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건강과 생명
과월호 보기
특집
건생주치의
건생가이드
건생캠페인
건강한 사람들
신앙클리닉
시론
문학
2015년 4월호

봄이 오는 길목에서
  글·안일남 (새한빛병원 원장. 본지 편집위원. 영롱회 회장)

겨우내 누렇던 들녘의 논두렁과 산 어귀에는 벌써 파란 새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르게 새순이 땅에서 솟아날 것입니다. 다 죽은 것 같은 나무에서도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싹이 돋아날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고목같이 보이는 나무에서도 새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생명력의 위대한 힘을 보는 것 같습니다. 새순은 연두 빛 색깔을 뽐내고 아주 부드럽고 산뜻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데 얼마 지나 햇볕을 받고 나면 연한 연두색에서 점차 진한 녹색으로 바뀌어갈 것입니다.

말라서 죽은 줄만 알고 있는 나무에서 새로운 순이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파릇파릇하고 부드러운 새순은 생명의 신비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추운 겨울이 지났다고 해서 아기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륜이 더해갈수록 가족과 사회에서 존경과 대우를 받아가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점차 노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먹어가는 일이 그리 달갑지 않고 노후 준비를 위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세대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나이 들면 중후한 맛도 있고 노련미도 넘치면 좋겠는데 이를 유지하기가 예전 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자녀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고 사회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서 부모를 끝까지 모시겠다는 자녀들도 점차 줄어들고 또 부모의 입장도 점차 바뀌어 자녀와 같이 살겠다는 경우가 줄고 있습니다. 노년이 되어 가장 걱정되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대답 중에 치매를 꼽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결국 한 생명이 세상에 오면 당연히 생을 마감하기 마련인데 마지막에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수명이 연장되고 의학이 발달할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 생명이 귀한 것처럼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경우에도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았다는 평온한 마음으로 가족을 떠나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쉬지 않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한정된 인생을 귀하게 사용할 때 마음에 평안이 올 것이며 생을 마감하고 어디를 향해 가는가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지 않고는 죽음을 편히 맞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생물이 한정된 생애를 살아가며 또 다음 세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연의 놀라운 이치에 다시 한 번 경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길거리에 떨어진 봉숭아 씨도 새싹을 내밀  것이며 차도에 짓밟힌 민들레 씨앗도 새싹이 자라 노란 꽃을 피울 것이며 잔디에 숨어있는 클로버 뿌리에서는 잔디 풀 틈으로 작은 세 잎의 클로버 잎을 퍼뜨릴 것입니다. 봄이 다가옴을 느낄 때마다 겨우내 움츠린 어깨가 자연스럽게 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봄과 같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저희 앞집에는 노부부가 살고 계신데 밭을 일구며 부부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출퇴근길에 만나면 정답게 인사를 하곤 하는데 가끔 방금 딴 애호박이나 갓 캐낸 마늘도 주시곤 합니다. 이번 구정에도 도토리묵과 직접 농사지어 거둔 들깨로 기름을 짠 것을 병에 담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 순박한 마음과 더불어 농사지은 물건을 가지고 오시면서 앳된 소녀처럼 수줍어하기까지 하시는 할머님의 얼굴에서 더 없이 이웃의 감사함과 푸근함이 풍겨오곤 합니다. 요즈음 신문을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보도조차 접하기 싫은 기사들이 가득한 세상인데 이처럼 순박한 이웃으로 인해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하기 그지없는 체험이라 하겠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아름다움이 외모나 인상으로써가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은은하고 숭고한 사랑을 담은 어머니의 마음같이 정이 가는 그러한 아름다운 이웃이 우리 주위에 늘어나기를 새봄을 맞이하여 희망해 봅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든지 어떤 것도 빚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성취하였느니라.”(롬13:8)





[Copyright ⓒ 건강과 생명(www.healthlif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컨텐츠 사용 문의 및 저작권 문의

Untitled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