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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호

쇼핑 중독과 중독에 대한 또다른 이해 그리고 자기 관리
  글·조성민 (심리학 박사. 마음산책 심리상담센터장)
저축만큼이나 소비도 미덕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갈수록 우리에게 익숙해지는 단어가 바로 ‘쇼핑’이다. 그리고 인간행동의 거의 모든 것에 ‘과유불급’이라는 선인들의 지혜를 적용할 수 있듯이, 그것이 과하여 문제가 생길 때 흔히 쓰는 말이 바로 ‘쇼핑 중독’이다. 그러나 ‘쇼핑 중독’이라는 진단명은 공식적인 진단체계(예를 들어, DSM-5 같은)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상태로 보면, 이 단어는 소비행위(쇼핑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사다’이다)와 관련하여 일탈적인 문제가 나타날 때, 특히 그것이 절제가 안 되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생각될 때, 우리에게 익숙한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여 그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흔히 쇼핑 중독이라고 불리는 문제적 현상을 가볍게 봐도 된다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다는 점은 분명히 인지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마땅할 것이다. 단지 이 글을 독자들이 ‘쇼핑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더욱 경각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지는 않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사실 필자는 독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은 독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공포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불필요한 공포심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쇼핑 중독이라는 표현을 어떤 때에 자주 사용하게 되는가?’를 짚어볼 일이다. 독자들도 언뜻 떠오르는 순간은 아마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액수나 빈도로 소비(구매)를 하거나 혹은 전혀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는 사람을 볼 때 “너 쇼핑 중독이니?”라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주게 되는 경우일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경제적 손실이나 피해로 직결되는 경우라면, 의심은 이내 확신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물어볼 일이다. 보통 사람들 중에 흔히 말하는 충동구매 혹은 수집광적인 구매행위를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질문이 다소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그래서 금력과 생산수단 그리고 미디어파워를 가진 이들이 끊임없이 소비충동을 자극하는 이런 사회에서, 자신의 주머니 사정이나 필요에 딱 맞게만 소비하면서 사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는 지속적인 소비가 없이는 존속될 수 없는 사회이다. 이러한 측면을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쟝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 ‘끊임없는 쇼핑’이라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어떤 소비행위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우리의 속성 자체를 문제로 보는 관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소유라는 제목으로 법정스님께서 설법을 해야 할 만큼 소유의 경험은 우리에게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반복하고 싶게 만드는 사건인 것이다. 문제는 나의 혹은 내 가족의 소비행위가 어느 순간 경제적, 심리적 타격을 주게 되는 순간, 즉 이건 “중독인가”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중독’이라는 현상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다. 중독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통제력 상실’이다. 즉,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고, 자신도 그만하고 싶으나 그렇게 잘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핵심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입장들 중에 대표적인 것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질병모델로서, 타고난 이상성 혹은 생후의 결정적인 생물학적 이상에 의해 특정 중독 대상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관점이다. 그리고 그 대상에 대한 중독적 행동은 인간의 의지만으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어서 유일한 대처방법은 그 대상에 절대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약을 안 하는 것이 답이다. 쇼핑으로 치면, 쇼핑 중독은 절대로 쇼핑을 하지 않는 것, 혹은 쇼핑을 하고 싶은 충동을 받을 만한 자극을 완벽히 회피하거나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무언가 답만 있고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러나 필요해서든, 광적으로 좋아해서든, 호기심에서든, 살면서 쇼핑을 전혀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따라서, 빠른 의사소통을 위해서 쇼핑 중독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으나 쇼핑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바라보는 관점만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부적응적 행동을 학습하여, 파국적인 습관이 형성된 것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 꼭 필요한 것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구매하여 소유하는 순간 심리적인 강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달달한 무언가를 준다는 의미이다. 옆에서 볼 때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개인은 문제적 쇼핑행위에서도 찰나적일지라도 심리적 보상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를 도울 수가 없다.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지만, 그것이 학습된 것이라면(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화된), 우리가 파국적 습관이 학습될 수 있다면, 역으로 다시 건강한 삶의 모습도 학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희망은 분명히 언제나 있다. 이쯤에서 중독적인 수준의 쇼핑 행동이라는 파국적인 습관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그 어떤 중독적 문제이든, 그 누구보다도 회복을 염원하는 사람은 재발을 반복하고 있는 당사자이다. 그들이 스스로 얼마나 간절하게 자신이 빠진 함정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볼 때 “변화가 없다, 또 그런다, 여전하다” 등으로 느끼는 데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우선 당사자조차도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회복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도 실패의 싸인으로 해석하며, 기나긴 회복 여정에 기운을 뺀다는 점이다. 중독적 문제로부터 회복은 오랜 시간 꾸준히 관리해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분들이 자기관리를 꾸준히 잘해나가는 경우에 건강한 생활을 하루하루 이어가듯이 말이다. 즉, 자신이 과도한 쇼핑의 문제가 있고, 그러한 파국적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의 습관적 행동이 나타나는 순간을 잘 알아차리고, 그 순간순간을 잘 벗어나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지, 살면서 다시는 쇼핑으로 인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임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완벽주의적인 목표를 세우면, 작은 실수에도 ‘문제가 또 재발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쉽고, 그렇게 되면 자신을 또 비난하고(가족은 그런 당사자를 비난하고), 그러면서 회복에 대한 희망을 놓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목표를 세우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일거에 완벽히 달성하며 사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목표를 세워도 잦은 실수와 재발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각종 중독 문제의 회복과정에서 거치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따라서 핵심은 자신이 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변화 동기를 늘 기억하면서 실수를 하거나 재발을 통해서는 배우되,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에 대한 유능한 자가-관리자가 되도록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마음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쇼핑을 과도하게 해 온 가족이 다시는 그런 문제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일거에 완벽하게 없어지기를 바라며, 작은 실수에도 당사자의 변화 동기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순간, 오히려 당사자의 재발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쇼핑 중독’이라고 공식적인 진단명에도 없는 문제를 진단적 용어로 부를 만큼 21세기 소비미덕사회에서의 과도한 쇼핑은 문제적 현상이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심각성을 인식하자는 의미에서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바라보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은 고쳐야 할 질병이 아니다. 이것은 늘 잘 관리해가야 할 파국적 습관이다. 당사자이든 가족이든 변화 동기를 품는 것은 중요하지만, 완전히 고쳐 놓겠다는 과도한 목표를 향해 빠른 스피드로 달려가려 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하루하루 조금씩 더 잘 관리하는 유능한 자가-관리자의 마음으로 천천히 관리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다. 마치 건강한 숲과 나무를 관리해나가는 산림관리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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