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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호

각자 듣고 싶은 대로 들으니 문제
  글·김종철 (수필가. 충남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마중물교회. )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듣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듣고 싶거나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선택적으로 듣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장소와 시간에 함께 있었어도, 또는 단둘이 깊은 대화를 나눴어도, 개개인이 들은 내용을 나중에 말할 때 서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이 한 몸 되어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해온 부부도, 동일한 사람에게서 같이 들은 내용이 전혀 다르게 지각·인지되어 서로 거짓말을 한다고 부부 싸움을 크게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영묘(英妙)한 힘을 지녀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전부 다 정확하게 느낄 수는 없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오감(五感)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복잡한 정보 분석을 통해 한순간에 상대·대상의 실체(實體)나 실상(實狀·實相)을 100% 온전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인간의 정보 처리능력이 완벽하지 못하여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 홍수 속에서 허덕이면서도, 자기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자기 나름대로 처리하곤 한다. 외부로부터 들려오는 여러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존 인지(認知) 체계와 일치하거나 자신에게 유리·유익하게 들리는 것만 골라서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파티 개최 장소, 나이트클럽, 공사장, 시장 바닥 등에서도 자기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지각(知覺)하고 주의(注意)하기 때문에, 그 엄청난 소음(騷音) 속에서도 각자가 필요한 만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방해 요건이 많은 주변 환경에 개의치 않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 혹은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한다.
시끌벅적한 칵테일파티(cocktail party) 장소, 연회장(宴會場), 잔칫집, 운동경기장, 전통(傳統) 시장, 저잣거리, 차도(車道), 보도(步道) 등에서는 수많은 소리들이 마구 섞여 뒤죽박죽이 된 채 귀에 들어오기 때문에 엄청나게 소란스럽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때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우리의 감각기관이 다 수용·처리할 수가 없어, 소위 과부하(過負荷)가 자주 걸린다. 이렇게 불협화음(不協和音)·잡음(雜音)처럼 들려 특별히 자기 귀에 감지(感知)되는 정보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자기나 자기 가족 이름을 부르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는 얼굴과 고개를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보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적어도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주최자와 참석자가 많아 쉴 틈 없이 북적대는 칵테일파티 장소에서도 유독 내 귀에 쏙 들어오는 소리는, 내가 평소에 잘 아는 말이나 내가 특별히 좋아하고 유념(留念)하고 신경 쓰고 관심을 가지는 내용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가 듣고 싶은 내용의 한 가지 대화만을 집중해서 듣게 되고, 나머지 소리는 잡음·배경음(背景音)으로 처리한다. 마구 섞인 군중의 소음 속에서도, 누군가가 자신의 관심 분야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기가 인지한 내용을 의식적으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끄러워서 대화하기조차 힘든 칵테일파티 장소에서 일어나는 선택적 지각·주의라는 심리적 현상을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일컫는다.
위와 같은 심리 현상들은 ‘자기 관련(關聯) 효과(self-referential effect)’, ‘연회장 효과’, ‘잔칫집 효과’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양한 명칭을 지닌 이런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아무리 마구 뒤섞인 목소리·소리가 자기 귀로 들어와도, 특정한 음원(音源, sound source)에 주목·집중하면, 그 사람의 두뇌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한 목소리·소리만 골라서 그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는 우리에게 청각적인 ‘잔향(殘響) 기억’과 시각적인 ‘영상(映像·影像) 기억’이라는 두 가지의 ‘감각(感覺)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참고로, 잔향 혹은 여향(餘響)이란, 실내의 발음체(發音體)에서 생성되는 소리가 울리다가 그친 뒤에도 남아서 울리는 소리의 여운(餘韻)을 말한다. 칵테일파티 효과는 인체의 감각 기억 중에서도 특히 잔향 기억이 강해서 발현(發現·發顯)되는 현상이다. 소리가 뒤범벅이 된 연회장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이렇게 잔향 기억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학원 등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수업 집중 비결 중의 하나인 예습(豫習)에도 상기의 효과가 적용된다. 매일 반복되는 수업 시간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교육이 교사·교수에 의해 ‘빅 데이터(big data)’처럼 누적되면서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흥미롭게 여기거나 깊이 파고들고 싶어 하거나 제법 혹은 익히 잘 아는 내용은 자기 귀에 쏙쏙 들어오기에, 자신이 잘 주의해서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상기 효과에는 단점·약점·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 자기 비하(卑下)나 열등의식(劣等意識)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은,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무심·무관심한 행동조차 자신을 빈정대고 욕하고 비난·무시·멸시한다고 엉뚱하게 받아들여,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깊이·많이 만들어 간다. 소위 망상증(妄想症)을 앓는 정신 질환 환자들은 자신의 모든 지각을 선택적 지각으로 대치·변환·치환해버리는 경향이 크다. 자신의 사고·감정·논리에 맞춰 아전인수(我田引水) 혹은 일방적·편향적(偏向的)으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따지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진실·상황·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또한 아파트나 연립 주택 등 공동 주거지(住居地)에서 벌어지는 층간(層間)소음(騷音)의 경우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밀집 건축물의 상하(上下)와 사방(四方)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 심지어 살인까지도 초래하는 일이 적지 않으니까, 엄청나게 안타깝기만 하다. 여름의 매미 울음소리, 가을의 귀뚜라미 우는 소리, 시도 때도 없이 음산하게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 등에 신경이 예민해져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도, 이런 효과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간 부부 생활을 한 배우자 사이에도 이런 효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대방에 관해서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속속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내용의 대화가 부부 사이에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배우자에게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선별해서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배우자가 한 말 전체를 귀담아들으면서 그 진의(眞意)를 파악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자극하는 몇 마디 말에만 집중하는 우(愚)를 범하곤 한다. 그 말로 인해 자존심이 상해서 악감정(惡感情)을 가지게 되면 부부 사이에 틈새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 어떤 책·글·기사(記事)를 읽을 때에 전체 문맥(文脈·context)을 살피지 않고 자신에게 관심이 가는 몇몇 본문(本文·text)에만 집중하다보면, 전혀 다른 해석을 하여 오해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7년 연애 끝에 결혼한 지 37년이 되는 우리 부부도 이런 효과의 영향권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서로 참되게 사랑하는 속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자만(自慢)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독(毒)이 되어 화(禍)를 초래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어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 사이에 종종 언쟁이 다시 벌어지면,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후에, 우리가 오래 전에 맺은 ‘부부 공동 서약’을 다시 떠올리면서 마음의 상처와 앙금을 없애도록 노력한다.

