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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호

암검진
  글·홍준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암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다. 다른 중증 질환들과 예측 못 하는 사고도 물론 맞이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암이야말로 대다수에게 가장 두렵고 피하고 싶은 질환이다. 암은 고령자에게 흔하고 힘든 질환이기도 하지만 특히 젊은이들이나 가계를 책임지고 아이를 돌보는 중년의 가장이나 주부가 환자가 되는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1. 암 검진의 필요성

암을 완전히 피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가능하면 빨리 암을 발견하여 치료로 인한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완치율을 높이는 방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암 검진이란 몸의 이상 증상이 없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될 때 적절한 검사들을 통하여 조기에 암을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함으로 암의 완치율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건강 증진 방안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암 발생인구의 약 1/3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할 경우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한 자궁경부암 등 전암 단계(암의 전 단계)가 있는 업종의 경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치료로 암 발생률 자체를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충실한 암 검진 수진은 개인의 건강 증진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면서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보건사업의 목표가 된다.

2. 암 검진을 잘 하지 않는 이유: 건강에 대한 맹신과 두려움, 그리고 이해 부족

이와 같이 암 검진이 전반적으로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2016년도에 국가 암 검진 대상자 2천 192만 명 중 실제 검진을 받은 사람은 49.3%에 그쳐 국가 암 검진 수검률이 만족스럽지 못한 형편이다. 암 검진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그 외 ‘검사할 시간이 없어서’와 ‘암 발견의 두려움’, ‘검사 과정이 힘들고 두려움’, ‘암 검진의 질을 신뢰하지 못해서’ 등이 제시되고 있다.

3. 비싸고 정교한 검사일수록 좋은 암 검진인가?

경제적인 상황만 허락한다면 세밀하고 정교한 고가의 검사들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최선의 암 검진일 것으로 막연히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 조사 결과 국가 암 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의 약 40%는 높은 비용을 감수하며 국가 암 검진 외의 비지정 기관의 건강검진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암 검진의 의학적 원리와 특징을 알면 고가의 검사가 반드시 더 좋은 검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검사를 통하여 암을 무증상 상태에서 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는지, 일찍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그로 인하여 치료 성적이 향상되어 해당 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개선되는지가 암 검진 항목의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폐암 검진에서 흉부 X레이 검사의 경우 촬영을 통하여 폐의 결절(덩이)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이미 상당히 폐암이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암 검진으로서의 효과는 거의 없다.
또한 특정한 검사가 특정한 암을 정확하게 특이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진료나 검진에서 종종 시행하는 종양표지자 검사 중 CEA, CA19-9 같은 항목들은 여러 종류의 소화기 및 복강의 암에서 상승하는 것 외에도 장이나 담관계의 염증 등 암이 아닌 경우에도 상승할 수 있으며 또한 실제 암이라도 모든 환자들이 종양표지자 검사 값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므로 암 검진에 있어서는 적절한 항목이라 할 수 없다.
모든 암종에서 암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생존율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짧은 시간에 급성으로 발생하는 백혈병 환자들의 경우 불과 서너 달 전 검진과 혈액검사에서 정상 소견이었던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처럼 발병의 양상 자체가 조기 발견이 사실상 어려운 암종이 일부 존재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암 검진 검사란, 조기 발견의 효능이 있고, 특정 암종을 진단하는 데 특이성이 있으며 이를 통하여 실제 생존율의 향상이 입증된 검사들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암 검진은 이런 조건들을 만족하는 필수 항목들로 구성되는데 40세 이상 남녀에서 위암 검진을 위하여 위내시경 검사(실시하기 어려운 경우 위장조영검사), 만 50세 이상 남녀에서 대장암 검진을 위하여 매년 분변잠혈검사, 40세 이상 여성에서 유방암 검진을 위하여 2년마다 유방 촬영검사, 만 20세 이상 여성에서 자궁암 검진을 위하여 2년마다 자궁경부 세포검사,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하여 만 40세 이상의 고위험군에서 6개월마다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 등이 그 예이다.

4. 너무 많거나 정교한 검사가 가질 수 있는 위험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검사법이 더욱 정교해진 것은 물론이고 보다 민감하고 아주 작은 이상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검사법들은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다양한 상황에서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지침 설정을 위하여 유용하나, 암 검진에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도리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암세포가 일반 세포에 비하여 포도당 등의 영양소를 섭취하는 비율인 대사 활성도가 크다는 점을 이용하여 개발된 양전자 단층촬영(PET 혹은 PET-CT)은 암이 아닌 감염이나 염증 병변도 대사 활성도만 증가되었다면 영상에서 암과의 감별이 어려운 이상 소견을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하여 실제로는 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확진을 위하여 불필요한 추가검사들과 조직검사를 진행하게 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는 암 가능성에 대하여 염려로 정신적인 괴로움을 겪는 등의 문제가 드물지 않은 편이다.
근래의 유전체 분석 기술이 많이 발전함으로써 혈액검사에서 소위 CH IP(clonal hematopoiesis of indeterminate potential)이라고 불리는 특정 유전자들의 돌연변이를 가질 경우, 장래에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나 급성백혈병 등 혈액암의 발생 위험이 이를 가지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일견 CHIP 유전자의 이상을 암 검진을 통하여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문제는 해당 유전자를 가졌을 경우 혈액암의 위험이 좀 더 높다는 것이지 반드시 혈액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유전자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암을 예방하거나 조기 치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따로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있다.
따라서 만약 현재의 상황에서 CHIP 유전자 이상을 확인할 경우 환자는 암 발생의 위험이 보통 사람들보다 높지만 마땅히 따로 예방할 방법은 없다는 사실로 인하여 검사하지 않았으면 겪지 않았을 심적 고통을 겪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진단 기술의 발전만이 무분별하게 암검진에 적용되는 것은 도움보다는 해가 될 위험이 크며, 해당 진단법이 암 치료 성적 향상과 예방에 실제 기여하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선행되어 도움이 입증된 항목을 검사해야 한다.
 
5 . 국가 암 검진 사업

이와 같은 배경 하에 우리나라는 암의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하여 유익한 효과가 입증된 항목만을 선별하여 전 국민이 검진하는 국가 암 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만 40세부터 2년마다 한 번씩 받는 해당 검사로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충분히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이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암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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