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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호

식곤증
  글·박일환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에 피곤함을 느끼고 졸음과 업무능력이 감소함을 경험하는 것은 흔히 있는 현상이다. 식곤증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생활에서 친숙한 현상이지만 식곤증의 생리적 기전을 명백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직 쉽지 않다.

식곤증에 관한 연구들 간에도 이견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식곤증 현상은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이나 점심 식사량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이해하고 있다. 오히려 식곤증 현상을 식사와 관련된 현상보다는 생체의 하루주기리듬(circadian rhythm)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는 주장들이 많다.

즉 하루 중에 생체가 수면과 각성의 리듬을 반복하는데, 밤 시간에는 수면 상태를 유지하다가 아침 8시 경에는 최고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이후 수면 상태가 서서히 증가하다가 오후 2시경에 수면 상태가 정상을 이룬 후에, 저녁 8시경까지 다시 각성 상태가 강해지고, 오후 8시가 지나면서 수면 상태가 빠르게 진행되어 취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면과 각성의 하루 주기리듬에서 오후 2시경에 이루어지는 수면 상태의 작은 피크가 식곤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면과 각성의 생체 주기리듬은 뇌파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잘 설명되고 있다. 즉 점심 식사 후 오후 시간에는 수면 잠복기가 짧아지고 수면 상태와 연관된 서파(slow wave)가 강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뇌파를 이용한 연구들은 수면과 각성의 생체 주기리듬이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것도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에서는 식곤증이 심한 반면에 다른 사람에서는 오히려 낮 시간 동안 각성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 뇌파를 이용한 연구에 의하면 아침형의 사람들에서는 식곤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즉 오전에 각성 상태가 빠르게 시작되는 유형의 사람들에서는 정오 시간 이후에 피곤함과 졸음의 현상이 강하게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저녁형(올빼미형) 사람들에서는 다음 날 오전 각성 상태가 늦게 시작되면서 오후 수면 리듬이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저녁시간 늦게까지 각성상태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뇌파의 생체 주기리듬이외에도 식곤증의 기전의 설명이 다양하다. 오후 이른 시간에 부신 피질 호르몬 수준이 감소하여 식곤증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고, 오후 이른 시간에 체온이 감소하게 되어서 식곤증이 온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곤증 현상을 수면과 각성의 생체 주기리듬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식사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될 경우에 장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고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분배의 변화에 의해 식곤증이 온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젊은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모의 운전시험을 한 연구에서 운전사들이 운전 전날에 5시간 동안만 제한 수면을 취한 상태에서, 시험군에서는 3배의 칼로리의 식사를 하게 하고 대조군에서는 가벼운 점심 식사만을 하게 한 후에 오후 2시부터 단조로운 모의 운전을 하도록 하였다. 시험 결과로는 무거운 점심 식사를 한 운전사군에서 가벼운 점심 식사를 한 군에 비하여 주행 착오 횟수가 의미 있게 많았고 주관적인 졸림과 뇌파 검사에서의 수면 상태의 증가가 더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결국 식곤증 현상은 생체 주기리듬 뿐만 아니라 이전 저녁의 수면 상태, 해결해야 할 과제의 내용, 식사량 등의 영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상인이 아닌 경우에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섬유 근육통, 심부전, 우울증 등의 만성적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에 식곤증이 더 심하게 올 수 있다. 한 관찰연구에서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에서 지속적 양압 호흡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식곤증이 심하게 오는 것을 보고하였다.

식곤증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이루어졌다.
오후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다. 정오를 지나 15~45분 정도의 낮잠을 자는 것은 오후 시간의 피곤함 방지와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수 초간 매우 짧게 졸음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효과가 없었고, 또 너무 장시간의 낮잠을 자는 것도 수면 관성에 의하여 오히려 효과적이지 못하였다고 한다. 20대의 젊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오후 시간 직전에 20분간 낮잠을 자게 한 군이 그렇게 하지 않은 군에 비하여 주관적인 졸림과 피곤함을 개선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고, 뇌파 검사에서도 각성 상태가 잘 유지되었다. 그러나 객관적인 일의 수행 평가에서는 시험군과 대조군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임상시험을 위한 세팅에서 이루어진 연구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비교적 젊은 여자 대학생들에 대한 설문조사연구에서 일주일에 1~2회 식곤증으로 인하여 30분 이상 낮잠을 자는 군과 이런 낮잠을 자는 습관이 없는 군을 비교했을 때에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는 군에서 주관적인 졸림과 피곤함을 더 심하게 느꼈고 낮 시간의 작업 수행 능력이 오히려 감소하였다.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 음료를 마시는 것의 각성 효과에 대한 연구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2시부터 1시 사이에 표준 점심 식사를 하고 카페인 50mg(인스턴트 커피 1잔 정도)을 마신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비교했을 때에 카페인을 마신 군이 점심시간 이후의 주관적인 각성 효과나 작업의 수행 평가에서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한 잔 정도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은 복용 후 30분 정도 피곤함과 졸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었으나 카페인의 반감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2시간 이상 지속되지는 않아서 작업의 수행 효과는 2시간 이후에는 감소하였다. 카페인을 마신 군에서 복용 30분 후에 맥박과 혈압이 의미 있게 상승하였고 2시간 후에는 맥박과 혈압이 대조군과 유사해졌다.

식곤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밝은 광선을 비추는 것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광선 효과는 낮잠을 자는 효과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밝은 광선을 비춘 군에서 침침한 광선을 비춘 군에 비하여 주관적 졸림과 피곤함이 덜했고 작업 수행 능력이 더 양호하였다. 

하루의 생체리듬을 따라 잠을 자고 잠에서 깨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다. 시편에도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라고 말씀하신다. 하루 수고하는 중에 잠시 오수(午睡)를 즐기는 것도 하나님의 사랑하심이 아닐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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