌쩍 떠나는 게 도리가 아니지만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생사의 혼동의 시기에서도 선택함을 받고 죄 사함과 세례까지 축복해 주신, 너무나 과분한 일이 찾아와 오히려 암 투병이 은혜로 바뀐, 저의 인생 중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어렵게 되어서야 하나님을 찾는 아주 염치없는 모습이었으나, 그게 아니고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었음을 서서히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을 만나게 된 인연 또한 제 짧은 삶 중에 너무나 큰 은총입니다. 항상 완벽한 믿음으로 거리낌 없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미소로 행동으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목사님의 열정은 저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축복입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떠나면서도 목사님의 그 진실 되고 따뜻한 모습을 간직하고 갑니다.

목사님
그래도 미숙한 인간인지라 떠나는 발걸음이 머뭇거리곤 합니다.
아직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신적 성장을 더 필요로 하는 아이들과, 세상사는 일이 여자 혼자 힘들 텐데? 남겨두고 가는 가족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더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는 무책임이 맘 아플 뿐입니다.
솔직히 죽음 그 자체는 두렵지 않으나, 이렇듯 그 과정들이 어렵고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 안에서 모든 일에 감사하고 기도드리며 열심히 살아갈 나머지 가족들임을 잘 알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 합니다. 아마, 어느 가정 보다 더 밝고 건강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가끔씩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하늘에서 많은 기도를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 가족에게 보내주신 목사님의 간절한 기도를 고스란히 마음에 담고 떠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또한 성도님들께서 부족한 저에게 보내주신 눈물의 기도를 소중히 안고 갑니다. 모든 성도님께 고마움의 표시도 못하고 떠나는 모습이 미안할 뿐입니다. 대신 고마움을 전해 주십시오. 교회에서 많은 성도님들과 같이 예배 드렸던 시간이 너무 소중했고 너무 행복했던, 은혜를 더한 축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목사님
어릴 적, 맑고 투명한 뒷동산에 올라 청솔가지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지나는 늦은 오후의 바다를 보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햇살에 작은 섬들이 바다가 금빛이고 파도며 바람까지도 금빛이던, 그 알지 못할 그리움이 있는 그곳으로 이제 떠납니다.
사모님께도 고마움을 꼭 좀 전해주십시오. 따뜻한 마음 잊지 않고 소중히 받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우리 중앙교회를 위해 애써 주십시오. 먼 훗날 목사님께서 이 세상 충분히 지내시다가 하늘에 오시는 날? “웰컴 투 천국”이라는 플랭카드를 들고 베드로 사도님보다 더 빨리 앞에 나가서 서 있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게 접니다.
항상 주님 안에서 평안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 이OO 올림


이 유서 편지를 읽으니,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머리가 숙여진다(마 19:30).
대화중에 그분이 했던 말이, 오늘 나를 향한 메시지로 다시금 생생하게 떠오른다.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맡겨야지요. 사실, 병세는 악화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든 가든, 내일이든 10년 후든,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 관점에서 보니까 이런 저런 것이고, 하나님 관점에서 보면 그 시기가 그리 중요한 것이겠습니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아내에게도 ‘현실 앞에서, 나와 당신은 냉정해야 한다’고 서로 나누며, 사실을 인정하니 진정이 되더라고요. ‘옆 사람들이 슬퍼하며 운다고 휩쓸리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하나님 믿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그것은 하나님이 바라지 않으실 것이다. 위급한 생활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이 신앙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불신자나 마찬가지다. 천국에 소망을 두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죽어야만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개념으로 신앙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천국을 누려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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