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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호

히스테리와 두통
  글·안일남 (국립경찰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히스테리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히스테라’(hystera)라는 자궁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속에는 여성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쉽게 연상할 수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궁과 관련된 신체적 질환이 아니고 심인성과 관련된 신체증상이 포함되어 나타나는, 신경정신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 중에 하나이다.

히스테리와 관련된 용어도 많이 있는데 흔히 붙어 다니는 노처녀 히스테리로부터 집단 히스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어들이 일반인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어원적으로만 이야기하면 ‘히스테리아’(hysteria)는 자궁의 이동을 뜻하는 말로 굳이 번역을 한다면 ‘떠도는 자궁’ 정도로 될 수 있다. 따라서 자궁은 여성의 몸안에 있는 대표적인 기관 곧 여성을 상징하는 기관으로서 불만이 쌓이거나 해결이 안될 때 제자리를 떠나 몸 속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일종의 ‘이물질’로 여겨졌으며 신체질환이 다른 것으로 설명이 안될 때 질환을 일으키는 이물질로 상당기간 동안 개념화되었다.

이 상상속의 이물질에 대하여 플라톤은 ‘출산을 갈망하는 생물’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추방되어야 할 악마’로 프란시스 베이컨은 ‘신의 창조 계략’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프로이드는 두 형태의 히스테리로 나누었는데 하나는 불안 히스테리로서 그 주된 증상은 공포증이며, 다른 하나는 신체증상으로 대변되는 운동 히스테리로서 그 대표적인 예가 전환(conversion)히스테리이다.
히스테리 여성이 한때 마녀로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19세기에 들어 쥘 미슐레(J. Michelet, 1798-1874)에 의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다시 개념화되었다.

응급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히스테리의 증상은 ‘전환 장애’이다. 이 경우 팔 다리가 마비가 되어 보호자가 몹시 당황하여 환자를 업고 오게 된다. 혹시나 뇌병변에 의한 마비가 아닌가 또는 이런 마비 증상이 오래 지속되고 후유증을 남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내원하여 급히 의사의 치료를 받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때로는 정신과가 아닌 다른 과를 먼저 방문하기도 한다.

히스테리 증상으로 인한 신체증상은 환자가 그 증상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는 무관심(la belle indifference)을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환자 보호자가 증상에 대하여 불안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히스테리 증상으로 두통이 함께 오는 경우는 보편적인 것은 아니며 그 두통의 양상도 기질성 두통에 의한 증상과는 일치하지 않고 비전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통 증상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어지러움, 과호흡증, 전신적은 근무력감, 구토, 오심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의 경우는 불안 히스테리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그 증상은 어떠한 유발요인에 의하여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집단 히스테리와 같이 주위의 여건에 의하여 심한 영향을 받는 경우 잘 일어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1983년 3월과 4월 중 일어난 집단 히스테리 증상을 보면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요르단의 서쪽 제방에서 947명의 여자 거주자가 독가스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심인성 증상을 보였다. 기절, 두통, 복부통증, 현기증 등을 동반한 증상으로 15일 간 고생을 하였는데 제닌(Jenin)에 거주하는 64명의 거주자가 독가스로 인하여 호흡이 곤란하다는 증상으로 병원에 간 이후 이 소문이 퍼지면서 집단 히스테리가 발생하였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찰하여 독가스에 노출된 증거가 없다고 판명된 이후 증상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유사한 집단 히스테리에 의한 증상이 1990년 코소보에서 일어났다. 1990년 3월 14일 적어도 코소보에 거주하는 알바니아인 4,000여명에게 두통, 현기증, 과호흡증, 흉부통증, 오심, 구갈 등의 증상을 보이는 증상이 주로 청소년들에게 일어났다.

이 지역은 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들의 분쟁지역으로 종족간의 갈등이 계속 되어왔던 지역인데 어느 학교의 한 교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이것이 세르비아인들이 독극물을 살포한다는 소문으로 번진 가운데 상기 증상이 일어났다. 이 역시 두 인종 간에 신뢰가 쌓이지 않고 오랫동안 반목과 갈등이 팽대해 있는 가운데 일어난 집단 히스테리 증상으로 보건당국의 노력에 의하여 그 증상은 종결되었다.

두통은 여러 가지 타입이 있고 기질적인 원인에 의하여 오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심인성으로 오는 경우 이를 잘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우리가 복잡한 일, 골이 아픈 일을 보고 “아이고 머리야”하며 손을 이마에 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일지라도 심인적인 원인이 기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경우 혈압이 올라갈 수도 있고 이로 인하여 말초에 혈관이 터지거나 손상을 입는 경우까지 고려하여야 한다.

히스테리! 정신과의사에게도 골 아픈 병일 수도 있고 또 매력적인 병일 수도 있다. 골이 아픈 이유는 그 히스테리의 기전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일 수 있겠다. 그러나 매력적인 경우란 이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이 골 아프다고 머리를 젓는 병을 잘 치료하여 환자의 고통을 해소시켜줄 때에 정신과 의사로서의 보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히스테리가 여성에게 많지만 남성에게 오는 히스테리 역시 기전은 비슷하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여성과 같은 환자대우를 못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치료자에게 역전이가 생겨 불협화음을 일으키거나 이를 못 견딘 환자가 이곳저곳 병원을 떠돌기도 하는 어려운 병이 될 수도 있다.

중세시대에 어느 무도회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인과 우아하고 다정스럽게 왈츠를 추는 모습을 보고 그만 옆에 있는 다른 남자 쪽으로 졸도를 하는 한 여인을 상상해 보며 이것이 그저 성격과 밀접한 관계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소인이 많은 것인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히스테리 증상에 의한 두통의 경우 그것이 심인성일 것으로 생각이 되는 경우에도 기질적인 요인에 의한 두통인가를 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재되어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질환이 있는가에 대한 검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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