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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호

바늘로 코끼리를 죽이는 세 가지 방법
  글·김재욱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저서 ‘내가 왜 믿어야 하죠?’ ‘1318 창조과학 A to Z‘ 등)

1. 그들의 기도

무당이나 점쟁이 등 무속인에게 액운을 피할 묘책을 얻으려면 반드시 복채와 굿하는 값 등을 내야 한다. 이들의 처방이 가끔 통하기도 하지만 그리 신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만일 맞지 않으면 낸 돈은 어떻게 될까… 희한하게도 이 분야에는 환불제도가 없다. 왜냐하면 무속인의 잘못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이 잘 안 되면 대개 의뢰인이 주의사항을 잘 안 지켜서 부정을 탔다거나, 돈과 정성이 부족해 기가 미치지 못했다거나, 마음에 의심을 품어 신이 노했다거나 이런 것이 원인이다. 물론 처음에 말한 대로 잘되면 무조건 무속인의 공이다.

무속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솔직히 기독교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헌금 명목의 돈을 받고 예언 기도를 해 준다는 사람이나 기도와 안수로 병을 고친다는 사람, 특정 헌금을 얼마 혹은 일정 기간 동안 하면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잘되면 자기 덕이지만 안 되면 기도가 부족했거나 정성이 부족했다고 하면서 될 때까지 기도하며 새벽제단을 쌓거나 헌금생활을 꾸준히 하라는 식으로 말한다.

자, 바늘로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이 세 가지 있는데 무엇일까? 오래된 난센스 퀴즈이다.

1. 바늘로 한 번 찌르고 죽을 때까지 기다린다.
2. 죽을 때까지 계속 바늘로 찌른다.
3. 죽기 직전에 바늘로 한 번 찌른다.

이것이 왜 난센스인가?

코끼리를 죽이는 데 바늘이 기여한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 바늘로 죽였다고 우기면 실소가 나오는 난센스가 되는 것이다. 자기가 기도해주면 이루어진다는 장담이나 사적인 예언이 맞아떨어질 거라는 말은, 사실 나중에 이루어져도 그것 때문에 된 건지 원래 될 일이 때맞춰서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기도 부탁자가 입사 시험에 붙도록 그들이 기도를 해 준 뒤에 합격했다 해도 기도 때문에 붙은 건지 노력과 실력으로 붙은 건지 아무도 증명할 수 없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로 믿고 감사할 수는 있지만 특정인의 기도로 됐는지 솔직히 누가 장담하겠는가…

1. 일단 기도를 받았으니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2.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기도를 받는다.
3. 이루어지기 직전에 기도를 받는다.

이런 식의 난센스로는 그 사람들이 한 기도의 신통력이었다고 말하기가 애매할 것이다. 게다가 안 이루어지면 기도해준 사람의 탓이 되는 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


2. 우리의 기도

그런데 우리도 기도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신앙 경력이 꽤 됐다는 우리가 어릴 때나 초신자 때,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붙잡고자 하는 절망의 순간에 얼마나 순진하고 소박하게 기도의 힘을 믿고 의지했었는가…
이제는 머리만 발달해 핑계만 앞세우며 자기가 하나님인 양 이것이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 이미 판단해 놓고 하나님께 선심 쓰듯 기도를 하거나 결재서류 올리듯 자기를 위한 일들을 요구하지는 않는가. 판단과 진행은 내가 할 테니 하나님은 그저 서명만 하시라는 태도일 때가 참 많은 것 같다.
마치 아버지는 식물인간으로 눕혀놓고 자기가 뛰어다니며 아버지 도장으로 필요한 것을 다 하면서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 요식행위로 보고하는 정도일 때도 있는 것 같다.

