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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호

장내 세균
  글·차 한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근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3년 건강기능식품 생산 실적’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의 절대 강자였던 홍삼제품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품은 전년도 대비 55%나 생산이 증가했다.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가 날로 증가되는 가운데 필자에게도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제 프로바이오틱스의 호황기가 도래했음을 실감케 된다.

프로바이오틱스란 한마디로 ‘장에서 인체를 이롭게 해주는 박테리아’를 일컫는 말이다. 즉 우리 장내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나쁜 박테리아’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이 몸에 유익한 ‘좋은 박테리아’도 존재하고 있다.

즉 장내 세균은 우리 몸에 좋은 작용을 하는 유익균(비피도박테리움,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커스, 엔테로코커스 등), 나쁜 작용을 하는 유해균(베이요넬라, 대장균, 클로스트리듐 등), 기능이 뚜렷하지 않은 중립균(박테로이즈, 유박테리움 등)으로 나뉜다. 사람마다 각 균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르지만, 유익균과 중립균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유해균도 일정 비율 존재한다.

모든 사람들의 몸 안에는 정상적으로 미생물이 항상 같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박테리아(細菌)이고 그 외에도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생물 등이 살고 있다. 무게 단위로 생각하면 대장에 가장 많은 세균이 살고 있고 소장은 물론 여성의 질내에도 세균들이 득실거린다. 수분을 빼면 분변의 약 절반은 세균으로 돼 있다. 이들은 우리 장 속에 있던 내용물이다.

이 세균들은 우리 몸을 떠나면 살기 어렵다. 대부분 산소가 있으면 죽기 때문이다. 식사할 때 음식물과 함께 일부 산소가 장내로 들어오지만 소장에 사는 세균 중 일부가 산소를 소모한다. 그 결과 소장의 아래쪽부터는 산소가 없는 환경을 좋아하는 세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의 장 점막에는 (보고하는 학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100조 마리가 넘는 세균이 살고 있다고 추정이 된다. 종류만 수백 내지 수천 가지이며, 세균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1~1.5㎏ 정도 된다고 한다. 종류에 따라 원기둥·공·스프링 모양을 띠고 있고, 크기는 0.5~5㎛(100만분의 1m)다.

대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제3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일들을 한다!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 위와 소장에서 소화 효소를 이용해 음식물을 분해한 후 당,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을 섭취한다. 이때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영양소와 미처 흡수되지 못한 영양소들은 소장과 대장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이용한다.

세균은 이들 영양소를 섭취해 증식하고 세균이 내놓는 배설물은 다시 장 속으로 배출된다. 이때 배설물 중 많은 부분이 소장과 대장 벽을 통해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간다. 이 중에는 초산 같은 유기산, 각종 비타민, 아미노산,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메탄, 수소 등 여러 가지 물질들이 있다.

세균 유래 유기산은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하루에 약 2백~3백kcal 정도는 이들로부터 생긴다. 따라서 식량이 부족할 때 우리는 장내에 서식하는 세균 덕택에 하루 에너지의 약 10~15%를 더 공급받아 생존에 도움을 받는다. 우리가 비타민 결핍증에 걸리지 않는 것도 세균들이 생산해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개를 포함한 일부 동물들은 자기의 변을 다시 먹음으로써 비타민을 보충한다. 토끼도 똥 속에는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유용한 세균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에 어미 토끼는 이것을 새끼에게 먹임으로써 소화기능을 전달한다.

미국 아이다호 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모유 속에서 무려 600종의 세균과 함께 아기는 전혀 소화시키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음이 확인되었는데 이 당분은 바로 세균을 먹이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모유는 아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균도 먹여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몸에는 장내 세균을 위한 비밀 장소도 마련돼 있다. 우리가 흔히 맹장이라고 부르는 ‘충수’인데 대장 끝에 달린 조그만 꼬리 같은 기관인 충수는 오랫동안 필요 없는 기관이라고 생각돼 왔다. 그런데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의 실험결과, 이곳이 좋은 박테리아가 숨는 공간이라는 게 밝혀졌다. 설사 등으로 인해 장 속의 박테리아가 모두 비워질 때, 일부 좋은 박테리아들이 충수에 숨어 있다가 병이 낫고 나면 나쁜 박테리아들보다 먼저 장 속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좋은 박테리아는 또한 면역작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장내 세균이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드는데 이 물질은 대장세포를 튼튼하게 하여 암 같은 병이 잘 걸리지 않게 한다. 혹자는 장내 세균을 ‘내재면역 기능을 돕는 존재’라 하기도 하는데 내재면역이란 몸속에 침입한 물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선천적인 면역 반응을 말한다. 즉 장내 세균이 장 점막으로 들어오는 외부 물질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계를 항상 자극하고 있는 덕분에 내재면역력이 길러진다고 보는 것이다.

