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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호

교만-하나님 앞에서 뻣뻣하게 맞서는 태도
  글·전요섭 (성결대 기독교상담학 교수. 교육학 박사)

이 세상에 교만이 없는 곳은 어느 곳에도 없을 정도로 마귀는 그 대상과 장소를 막론하고 우리의 마음속에 ‘교만’이라는 가라지를 심어놓고 신앙의 농사를 망치게 한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교만에 대한 교훈은 대표적으로 욥기 22장 29절 “하나님은 거만한 자의 교만을 낮추신다”는 말씀이 있다. 잠언 6장 16절 이하에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죄의 목록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교만한 눈’을 미워하신다고 기록되어 있다. 잠언 15장 25절에는 “여호와는 교만한 자의 집을 허신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그가 사는 집(house)이 무너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만한 자가 이룩해 놓은 실적, 공적, 공로라는 집을 짓고 그 속에서 누리며 사는 그것을 허신다는 의미이다.
신약성경에는 마태복음 23장 12절에 예수님 가운데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리라”고 말씀하셨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이른바 ‘사랑장’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사랑은 교만하지 아니하며…”(고전 13:4)라고 기록하였다. 베드로전서 4장 5절에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신다” 등의 구절에서 성경은 시종일관 그리고 매우 분명하게, 아주 단호하게 교만하지 말 것을 교훈하고 있다. 구약성경에 ‘교만’이라는 단어는 113회 언급되고, 신약성경에는 14회 언급되어 있다. 왜 하나님은 교만한 사람을 싫어하시고 물리치시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 신학자 존 트랩(John Trapp, 1601~ 1669)은 다른 죄들은 모두 하나님 앞에서 숨고, 도망가고, 피하고, 속이는 죄지만 교만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잘났다고 하나님께 뻣뻣하게 맞서서 대드는 죄이기 때문에 ‘가장 나쁜 죄’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셔서 받은 것인데 자신이 잘나서 얻은 것처럼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것은 명백하게 교만에서 나온 생각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부정하고 하나님께 대드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가만히 두실 리가 없다.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그런 행동이 교만이다.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기도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도는 불필요한 것이다.
창세기 3장 5절에 아담과 이브가 최초로 범죄하게 되는데, 이때 사탄이 그들에게 “하나님과 같이 된다”는 말에 그들이 혹해서 죄를 짓게 되었다. 교만이 인간을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했고, 교만이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리게 했으며, 교만이 인간의 평안을 앗아간 것이다.
신명기 8장 11절에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게 되지 않도록 삼갈지어다”라고 기록했다. 그리고 12절~14절에 “네가 먹어서 배불리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하게 되며 또 네 우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두렵건데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하노라”고 기록하고 있다. 돈 생겼다고, 배부르다고, 권력 잡았다고, 계급이 높아졌다고 교만하여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하나님 없이도 살 것 같다는 사람을 하나님이 가만히 두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늘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기억하고, 의지하는 것이 교만을 대적하는 첫 걸음이다.
어거스틴은 모든 죄의 근원은 바로 교만이며, 이는 ‘영적 질병’이라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Oxford)대학교 교수였던 C. S. 루이스(Clive S. Lewis, 1898~1963)는 사탄의 정체성을 하나님을 대적하는 교만한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교만하면 전혀 하나님과 예수님을 닮지 않고, 사탄을 스승으로 삼아 사탄을 닮아가는 것이다. 테리 쿠퍼(Terry D. Cooper)와 신디 엡퍼슨(Cindy K. Epperson)도 그들의 공저 『기독교상담에서 본 악』(Satan, Sin, & Psychology)에서 시종일관 ‘교만은 사탄의 특성’이라는 사실을 피력했다. 그러므로 교만해지는 것은 인간이 ‘사탄의 성품’을 닮는 것이다. 『겸손』(Humility)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의 신학자 앤드류 머레이(Andrew Murray, 1828~1917)도 ‘교만이 모든 죄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C. S. 루이스도 역시 ‘사탄이 사탄인 것은 그가 교만하기 때문이며, 교만은 죄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근원이나 뿌리나 같은 말로서 여기서 싹이 나고 뻗어나가는 줄기가 바로 시기, 질투, 분노, 나태, 음란, 탐심, 탐식 등의 죄악이다. 이 줄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죄악된 열매들이 맺히게 될 것이다. 특히 루이스는 “교만은 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른 죄로 이끈다”고 분석했고, 맥민도 ‘몇백 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교만은 반드시 다른 죄를 불러일으키는 치명적인 죄 가운데 최고의 죄’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74)가 그의 저서 『신학대전』(Summa Theologica)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교만은 중대한 죄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결정적인 원인과 동기가 되어 다른 심각한 죄악을 낳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상담학자 리로이 아덴(Leroy Aden)과 데이비드 벤너(David G. Benner)는 그들의 저서 『상담과 인간곤경』(Counseling & Human Predicament)에서 ‘교만이 죄악의 유일한 통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죄는 교만을 통로로 하여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이 죽은 지 8년 후에 그의 유작 『팡세』(Pensees)가 출판되었는데 이 책에는 인간의 본성을 고치기 어려운 것으로 묘사하고 있고, 모든 죄의 원천을 교만으로 볼만큼 이것은 극복해야 마땅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죄’라고 보았다.


