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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호

출혈성 질환과 혈전증
  글·홍준식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혈액 속에는 여러 종류의 혈액 세포가 있으며 이러한 혈액은 전신을 순환하면서 산소의 공급(적혈구), 감염에 대한 방어(백혈구)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들을 맡는다. 수도가 수도관을 통해서 공급되듯이 혈액도 혈관을 통하여 순환하는데 혈관이 손상을 받을 경우 우리 몸에 지혈 시스템이 즉각 작용하여 불필요한 혈액의 누출을 막는다. 반면 지혈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적인 경우에 혈액은 지나치게 끈끈해지거나 굳지 않고 부드러운 액체 상태를 유지하여 혈관을 원활히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 성분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처럼 지혈 기능은 부족하지도 과도하지도 않게 세심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적절한 지혈 기전에 문제가 생겨 외상 후 피가 멈추지 않는 경우를 출혈성 질환이라 하며 반대로 혈관 내에서 피가 굳어 혈관을 막아 적절한 순환을 방해하는 경우를 혈전증이라 한다.

▶ 출혈성 질환

1. 지혈의 일반적인 기전
외상 등으로 혈관이 손상을 받으면 먼저 해당 부위의 혈관이 움츠러들어 손상 부위를 통과하는 혈액의 양을 줄인다. 이어서 손상을 받은 혈관 내피세포(혈액의 안쪽을 덮고 있는 세포) 밑 결합조직 부위에 혈액 세포 중 하나인 혈소판이 마치 구멍난 부위를 메우듯 손상부위를 덮어 우선의 출혈을 막는데 이를 일차 지혈이라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손상된 혈관 내피세포에서 혈관이 손상을 받았음을 알리는 물질을 분비하고 이에 반응하여 더 많은 혈소판들이 손상 부위에 덮이고 또한 주로 간에서 생성되는 응고인자들이 활성화되어 튼튼한 이차 지혈 체계를 완성한다. 안정적인 지혈을 이룬 후에는 지혈 기전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생긴 혈전(굳은 핏덩어리)이 혈관을 막아 순환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섬유소 용해라는 작용을 통하여 제거되어 정상적인 혈액의 흐름이 유지된다.

2. 출혈성 질환  
출혈성 질환은 크게 혈소판의 수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혈액응고인자에 장애가 있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혈소판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피부나 입안의 점막 등 신체의 표면에 출혈이 잘 일어나고(표재성 출혈), 반대로 응고인자의 문제가 있는 경우는 근육, 관절, 몸 깊은 곳의 장기 내부 등에 출혈이 더 잘 일어나는데(심부출혈), 이는 주된 양상의 차이이고 실제 두 가지 종류의 출혈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출혈성 질환의 경우 선천적인 유전질환이 많으며 아직도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출혈성 질환 몇 가지에 대하여 일반인의 수준에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한다.

1) 면역성 혈소판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 ITP) _ 혈소판 수치의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과거 특발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ITP)라고 불렸는데, 이 질환이 면역학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고, 실제 대부분의 환자에서 표재성 출혈로 인한 자반(purpura)은 없기에 현재는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이라 한다. 자신의 면역 체계가 혈소판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 면역 기전이 주된 원인인데, 약 20%의 환자는 루프스 등의 류마티스 질환이나 감염증 등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ITP에 해당하나 다수에서는 특별한 유발 질환이 없다.
혈소판 수의 정상 범위는 150,000~450,000 /uL 인데 100,000/uL 미만인 경우를 ITP로 본다. 실제 30,000~100,000/uL 범위의 혈소판감소증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해 진단되지 않는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ITP는 매우 흔한 질환이라 하겠다. 소아에서는 2~7세 사이 바이러스 감염 후 급성으로 발생하며 대부분 자연 회복되나 성인의 경우 만성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혈소판 수치가 20,000/uL 이하이거나 그보다 좀더 높더라도 출혈 증상이 있을 때 치료를 시작하며 스테로이드를 일차 치료로 사용한다.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거나 중단 시 악화될 경우 비장절제술 등의 이차 치료를 고려하며 면역글로불린 주사, 각종 면역억제제 및 트롬보포이에틴 유사체 등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2) 간 및 신장 질환에 의한 응고 장애 _ 간질환이 있는 경우 응고인자 결핍 상태가 되어 지혈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비타민 K의 저장능력이 감소하게 되는데 간에서 만들어지는 응고인자들의 경우 생성과 활성화에 비타민 K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성 신부전의 경우 혈소판의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출혈 경향이 발생하는 되는 경우도 있다.