왜 기도가 이렇게 됐을까…
기도해서 이루어진 것 같은 일도 있지만, 때론 그냥 있어도 어차피 됐을 일 같기도 하다.
코끼리는 죽었지만 내 손의 바늘은 무색한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우선 이것은 우리가 거의 모든 기도를 내 필요를 채우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내 필요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 하지만 내 필요도 나보다 하나님이 더 잘 아신다. 그런데 자기가 뭐든 결정하고 필요한 것을 청구서에 빼곡히 채우니 하나님의 공간은 서명란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즉 오늘 들에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풀도 하나님께서 이렇게 입히시거든, 오 너희 믿음이 적은 자들아, 하물며 너희는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구하지 말며 의심하는 마음도 갖지 말라. 이 모든 것은 세상 민족들이 구하나니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것들이 너희에게 필요한 줄 아시느니라. (눅 12:28-30)
이것이 우리가 외우다시피하는 기도에 관한 원리이다. 들에 자라는 풀도 챙기시는 분, 그 풀처럼 곧 아궁이에 던져질 악인조차 먹이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사람의 필요는 다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는데, 개개인의 소원이 다 응답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인간의 어리석은 머리로 생각한 ‘필요’는 악한 것과 해로운 것,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다 응답하지 않으신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일단 듣지만, 된다 안 된다 하는 응답은 알아서 한다. 때로는 “그래” 하고 응답하고도 실행과 조치는 다르게 한다.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황당한 것을 원하거나, 앞뒤 안 보고 떼를 쓸 때이다. 그와 같이 하나님은 알아서 우리의 기도를 선별하실 것이다. 다윗이 자기 원수를 죽여 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었을 때 하나님은 어떻게 조치하셨을까… 아마도 잘 들으신 후 ‘알아서’ 하셨을 것이다.
이처럼 매일 자기 필요를 구하면 어떤 것은 응답하시고 어떤 것에는 침묵하실 테니 무엇이 응답인지 기도한 입장에서는 판단이 서지 않고, 과연 코끼리는 왜 안 쓰러지는지, 쓰러져도 기도 때문에 쓰러진 것인지 애매해지는 것이다.
성도는 좀 더 거룩하고 진지한 목표를 위해 기도하고 영적인 일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자잘한 것들은 세상 민족들이 구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내 호구지책을 하나님이 방관하실까 의심도 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러므로 코끼리가 왜 쓰러졌는지 애매모호한 이유는 기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며, 하나님을 바늘처럼 하찮게 여기고 의심한 우리의 작은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자기가 필요한 것을 일일이 기도로 결정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고하지 않으면 큰 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하면 된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이 그런 뜻이라면 잠도 자면 안 될 것이다.
모든 일을 기도제목으로 만들면 우리는 이루어진 것에는 감사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기보다는 원망하게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자기 필요를 놓고 기한과 조건을 담판 짓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하나님 뜻에 맞게 열심히, 바르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뜻대로 안 되면 자기 기도의 부족으로 자학하는 신앙인이 많은데, 100명을 뽑는 곳에 똑같이 기도하는 천 명이 왔는데 남은 떨어지고 내 자식만 붙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면서 나의 기도제목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실수하지 않고 자기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해 정당하게 붙기를 바라는 것이 옳을 것이다.

3. 하나님의 계획

그런데 하나님은 저 세 가지 방법 모두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사용하시기도 한다. 왜냐하면 소위 기도 능력자에게는 저것이 난센스나 핑계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전능자에게는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 주 하나님이여! 보시옵소서. 주께서 주의 크신 권능과 뻗은 팔로 하늘과 땅을 만드셨사오니 주께는 너무 어려운 일이 없나이다. (렘 32:17)

이와 같이 우리 주님은 전능하신 분이다. 그분의 능력은 바늘이 아니지만 언제나 큰 칼만 필요한 것이 아니듯이 그것이 바늘로 느껴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1. 필요한 때를 아시고 기도한 후에도 오래 인내하게 하신다.
2. 이루어질 때까지 마음의 소원을 품고 기도하게 하신다.
3. 모든 일을 예비해 놓으시고 기도하면 허락하실 때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른 기도, 주님의 마음에 합한 기도, 의로운 기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며 화평을 구하고 그것을 따르라. 주의 눈은 의로운 자들 위에 거하며 그분의 귀는 그들의 기도에 열려 있으되 주의 얼굴은 악을 행하는 자를 대적하느니라. 너희가 선한 것을 따르는 자들이면 누가 너희를 해하리요? (벧전 3:11-13)
기도의 남다른 효험을 지닌 자는 없다.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며 그분은 의로운 자의 기도를 들으실 뿐이다. 바늘을 쥐고 코끼리 앞에 선 것처럼 초라해질 때도,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것 같을 때나 바로 응답이 오는 것 같을 때도 흔들리지 말고 하나님의 계획을 믿으며 자기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성도이다.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은 온전히 서고 끝내 승리할 것이다. 그 계획 안에 우리의 생명이 있음을 알고, 기도하되 낙심하지 않으면 허공으로 흩어진 것 같은 우리의 모든 기도가 어디로 갔는지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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