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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당뇨병
  글·김연선 (나은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당뇨병

혈당만 내린다고 당뇨병이 치료되지는 않는다

한국 사람은 밥 힘으로 산다. 즉 에너지원인 밥을 먹어서 힘(에너지)을 만들어 숨 쉬고 산다. 이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우리 몸속의 과정을 대사(metabolism)라 한다. 밥에 가장 많은 영양소인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변한 다음 혈액으로 흡수되며,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우리 몸 세포에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성능이 떨어지게 되면 몸에 흡수된 포도당은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서 돌다가 소변으로 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런 포도당 대사의 장애 상태가‘당뇨병’이다. 병이 진행되면 소변으로 넘쳐난 포도당이 물을 끌고 나가면서 소변량이 늘고, 수분이 모자라 갈증이 심해져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또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이용되지 못하기에 공복감이 심해져 많이 먹고도 모자라, 지방이나 근육을 끌어다 대체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체중감소 등 증상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당뇨병의 치료는 이 포도당 대사의 이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가 전체 10%를 넘어서 버렸고 고령 인구에서는 1/3에 달하고 있다. 당뇨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녀의 30% 정도, 한 사람만 당뇨병인 경우는 15% 정도에서 발병한다. 유전적인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서 중년 이후, 남성보단 여성, 비만, 과식,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당뇨병이 생기게 된다. 부신 피질 호르몬제, 이뇨제, 경구용 피임약, 소염 진통제, 갑상선 호르몬제 등 약물로 인하거나 췌장염, 다른 내분비 질환, 담석증 등 질환이 있거나, 위 절제 수술 후에도 당 대사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당뇨병의 종류는 보통 1형, 2형으로 구분한다. 제1형 당뇨병은 2% 미만에서 보이며 주로 사춘기나 유년기에 흔하다. 급성 발병을 하여 심한 고혈당의 증상과 ‘케톤산증’까지 오기도 한다. 인슐린 분비세포(베타세포)의 파괴로 심한 인슐린 결핍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슐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인 당뇨병의 대부분은 제2형 당뇨병이다. 40세 이상의 비만한 경우가 많고 유전성 경향은 다양하지만 가족력이 흔하다. 인슐린의 분비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된다. 인슐린의 성능이 떨어져서 당뇨병이 발현되고 계속 혈당조절이 안되면 인슐린 분비의 감소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2형 당뇨병환자 중에서 주로 유병기간이 길고, 혈당조절이 잘 안 되고 있는 경우에 인슐린 사용을 권유하게 되므로 ‘인슐린을 맞으면 끝이다’는 터무니없는 오해가 중요한 치료의 길을 막기도 한다.

요즘엔 건강 검진을 통해 발견되어 증상 없이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더 많지만, 당뇨병 환자마다 증상이 너무 다양하다. 혈당치의 진단기준은 공복 혈당치 126mg/dL 이상, 식후 2시간 혈당치 200mg/dL 이상이다. 포도당 부하검사; 포도당 75g을 복용 전과 2시간 후의 혈당을 측정하여 확진하거나, 당화혈색소: 2~3개월간의 혈당 평균을 알아보는 검사를 측정하여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당뇨병은 치료보단 관리가 필요하다. 제일 먼저 혈당을 조절하여야 한다.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 망막증, 신경합병증 등과 같은 만성 합병증의 위험이 바람직한 혈당 조절을 통해서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혈관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mmHg , 이완기 혈압 85mmHg 미만으로)과 고지혈증(저밀도콜레스테롤은 100mg/dL 미만, 고밀도콜레스테롤은 40mg/dL 이상으로,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으로)에 대한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환자 체격과 여건에 합당한 식사 조절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성실한 복약과 정기적 진료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불과 10여년 사이에 다양한 기전의 경구혈당강하제와 인슐린이 폭발적으로 많이 개발되어 보다 섬세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경구혈당강하제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하여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설폰요소제/ 간에서 포도당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고 말초 조직에서 인슐린의 작용을 도와주는 바이구아나이드/ 상부 위장관에서 당 분해 효소작용을 억제시켜서 당 흡수를 지연시키는 알파글루코시데이즈 억제제/ 근육과 지방에서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해주며 간에서 포도당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티아졸리딘디온/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 증가와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감소시키는 DPP-4 억제제/ 신장에서 당 재흡수를 억제하여 소변으로 당을 배출시키는 SGLT-2 억제제 등등 다양한 기전의 약제들이 있다. 인슐린도 작용 시간에 따라 다양한 포맷으로 갖추어져 있다. 최근 들어 당뇨병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되면서 가능하면 약물 복용 좀 안하고 싶어 하는 환자들 마음을 알면서도 치료 초반부터 다양한 기전의 경구혈당강하제를 병용 투여하는 것을 권유한다.

당뇨병을 진단 받으면 개인차는 있지만 대다수 환자들은 처음에는 열심히 임한다. 어떻게든 단기간에 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식사를 줄여서 혈당은 떨어졌으나 영양 결핍상태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까지 한다. 특히 불규칙한 식습관은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하고, 약물에 따라서는 저혈당 등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 살아온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회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적절치 못한 습관으로 돌아가기 일쑤고 쉽게 당뇨병을 ‘없앨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환자들도 알고 있다. 아니 혈당을 조절하면서 스스로 알 수밖에 없다. 제시간에 적절한 양으로 식사를 하고 탄수화물 식품은 줄이고, 잡곡을 섞어 먹고, 단백질 음식을 조금씩 꼭 챙겨 먹고, 섬유소 많은 야채를 많이 먹고, 천천히 먹고, 당질 높은 음식은 피하고, 일주일에 5회 이상 40분 정도 땀나게 운동하고, 꼬박꼬박 약을 복용하면, 혈당이 잘 조절되고 만성합병증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뻔히 아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지 그 여부에 따라 남은 삶의 질이 좌우된다. 너무도 다양한 많은 환자들과 만나고 그들이 당뇨병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뻔히 보이는데 안하고 있는 내 믿음의 모습을 반성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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