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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호

피로란 무엇인가?
  글·이왕재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사전적으로 ‘피로(疲勞)’의 의미를 살펴보면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이라고 기술되어있다.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 설명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면 피로의 참의미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과로’라 함은 지나치게 일을 했다는 뜻이다. 즉 힘(에너지)을 너무 사용하였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힘의 고갈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몸이 지쳐 힘듦’의 상태에 놓인다는 설명이니 결국 피로란 ‘힘(에너지)이 부족한 상태 시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지만 많은 운동 또는 활동 후에 오는 피로감이 사전적으로 설명된 피로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좀 더 근원적인 생명현상을 학문적으로 고찰해보면 생명현상의 한 중심에 ‘힘(에너지)’이 위치하고 있음이 너무도 잘 알려져있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는 힘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원(대표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호흡을 통해 그 에너지원을 태워 힘을 만들게 해주는 산소를 어떤 형태로든 호흡이라는 과정을 거쳐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순환기를 통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각 세포 하나하나에 전달된 탄수화물과 산소는 화학반응을 통해 ATP의 형태로 저장형 에너지로 변환되고 그 에너지의 힘으로 생명현상이 유지되는 것이 원론이란 이야기다. 그러니 좀 더 생화학적인 바탕으로 피로를 정의한다면 ‘만성적으로 힘의 원천이 되는 탄수화물 등의 에너지원이나 이를 에너지화하는 산소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몸의 불편한 증상’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실제 우리 삶을 돌아보면 현대인치고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실상 많은 경우 피로감이 앞에서 설명된 에너지의 부족내지는 고갈 때문인데 그것이 일시적이기 때문에 쉬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해줄 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쉼을 통해서 에너지가 재충전이 되어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를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전자를 정상적 피로감이라 굳이 표현한다면 후자는 병적 피로감이라 표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특집 난에서는 병적 피로감에 대해서 전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다. 실제 임상적으로 거의 모든 질환의 공통 증상으로 피로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피로의 정의들을 되새겨볼 때 환자(병적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이 느끼는 것은 피로의 증상임을 알 수 있는데 분명 힘이 고갈되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 그 이유를 분명하게 알 때는 그 이유를 해결하면 피로의 문제가 해결되지만 그 이유를 모를 때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감기의 증상에는 반드시 피로감이 들어간다. 왜 피로할까? 감기바이러스가 유발한 상기도의 염증 때문에 기도를 통한 공기의 유입이 건강한 때보다 원활하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감기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반응인 염증반응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니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에너지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불편함을 느낄 만한 에너지 부족 상태가 유발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벼운 소화불량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제일 먼저 느끼는 증상은 노곤함이다. 즉 피로감이 가벼운 소화불량 때의 주 증상인 것이다. 그 근거는 말할 것도 없이 정상적으로 잘 소화되어 에너지원이 제대로 공급되다가 소화 장애로 인해 일시적이나마 원활한 에너지원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에너지 부족 상태가 유발되고 그로 인해 피로감이 유발된 것이다.

당뇨환자들의 예를 들어보자.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번에는 인슐린의 부족이나 기능장애로 혈중의 에너지원인 포도당(탄수화물)이 에너지가 필요한 세포에 충분히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부족에 의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또 다른 대표적 만성질환 중의 하나인 암 환자들을 살펴보자.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힘이 없음이다. 무기력증이다. 피로 증상의 대표적인 것이라 생각해볼 때 암세포들이 일으킨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이 정상세포들에게는 에너지 고갈 상태로 나타나게 되고 그 결과 정의에 의한 피로감이 환자들을 엄습하는 것이다.
이렇게 열거된 질환들은 그 질환의 완치여부를 떠나서 질병의 실체가 어느 정도는 밝혀져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그 질병의 실체를 해결하는 순간 피로감의 문제는 해결된다. 문제는 현대의학의 각종 발달된 진단의 장비를 가지고도 그 질병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로 지속되는 피로감이 문제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 병적인 이유가 분명 있음에도 진단이 안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는데 임상적으로는 그 지속기간에 따라 임의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지속성 만성피로라 하고 더 지속되어 6개월 이상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만성피로라 정의하는데 이에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들은 이어지는 글들에서 언급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정신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피로에 대한 것인데 이 역시 앞에서 설명된 에너지 부족 상태가 유도되면서 피로가 유발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을 지적하고 싶다. 그 직접적 이유가 정신을 지배하는 구조 혹은 기능의 문제에서 온다는 원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싶다. 역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들에서 도움을 얻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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