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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호

아이들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공감과 경청
  글·전성균 (정신과 전문의. 경남도립정신병원 정신과)
L 씨는 40대 주부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라서 과거를 회상하면 어머니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그릇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킬 때 좋은 인상과 말로 부탁을 하면 좋은데 인상을 쓰며 신경질적으로 그릇을 가져오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그러니 어머니를 돕는다고 그릇을 가져다주면서도 마음으로는 ‘내가 뭘 잘못 했나’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머니로부터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보다는 닦달하고 보채는 듯한 태도를 보았기 때문에 L 씨는 지금도 여전히 어머니와 소통이 안 된다며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 일로 인해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같이 기뻐할 일도 기뻐하지 못하고 슬픈 일에도 위로를 받지 못하게 된다.
L 씨는 지금의 나이가 어렸을 때 어머니의 나이와 엇비슷한데, 과거 어머니한테 영향을 받아 자신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신경질적일 때가 많다고 한다. 만일 어머니가 L 씨에게 다정다감하게 말을 건넸다면 지금 현재의 L 씨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또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좋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이 알아주고 존중해주면 좋아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자신의 편이라고 느낀다. 반대로 자신의 느낌이 존중받지 못하고 적대적인 인상을 받으면 그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른 편의 사람으로 간주하기 쉽다.
그래서 공감이 중요하다.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요즘은 생활이 바쁘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관계를 맺어도 계산적으로 대하는 시대여서 남을 공감하는 일이 쉽지 않다. 공감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에서 멈추고 더 이상 남의 일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깊이 공감을 해주며 마치 나의 일 같이 느끼듯 반응해 주면 상대방은 너무 행복해 하고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을 잘 해야 하는데, 그것의 첫 단추는 경청이다. 경청(傾聽)이란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해 주는 것이다. 경의 ‘傾’은 기울이다 라는 뜻이다. 즉 남의 말을 꼿꼿한 자세로 듣는 게 아니라 얼굴과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듣는 것을 뜻한다. 청의 ‘聽’은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耳) 즉, 귀로 듣고 목(目) 즉, 눈으로 보고 심(心) 즉, 마음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몸을 기울여 눈과 귀로 보고 들으며 마음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눈을 잘 마주치는 것으로 경청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말 경청을 잘 해 주려면 먼저 눈을 마주치고 상대방의 호흡 리듬을 맞춰 줄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도 좋은데 머리도 흔들어 주고 어깨도 들썩여 준다거나 ‘옳지! 그래! 으흠!’ 등과 같은 소리를 넣어 주면 효과가 더 커지고 말하는 사람도 신이 나서 말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경청을 해 주면 상대방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원래 하려는 말 뿐만 아니라 말 안하려던 것(속마음)까지 다 털어 놓고 가게 된다. 그리고나서 돌아설 때 하는 말이 ‘나 원래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또는 ‘이런 말을 한 건 네가 처음이야….’라고 반응하게 된다.
이렇듯 경청만 잘 해줘도 상대방의 감정과 내 감정이 잘 연결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지며 듣고 싶어지게 된다. 위기에 빠진 사람이라면 더더구나 경청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끌어내어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청과 함께 공감은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에게 공감은 꼭 필요하다. 사춘기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친구들과는 비밀까지도 털어놓으면서 부모와는 말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몇 마디만 하고 지나가니 그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없다.
그렇게 되기까지 먼저 부모의 책임이 크다. 예를 들면 어떤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나 오늘 남자아이가 사귀자고 제안했다며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했다고 하자. 그런데 엄마는 ‘야! 너는 공부나 할 것이지 어디 남자친구를 사귀려고 그래!’하고 다그쳤다고 상상해 본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는 금세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고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절대 부모에게 남자친구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고 부모는 아이에게서 사귐과 만남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럴 때 다그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면서 들어주면 어떨까? ‘그래 남자친구가 너에게 사귀자고 했니? 네 마음은 어땠어?’ 이러면서 아이에게 이야기 할 기회를 주고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공감을 표현할 때, 엄마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무조건 참고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엄마는 아이가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공부를 등한시하고 잘못된 것을 배울까 걱정이 든다고 치자. 그러면 이렇게 표현하면 된다.
‘○○야, 남자친구의 사귀자는 말을 듣고 마음이 들뜨고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했지? 그런데 엄마는 말이야 네가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공부를 등한시하거나 잘못된 것들을 배울까봐 걱정이 되는구나’
이렇게 질문하면 아이는 엄마를 안심시키며 자신이 공부도 잘하고 바른 길로 가면서 만남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나가고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어려움을 만날 때 즉시 엄마에게 도움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사춘기의 뇌는 건축에 비유하자면 아직 뼈대만 세워진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건축을 하려 하는데 부모는 공감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아이의 건축에 필요한 재료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아이와 부딪히지 않고 공감을 잘 표현해주면서 격려하고 칭찬을 사용하면 아이는 더 좋은 재료들을 발견하며 자신의 인생을 건축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사춘기 때 아이와 부딪히고 아이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재료들을 거절하고 엉뚱한 곳에서 찾을 것이다. 그래서 공감이 중요하다. 아이를 공감하면서 부담을 덜어주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안심시키며 때로는 실수도 두려워하지 말도록 권면해 줄 수 있다.
크리스천 가정들은 이 부분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 하나님이 너의 삶을 책임져주시고 이끌어나가시는데 그러려면 네가 첫 발을 내딛는데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전해 줄 수 있다. ‘실수를 해야 하나님도 너를 이끌어가면서 고쳐 주실 수 있고 너의 인생에 하나님의 이야기(story)를 써 내려 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즉 믿음을 가지고 자신 있게 최선을 다해 나아가라고 격려해 줄 수 있다.
L 씨도 공감이라는 것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돌아보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공감으로 지지해주려고 한다. L 씨가 아이들을 지지해줄 때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더욱더 하나님과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L 씨의 마음을 치유해주시고 어머니로부터 받지 못했던 사랑을 갚아주시며 하나님이 주시는 공감으로 자녀들을 잘 공감하며 키울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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