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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호

대장의 구조와 변비
  글·이왕재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
대장은 소장에 비해 길이가 현저하게 짧다. 다만 그 직경이 소장보다 클 뿐이다. 소장의 기능이 소화와 흡수라고 하면 대장의 기능은 대변 만들기라고 보면 될 것이다. 6~7m의 긴 소장 여행을 통해서 우리 몸에 필요한 양분이 거의 다 흡수되고 흡수될 수 없거나 흡수할 필요가 없는 물질들이 대변이 되어 배설되는데 그 과정의 핵심은 수분흡수다. 실상 수분흡수의 양으로 보면 소장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지만 흡수율이 대장에서 더 높다는 이야기다. 즉, 하루에 약 1.5리터의 수분이 대장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90% 이상이 흡수되고 나머지 10%(100 ml 내외) 정도가 대변을 통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은 직경이 일정한 긴 관의 구조를 갖는 소장과는 달리 작은 자루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중간 중간 잘록한 모양(대장팽대라고 일컬음)을 하고 있다. 소장(회장 혹은 돌창자)에서 대장으로의 연결은 끝과 끝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대장의 시작 중간부위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래 쪽 끝이 막다른 끝을 이루고 있는데 이 끝 부분을 맹장(혹은 막다른 끝이라는 의미로 ‘막창자’라고 함)이라고 한다. 흔히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맹장’은 진짜 해부학자들이 말하는 ‘맹장’의 끝에 달려 있는 작은 돌기를 말하는 것으로 정확한 명칭은 ‘충수’ 혹은 ‘막창자꼬리’가 된다(그림 참조). 결국 대장의 시작은 오른쪽 샅 부위에 있는 맹장(막창자)이 되고 거기에서 위에 있는 간장을 향하여 오름창자가 연결되고 오름창자 꼭대기에서 왼쪽으로 직각에 가까운 예각으로 꺾이며 가로창자로 연결되고 왼쪽 끝에서 아래쪽으로 날카롭게 꺾여 내림창자를 이룬다. 왼쪽 샅 부위에서 내림창자는 골반의 정 가운데로 향하는데 이때 영어의 에스(S) 자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구불창자라 하고 이어지는 창자는 항문을 향해서 똑바로 내려오기 때문에 직장 혹은 곧창자라 하고 최종적으로는 항문에 연결된다. 

대장의 큰 특징의 하나는 소장과 달리 그 안에 많은 균이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일반인들이 대장균이라고 일컫는 균을 말한다. 그 수가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수보다도 무려 10~100배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사람은 균의 바다 위에 산다’ 는 어느 미생물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이 균들은 우선 인간에게 직접 감염을 통해 만날 수 없는 균들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을 먹고 살면서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남기는 소위,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실례가 유산균으로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김치 속에 풍부하게 살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독자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생관계로 좋은 물질만을 인간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대변의 냄새가 그를 증명해 준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균들이 부패균이어서 먹고 남은 음식을 부패시키기 때문에 숙주인 인간에게 결코 좋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변 냄새의 주종이 단백질이 부패될 때 발생하는 냄새인 것으로 보아도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부패균과 인간이 공생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장암이 주로 좌측 대장(내림창자, 구불창자, 곧창자)에서 발생하는 것만 보아도 부패균이 인간에 어떻게 나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결국 대장의 시작부위인 오름결장에서 시작한 미생물의 작용은 가로결장과 내림결장을 통과하여 구불결장에 이르면서 거의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김치가 익는 과정을 연상하면 그 과정은 쉬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을 통해서 고형화된 대변은 어느 곳에서인가 모이는데 그곳이 바로 직장(곧창자)으로 그 길이가 약 15cm쯤 된다. 이곳에 고체화된 대변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면 그 모인 정도에 대한 정보가 중추신경계로 보고되고 중추신경계는 판단을 통해 곧창자 속의 평활근을 지배하는 자율신경계(부교감신경계)에 수축지시를 내림으로 소위, ‘변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평상시에는 전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러한 정보들이 곧창자와 중추신경계 사이에 교환되고 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평상시에는 곧창자에 대변이 계속 쌓여도 변의를 느끼지 않는데 그것은 항문에 있는 속조임근(내괄약근)이 교감신경의 지배하에 자동으로 대변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조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의 특성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이러한 멋진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약 시속 30~40cm의 속도로 밀려 내려오는 대변이 곧창자(직장)의 벽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수축하고 있는 속조임근 덕분에 그때마다 대변을 볼 필요가 없도록 조물주는 만들어 놓으셨지만 대변의 양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도저히 교감신경의 작용만으로 배변이 억제되지 못하게 될 때 그때서야 우리는 심한 변의를 느끼게 되는데 현실 상황이 전혀 변의에 따라 배변을 할 상황이 아닌 경우 우리는 항문의 바깥조임근(외괄약근)에까지 힘을 주어 배변을 막는 것이다. 항문의 바깥괄약근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 중추신경계는 곧창자에 더 많은 변이 쌓여야 배변 지시를 내리게 되어 이것이 습관으로 고착화되면 결국 대변보는 횟수가 줄어드는 소위 ‘변비’ 현상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배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의 운동속도다. 장의 운동이 항진되면 자주 화장실에 가게 되고 반대로 장의 운동이 억제되면 배변이 더디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목격하게 되는 변비환자들의 경우 전적으로 장의 운동속도만이 문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장의 운동이 지극히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3회 이하로 대변을 보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그것은 적게 먹는 데다 소위, ‘배변습관(bowel habit)’을 잘못 들인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변의가 있지만 그렇게 급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중추신경의 의사를 쉽사리 무시해버리기 때문에 변비는 시작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점차 강한 자극이 있어야만 변의를 느끼게 만들게 된다. 이것이 만성적으로 지속될 때 변비가 고착화(습관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배변습관’이라는 말을 쓴다. 정상적인 장운동에 의해 대변이 형성되더라도 너무나 적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 상대적으로 변의를 느끼는 정도까지 대변이 모이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건강을 위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다이어트도 중요한 변비의 요인이 되는 셈이다.

확실한 것은 특별히 병적요인에 의해서 변비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변비의 해결을 위해 적당량의 섬유질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여 곧창자에 쌓이는 변의 양을 늘리고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서 배변을 시도해 정기적 배변을 습관화해보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변은 생리적 현상이지만 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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