모든 죄를 덮고 있는 이불

교만한 사람은 교만의 죄만 짓는 것이 아니다. 드러나지 않고, 발견되지 않고, 들키지 않았을 뿐이지 잘 살펴보면 교만을 기초로 하여 여러 가지 죄를 범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사람을 우습게 보고 하나님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어떤 죄라도 우습게 범할 수 있는 사람이다. 쿠퍼와 엡퍼슨은 교만을 일컬어 ‘모든 죄를 덮고 있는 덮개’로 비유하여 설명했다. 그래서 그들은 “교만을 들추고 걷어내면 그 속에 온갖 더러운 죄악들이 우글거리고 숨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결국, 인간으로 하여금 악을 악으로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교만 속에 여러 가지 더러운 죄악을 모여들게 하고, 그 죄를 키우는 온상이 바로 교만이다. 이에 대해서는 맥민도 동일한 입장을 드러냈다. 죄를 죄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죄 때문이고, 교만을 교만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교만 때문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교만은 자기 자랑이나 하고 우쭐대고 잘난 척하는 것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교만의 또 다른 면은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대개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건방지고 교만한 사람이다. 미국의 저명한 기독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프랭크 미너스(Frank B. Minirth)와 20년 이상 개인상담을 함께 해 온 심리치료전문가 레스 카터(Les Carter)는 『용서하기로 선택하기』(The Choosing to Forgive)라는 책을 썼다. 이들은 전문적으로 상담 및 심리치료를 하면서 내린 결론이 ‘용서가 심리치료의 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치료 현장에서 내담자에게 용서의 유익을 설명하고, 권면하고, 강력하게 요구를 해도 절대 용서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이 이들의 관찰 결과였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교만한 사람이었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함으로써 ‘교만’이라는 이중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복음주의상담학자 마틴 밥간(Martin Bobgan)과 디드리 밥간(Deidre Bobgan) 부부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만’이라고 강조했다. 밥간은 우리가 회개한 죄에 대해서 하나님의 용서를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하는 것도 심각한 ‘교만’의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 나 교만하다!’

사람이 평생 싸워야 할 두 가지 적이 있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교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열등의식과 자기 멸시이다. 교만을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가져야 될 마음은 자신이 교만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하기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이 교만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과 아울러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맥민은 대개 교만한 사람은 자신이 교만하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교만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회개할 의향이 없다는 것이다. 상담학자 배커스도 자신의 교만을 진심으로 인정하기 전에는 여기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어떤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당신은 좀 겸손해 봐요! 왜 그렇게 교만해요? 사람들이 다 당신보고 ‘교만하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남편이 기분이 나빴는지 큰 소리를 지르면서 “그래, 나 교만하다! 교만하다구! 어쩔 건데…” 이렇게 인정하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교만을 스스로 진심으로 깨닫고 통렬히 비난하면서 회개를 위해 인정하고 고백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훌륭한 면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치료 심리학자 윌리암 글래서(William Glasser, 1925~)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훌륭한 면을 기꺼이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개 교만한 사람들은 자신만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무시하고 멸시하면서 우쭐대기 때문에 사람들이 꼴보기 싫어한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렸다고 하여 자신이 올라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서로 인정해 주면서 살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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