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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호

게임 중독
  글·황미선 (교육학 박사. 한양대학교병원 원목)
중독은 중독 매개물을 탐닉하고, 열중하며, 몰두하여 나타난 결과로서 이 상태가 되면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보다 ‘중독 매개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테면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에서 게임 중독에 노출된 경우, 이것에 탐닉, 열중, 몰두하느라 아빠가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셨는지, 엄마가 시장에 가셨는지, 동생이 집에 있는지, 아내가 무엇을 하는지, 자녀가 어떤 상태인지, 가족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등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

게임 중독은 다른 표현으로 ‘사이버 중독’ ‘인터넷 중독’ ‘컴퓨터 중독’ ‘가상 중독’ ‘온라인 중독’ 등의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분류하는 ‘DSM-V’에 따르면 게임 중독은 아직 분류를 보류하고 있는 상태지만, 향후 인터넷 중독의 하위개념으로 게임 중독과 음란물 중독으로 분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아마 30년 전에 ‘게임 중독’이라는 단어나 개념은 없었을 것이고, 20년 전에는 ‘스마트폰 중독자’가 있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게임 중독은 새로운 중독인데, 이렇게 중독이란 것은 새로운 먹잇감을 찾고, 새로운 함정을 파서 인간을 그 늪에 빠뜨려 파멸에 이르게 한다. 앞으로 어떤 중독이 새롭게 생겨나고 인간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하고, 위협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중독에 노출되는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들은 유전, 질병, 애착실패, 고통회피, 만족추구, 부모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이를테면 게임 중독도 부모나 윗세대에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성향이 자녀에게로 이어져 게임 중독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정론적 입장이기는 하지만, 영유아기 또는 아동기에 부모와의 충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애착 결핍 또는 실패로 인해 아동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끊임없이 즐거운 대상을 추구하고 그것으로부터 만족을 얻으려는 시도에서 중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 청소년기 자녀들에게 있어서 학업 스트레스나 부모갈등, 부모자녀갈등, 형제갈등으로부터 오는 심리정서적 고통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뭔가 탐닉, 열중, 몰두하다가 중독이 나타나게 된다고 보는 이론도 있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는 부모가 스스로 조절, 통제 등을 할 줄 모르고 자녀에게 그런 모습을 노출했을 경우에 자녀는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보고, 듣고, 경험으로 배워서 자신의 중독적 욕구도 조절, 통제하지 못하고 방임하여 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임 중독도 이런 입장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중독심리학자 왓터스(Watters)에 따르면 게임 중독에 노출되는 심리적 원인에 대해서 네 가지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 네 가지는 첫 자를 따서 ‘HALT’라고 한다. 여기서 H는 ‘Hunger(허전함)’이다. 심리적 허전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중독에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A는 ‘Anger(분노)’이다. 이는 일종의 공격적 에너지이기도 한데, 마음속에 생기는 분노의 정서, 힘, 역동을 게임에 몰두함으로써 투사 또는 환치대상을 찾아 해소한다는 의미이다. L은 Loneliness(외로움)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지음을 받아 외로움, 고독, 고립 등은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작용한다. 게임 중독자들은 실존적이고 대면적인 교류, 대화에 취약하고 자신의 외로움을 게임을 하면서 해소하게 된다. T는 ‘Tiredness(피로)’이다. 게임 중독자들은 게임의 승리,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기꺼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금전, 시간, 관계, 수면, 학업 등)들을 양보하게 된다. 그래서 게임을 하고 나면 신체적, 심리정서적으로 몹시 지쳐버리고 피로에 노출된다.

모든 중독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게임 중독에서도 마찬가지로 중독에 노출된 사람들은 중독 대상에 대한 (1) 은닉화 (2) 최소화 (3) 일반화 (4) 합리화 (5) 정당화가 나타난다. 이를테면, 은닉화는 게임을 부모나 배우자 몰래 한다든지, 하고도 안 한척한다든지, 그것을 하기 위한 돈을 몰래 확보하는 행동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의 경우에 부모, 또는 배우자가 엄한 체벌과 훈육, 엄격한 태도를 취하면 취할수록 은닉도 더욱 교묘해진다. 그래서 많은 경우 게임 중독자 가족들은 거짓말을 많이 듣게 된다. 최소화는 게임 중독 폐해를 애써서 축소하는 것으로써 이런 과소평가로 자신의 중독 상태 및 중독 행위의 심각성을 희석시킨다. 이를테면 “시험 끝나고 스트레스 때문에 인터넷 게임 한두 번 했다.”라든지 “친구들하고 1시간 밖에는 안 했다.”든지 자신의 행동을 축소한다. 일반화는 자신이나 가족들에게 중독대상의 보편성을 설득하는 것이다. “친구들 중에 게임하지 않는 애들은 하나도 없다.”든지, “다른 애들은 기본적으로 5시간이나 한다.”라는 말을 통해서 자신의 행위를 일반화시킨다. 합리화는 게임 중독을 옹호하는 생각과 말이다. 즉 “게임은 많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도둑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비합리적인 논리로 가족들을 납득시키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당화는 게임 중독 현상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불가피성에 대한 변명을 하는 것이다. 게임 말고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타당성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 중독은 그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되다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현실과 가상현실 간의 혼란이 나타나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게임이 가상현실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의지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그리고 사람을 죽일 때 그 묘사나 상황이 매우 잔인하게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것들이 문제이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하면 사람은 잔인성을 최초로 접할 때만 잔인하다고 인식할 뿐, 빈도가 높아지면 잔인성을 갖지 못하게 되는 자극포만 현상이 나타나거나 더 잔인한 상황을 접해야 비로소 잔인함을 느끼는 심리적 내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심리적 내성은 모든 중독에서 문제가 되지만 게임 중독에서는 심각하다. 그래서 자극으로부터 반복, 자극의 포만, 더 큰 자극, 더 강력한 자극을 추구하다가 중독에 빠지고 그 중독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게임 중독의 폐해는 게임이 단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하나의 스토리나 맥락화된 프로그램을 마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간 동안에는 다른 창조적인 어떤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많이 움직이지 않는 고정적인 특정 자세를 취함으로써 신체에 오는 피로도 문제이거니와 게임을 하는 동안 배우자, 가족, 친지, 친구들과의 의미있는 교류와 대화, 친교 등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가족끼리 외식이나 나들이 기회가 있더라도 게임 중독에 노출된 가족이 있다면, 하루 종일 게임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외출하는 것을 거부하며, 다양한 거짓말로 집에 잔류하려고 한다.

대부분 중독에 노출된 사람들은 중독 매개물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게 되는데, 기독교 신자의 경우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도 기도하고, 성경 읽거나, 예배드리는 시간을 아까워할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는 부모가 어느 정도 중독을 통제 또는 제재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되지만 성인이 게임에 노출된 경우에는 통제, 제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쉽게 또는 심하게 중독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모든 중독자들이 동일한 착각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중독심리학에서는 ‘중독자의 오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초기 일부의 순간이 지나면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중독에 빠진 후 폐인이 된 자신을 보고 한탄하기보다는 기도하며 주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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