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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호

건강한 부부
  글·안경승 (아세아연합신학대학 기독교상담학 교수. 높은뜻광성교회)


이천여 년 전에 세워진 만리장성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국의 대표적인 유적 중 하나이다. 한 신문 지면을 통해 전해지길 20여쌍의 중국인 남녀가 만리장성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자연과 역사의 온갖 소용돌이 속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견뎌왔던 그 성과 같이 자신들의 가정이 굳게 세워지기를 소망하며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만리장성에서 결혼’한 것이 가정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비결이 될까 의문이 생기기는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건강한 부부로 시작하기를 원하는 마음은 이해할 만하다. 그만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부부가 생각보다 적잖게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부부 상담을 해온 한 상담자는 세 쌍 중 한 쌍 정도만 온전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남은 두 쌍 중 한 쌍은 이혼했거나 이혼 위기에 있고, 또 다른 한 쌍은 그냥 한 지붕 밑에서 표면상의 결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신앙이 없는 가정의 현실만은 아니다. 많은 기독교인 가정 역시 부부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반적으로 두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그 후의 삶까지 풍성하게 하는 요소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다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결혼생활에서 기쁨과 고통, 사랑과 상처는 불가피하게 찾아온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과 결혼을 지켜가는 사람들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예상해야 하고 상처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단체들은 결혼예비학교나 부부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정의와 의미, 혼수, 남녀 차이, 관계분석, 성(性), 재정, 신앙, 시간관리, 부부대화, 갈등해소, 양가 가정과의 관계 등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지는 것을 본다. 결혼을 올바르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갈등과 상처를 미연에 예방하고 해결하는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배울 수 있도록 시간을 내고 배운 대로 실천하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는 부부관계를 건강하게 하는 요소 중에 조금 더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에 초점을 모아보려고 한다. 본래 결혼과 가정을 만드신 분인 하나님의 의도와 뜻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남녀가 사랑하고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을 제정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당연히 그분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가정을 위한 흔들리지 않는 비법이 된다. 이 비결을 알고 지켜가는 것이 지혜롭고 건강한 부부로 성장하는 것이다.

부부를 위한 하나님의 원리 중 하나는 “뽑고 심는 것”(렘 1:10)이다. 부부생활에는 뿌리째 뽑아내야 하고 허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뽑고 허문 곳에 심거나 세워야 할 새로운 것들이 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결혼생활을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으로 그려봐야 한다. 갖가지 종류와 온갖 색깔의 꽃과 화초가 잘 가꿔진 정원을 보면 마음도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화초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런 온전한 정원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관심과 수고가 뒤따라야 한다. 땅을 고르는 일, 화초와 씨를 심기 위해 구멍을 파는 일, 화초의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물을 주는 일, 잡초를 뽑는 일, 시든 꽃들과 죽은 잎들을 잘라내는 일 등 이 모든 수고가 있어야 아름다운 정원이 자리 잡게 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관계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만남이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다. 에덴동산의 최초의 가정이 보여주듯이, 가정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는 부부로 출발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와 함께 했던 시간보다 부부로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런 부부관계를 위해 정원을 손질하듯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생생하게 살아있고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방심하고 무관심한 것은 결혼생활 내내 주의해야 할 자주 하는 실수이다.

잘 정돈되고 깨끗한 시설에는 벽면 한 곳에 정기적으로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점검했는지 표시하게 하는 점검표가 있다. 가정 역시 매일매일 점검해보아야 한다. 적절한 곳에 심어졌는지? 정기적으로 물을 주었는지?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는 수고를 하고 있는지? 이것은 거창한 어떤 것을 하는 것이 아니고 관심과 애정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는 것, 예상치 못한 저녁 데이트,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것 등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부부관계에서 사소한 듯 보이지만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한 부부치료사가 부부의 친밀감 향상을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 있다. 부부간의 애정을 확인하고 서로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만드는 작지만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 배우자가 집에 들어올 때 표면적인 인사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것이다. 집에 있던 사람은 만사를 제쳐놓고 집으로 들어오는 배우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서로 안는 것이다.

또한 상대와 눈을 맞추는 것 역시 매일 실천해야 할 좋은 훈련이다. 실망하거나 화가 나면 우리는 흔히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상대에게 부정적 감정이 있을 때는 보는 것이 힘들고 특히 눈을 보는 것이 어렵다. 그만큼 눈은 솔직하게 많은 감정을 표현한다. 백 마디 말보다 눈빛이 오고 가는 것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기고 친밀감을 경험한다. 그래서 부부는 이야기를 나눌 때 눈을 쳐다보아야 한다. 

작은 것들을 소홀히 하고 방심하게 되면 그것이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소한 것이 갈등의 지뢰를 만들고 정원에 잡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각자가 본래 잡초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은 존재라는 사실이다. 매일 자신의 개인적인 잡초를 뽑아야 하는 죄인들이고 그런 죄를 결혼생활에 끌어들인다. 부부로 살다보면 내가 부족하고 상대방 역시 부족하다는 것을 곧 그리고 절실하게 발견하게 된다. 부지런히 뽑아내야 하고 그것도 지속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결혼생활의 생명력을 빨아먹는 거대한 뿌리를 가진 잡초 중 하나가 이기심이다. 이기심을 가진 사람의 특징은 일단 잡초가 있다는 생각도 안 한다. 문제가 있다 해도 내가 아니라 상대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심에 뿌리를 두고 자라나는 많은 것이 있는데, 특히 선한 것이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게으름이다. 게으름은 우리가 수고하지 않아도 건강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최선인 것보다는 나에게 편안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게으른 사람은 자신보다는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또한 무심함이 있다. 부부로 살아가면서 연애하던 때와 같이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애쓰지는 못한다.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상대에 대한 관심 역시 소홀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음을 편히 갖고 더는 애쓰지 않는다면 그것이 결혼생활을 정체되게 한다. 이전보다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연합하고 사랑하고 섬기고 있는지? 이전보다 더 다정하고 친밀한 애정이 있는지? 결혼생활이 건강할 수 있는 것은 남편과 아내가 결혼생활을 위해 애쓰기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심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께 대한 사랑을 심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 이전에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 부부가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 서로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하나님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그리고 그분의 계획, 뜻, 부르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함을 고백해야 한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계획을 저버리고 그 자리에 이기적인 무엇인가가 자리 잡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게 된다. 배우자가 날 위해 애쓰도록 하려는 대신, 내가 섬기는 방법을 발견하고 기뻐하고 만족할 것이다

더 나아가 씨를 심는다는 것은 성령의 열매가 자라도록 심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열매는 행복한 결혼생활에 필요한 성품을 알려주고 있다. 부부생활이 건강하기를 원한다면 이 목록을 기억하고 심어야 한다. 바로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이다. 이것이 자라가도록 묵상하고 깨닫고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사랑하며 기뻐하는 것이다, 상대의 잘못한 모습은 관용으로 품고 어떤 것은 용서하며 사랑을 지켜간다. 모든 일에 친절하며 정직하게 대하는 것이다, 노하기를 더디 하며 상처주지 않는 것이다. 부부로 살아가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열매를 지속적으로 심고 열매 맺어갈 수 있었다면 축복이다. 건강한 부부로 가정을 지켜갈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뽑아내고 심는 수고를 통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가정을 경험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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