1.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자.

2. ‘전설의 고향’에 가자고 엉뚱하게 말해도 ‘예술의 전당’으로 함께 가자.

3. 혹시 한쪽이 상대방의 마음을 찌르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히고 상처주고 흠집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일순간의 단순한 실수·과오로 취급하자.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하고 목숨까지도 내어 줄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내 배우자이니까.

어느덧 4월이다. 박목월(朴木月, 본명은 박영종·朴泳鍾) 작사(作詞) 김순애(金順愛) 작곡(作曲)의 우리나라 가곡(歌曲) ‘사월(四月)의 노래’가 떠오른다. ‘1.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Werther)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2.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아래서 별을 보노라. (후렴)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없는 무지개 계절아.’라는 가사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4월은 유난히 목가적(牧歌的)인 달이기도 하다.
그 ‘넉 사(四)’자의 발음이 ‘죽을 사(死)’와 동일하게 들린다고 해서, 굳이 ‘사’자(字)를 기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제는 ‘자기 관련 효과’처럼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 옹졸하게 선택적으로 나쁘게 듣는 편협(偏狹)에서 벗어나자.
깊이 따져 보면, 오래전부터 아라비아 숫자 ‘4’는 이 땅에서 완전한 숫자로 자리매김하였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의 네 방향인 사향(四向)과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절(四季節)을 지칭하는 길수(吉數)로 여겨졌다. 구기(球技)인 야구(野球)에서 제일 인기 있고 중요한 선수는 4번 타자(打者)이다. 행운을 상징하는 토끼풀 클로버(clover) 잎도 반드시 네 개이어야만 한다. 두 팔과 두 다리인 사지(四肢)와 머리와 몸까지 합친 사대육신(四大六身)이 멀쩡하면 건강하여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효(孝)·제(悌)·충(忠)·신(信)의 네 가지 도덕 행위인 사행(四行)을 잘하면, 지금도 이 지구촌 어디에서나 훌륭한 인격자나 지도자로 존경을 받는다.
올 4월부터는 4월을 ‘사망(死亡), 사고(事故)뭉치, 사고무친(四顧無親: 의지할 데가 도무지 없음), 사기(邪氣: 요사스럽고 병나게 만드는 나쁜 기운), 사기(詐欺), 사교(邪敎: 그릇된 교리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 종교)의 달’이 아닌 ‘사색(思索), 사고(思考), 사랑, 사모(思慕), 사교(社交), 사교(師敎: 스승의 가르침), 사군자(四君子: 고결한 매화·난초·국화·대나무), 사군자(士君子: 덕행이 높고 학문이 깊은 사람), 사슴의 달’로 만들어 가자!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데서 벗어나, 듣기 싫은 것도 들을 줄 아는 성숙한 사람으로 자신을 개조(改造)해 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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