3)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 _ 심한 외상, 외과 수술, 분만, 전이성 암 등을 동반한 경우 신체 내 작은 혈관들에서 심한 응고 자극이 일어나 혈전이 다수 형성되다가 결국 응고인자가 거의 소모되어 대량 출혈을 유발하는 현상을 DIC라 한다. 이 경우 출혈경향과 혈액 응고에 의한 혈전증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진행할 우려가 있어 소모된 응고인자의 보충을 위한 수혈 등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4) 폰빌레브란트병(von Willebrand’s disease) 및 혈우병(hemophilia) 등의 선천성 질환 _ 유전성 출혈질환들로 후천적 질환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빈도는 드물다. 폰빌레브란트병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을 하는 질환으로 혈액응고인자 중 하나인 폰빌레프란트인자(von Willebrand factor)의 결핍 혹은 활성 저하가 원인이다. 구체적인 유전형에 따라 다시 몇 가지 종류로 나뉘며 가벼운 출혈경향이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심한 출혈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제8번 응고인자(VIII 인자)가 결핍되는 경우를 혈우병 A, 제9번 응고인자(IX 인자)의 결핍을 혈우병 B라 하는데 성 염색체인 X염색체와 연관된 질환으로 남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표재성 출혈보다는 관절내 출혈 등 심부 출혈이 주된 증상이며 소아 때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출혈 경향의 심한 정도에 따라 태아기에서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진단된다. 혈액응고인자의 보충이 치료의 근간이며 평생에 걸쳐 출혈 증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 혈전증

지나친 응고 작용으로 인하여 혈액이 굳는 경우를 넓은 의미에서 모두 혈전증이라 하며 좁게는 동맥 계통에서 피가 굳는 경우를 색전증이라는 용어로 따로 일컫기도 한다. 혈전색전증이 발생하는 경우 혈액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며 특히 해당 부위가 심장이나 뇌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곳인 경우(급성 심근경색 및 뇌경색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혈전이 발생하는 3대 유발 요인은 혈관의 손상, 혈류의 지연, 그리고 혈액응고 기전의 활성화이다.
따라서 외상이나 큰 수술, 화상 등 외부 손상의 경우 및 신체 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경우 혈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혈액응고 기전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혈전을 잘 만드는 체질을 혈전경향(thrombophilia)이라고 하는데 S단백, C단백 등 항응고 인자가 부족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양인에 비하여 한국인의 경우 혈전경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생활습관이 서구화되면서 혈전증이 늘어나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 _ 혈류의 지연이 혈전증 발생의 원인 중 하나인 바, 신체 운동에 제약을 받을 때 정맥 내에서 혈액이 가장 정체되는 심부(깊은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것으로 넓적다리나 종아리 부위에서 가장 흔하다. 장거리 비행 시 좁은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서 잘 발생하는 소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 한 예이다.

2) 폐색전증 _ DVT 등의 이유로 발생한 혈전이 발생 부위에서 떨어져서 폐동맥 혈관 가지에 가서 막히는 경우로 해당 부위의 폐에서는 공기가 들어와도 기체 교환이 안 되어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범위가 넓거나 순환에 중요한 부위에 발생할 경우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3) 혈전증의 예방과 치료 _ 혈류의 정체가 혈전증의 발생원인 중 하나이므로 평소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 최소 1시간마다 혈액순환을 돕기 위한 체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여러 이유로 혈전증 발생의 위험이 높은 경우나 이미 발생하여 2차 예방이 필요한 경우는 의사의 진료 후 아스피린 등의 항혈소판제제나 와파린, 리바록사반(자렐토) 등의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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