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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호

지방간
  글·전대원 (한양대학교 내과학교실 교수)
요즘 건강검진을 많이 받게 되면서 ‘지방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경우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연구결과를 보면 성인 3명 중에 한 명은 지방간이 있다고 하니 ‘지방간’은 일반인에게도 이미 친숙한 질병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신 분에게 “지방간이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제일 흔한 반응은 “선생님, 저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데요? 지방간이라니요?”라고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방간은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발생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술이나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간이 나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면 지방간이 잘 생깁니다. 그러나 요즘 문제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생기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지방간을 ‘비알코올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비(非)’라는 의미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술을 마셔서 생기는 지방간(알코올 지방간)이 많았는데요, 요즘 문제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생기는 지방간(비알코올 지방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비만 때문입니다. 지방간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질환입니다.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 남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축적이 됩니다. 나중에 먹지 못할  때 저장해 놓았다가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동물은 음식을 충분하게 먹을 수 없는 시기를 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잠을 자는 곰이나 먼 길을 날아가야 하는 철새들에게는 오랫동안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때 저장되어 있는 지방을 조금씩 사용하면서 음식을 충분하게 먹을 수 없는 시기를 버티게 됩니다. 예전에는 배불리 먹고 마시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이고,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요.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것이 문제가 되는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서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방간은 너무 잘 살아서,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잘 먹는 음식을 자세히 보면, 예전에 어머니가 정성들여 만들어주신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고 칼로리가 많고 기름기가 많은 나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또 다른 이유입니다. 점점 일은 많아지고 시간은 없고 하다 보니 간편하게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값싼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음식을 일반적으로 정크 푸드(junk food)라고 합니다. 배불리 먹는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측면입니다.

한 가지 기억하셔야 할 것은,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가 많아지면서 많은 경우 ‘지방간’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간은 나이가 들면 다 생기는 거야.” “대부분 지방간은 있기 마련이야. 괜찮아.”라고 이야기하시는 경우를 흔하게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절반은 옳고 절반은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지방간은 사실 커다란 문제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열 명 중 한 명 정도는 단순히 간에 지방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간에 심각한 염증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간에 염증이 반복이 되면서 결국, 간경변이나 간암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간이 나빠져서 문제가 생기는 만성 간질환은 술을 많이 마시거나 B형, C형 바이러스 간염에 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점차 B형, C형 바이러스 간염에 대한 치료약이 좋아지고 예방접종이 보편화 되면서, 점차 만성 간질환(간경변)의 주된 원인으로 비알코올 지방간에 의한 것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 센터에서는 향후 20년 이후 미국에서 간이 완전히 굳어서 또는 간에 암이 생겨서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비알코올 지방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간을 무조건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지방간이 간경변(화)나 간암이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일부 약 10% 미만이기는 하지만 간경변(화)나 간암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궁금한 것은 누가 이러한 10%에 속할 가능성이 많은가입니다. 지방간이 있다고 모든 사람이 꼭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거나, 간염증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거나, 나이가 50세 이상인 경우는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이쯤 되면 궁금한 것은 치료 방법입니다. 짐작을 하셨겠지만 치료 방법은 몸무게를 빼는 것입니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사실 체중을 빼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또 많은 분들이 물어보는 것이 “선생님, 체중을 빼기 위하여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 “체중을 빼기 위하여 무엇을 먹으면 안 될까요?” “무슨 운동이 좋은가요?”입니다. 사실 이러한 질문은 “선생님, 저는 먹는 양을 줄이고 싶지는 않은데, 음식 종류를 잘 선택하여 전체적으로 먹는 양을 비슷하게 하면서 몸무게를 줄이고 싶어요.”라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한 가지 힌트가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전체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좋은 방법 중에 한 가지입니다. 탄수화물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흰쌀밥, 떡, 빵과 같은 밀가루 음식을 이야기합니다. 지방간이 있다고 하면 기름기가 많은 ‘고기’ 또는 ‘패스트푸드’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과 비교하여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서양 사람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사람이 기름진 음식,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방간은 기름진 지방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밀가루 음식(빵, 떡, 국수)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운동입니다. 운동을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리면 “저는 많이 걸어 다녀요.” “선생님, 저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데요.” 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운동’과 ‘일’은 전혀 다릅니다.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근육운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산소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가볍게 숨이 차거나 가볍게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운동은 한번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어떤 분들은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은, 설령 체중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여도, 지방간과 몸의 신진대사에 절대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낙심하시지 마시고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방간은 올바르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바른 생활’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병을 약이나 민간요법으로 다스리고자 한다면 평생 약에 의존해야 할 것입니다. 더 문제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익히지 않으면 약을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병의 치료 원칙은 원인이 되는 것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의 원인은 음식의 과잉섭취와 운동 부족입니다. 지방간이 있다고 이야기 들으셨다면 지금부터 ‘바른 생활’을 하여야 한다는 우리 몸이 주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 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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