약효나 독성이 나타나는 것도 우리 몸 안의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 약효 성분의 상당수는 식물체 내에서 배당체로 저장돼 있다. 배당체란 약효 성분이 물에 잘 녹는 포도당 같은 당 분자와 결합된 형태로, 원래 불용성인 약효 성분이 세포액에서 녹을 수 있게 돼 저장이 쉬워진다.

그런데 약효 성분을 복용해도 배당체 상태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 배당체는 덩치가 커 세포막을 제대로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해결사가 비피더스 같은 장내 세균들이다. 이들은 약효 성분에서 당 분자를 떼어내는 효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심제로 쓰이는 디지털리스나 인삼의 효과도 장안에 미생물이 없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배당체일 때는 독성이 없다가 장내 세균이 당을 떼어내면서 독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소철나무 열매에는 시카신이라는 배당체가 있는데, 장내에서 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MAM이라는, 암과 신경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바뀐다.

장내 유해균이 평상시보다 늘어나면 장에 암모니아·유화수소·과산화지질 등과 같은 독소와 노폐물을 쌓이게 해, 각종 성인병과 암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특히 면역세포인 림프구는 소장에 많이 모여 있는데, 유해균 때문에 소장에 독소가 가득 쌓이면 림프구의 면역기능이 떨어진다. 대장에 유해균이 많은 사람일수록 독소가 많이 생성돼 간이 부담을 많이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푸소박테리움이라는 유해균이 많으면 궤양성 대장염을 일으킨 뒤 염증 부위에 있는 세포를 암세포로 변환시켜서 대장암에 잘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아울러 건강한 사람의 99%는 장 속에 페칼리박테리움 속(屬) 박테리아를 지니고 있지만 크론병이나 제1형 당뇨병 환자는 그 보유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만성염증성 장 질환이나 당뇨병에서 장내 세균을 조절하는 것이 하나의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재발을 반복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환자 20명에게 동결시킨 변(便) 캡슐제제를 경구투여하자 치료효과가 90%에 이르렀다는 최근의 연구결과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장내 세균은 비만에도 영향을 준다. 장 속 박테리아의 98%는 ‘펄미큐티스’라는 박테리아와 ‘박테로이데티스’ 박테리아로 나눌 수 있는데, 비만 생쥐에게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많다고 한다. 정상 생쥐의 장에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넣었더니 비만 생쥐가 되었다. 이건 펄미큐티스 박테리아가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잘게 부숴서 소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당과 지방산으로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 속에 사는 펄미큐티스 박테리아를 조절하면 살을 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데노바이러스 36(AD-36)이라는 바이러스도 사람 및 동물의 체중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장내 세균은 정신건강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최근 들어 밝혀지고 있다. 즉 장내 좋은 박테리아가 없으면 행복물질인 세로토닌이 제대로 합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유해균의 비율이 높은 사람에게서 불면증, 자폐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각종 정신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아울러 정신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에도 장내 세균의 활용이 고려되고 있으며, 매우 획기적인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이뿐이랴. 과민성대장증후군, 천식,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각종 질환에서 체내 세균 분포와 관계가 깊다고 하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산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생물체의 군집이라는 이론, 인간과 체내외 미생물을 합쳐 하나의 초유기체로 보아야 한다는 이론, 또는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미생물’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자 그러면, 우리는 건강을 위해 누구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야 하는 당위성이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효용성과 비용이다. 그래서 필자는 신뢰할 만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찾을 수 없거나 찾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비타민 C를 거대용량으로 복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비타민 C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값이 저렴하면서도 우리 장내에서 좋은 박테리아를 많이 생성하여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타민 C 고유의 다양한 건강 증진 효과가 있으므로 우리에게 금상첨화가 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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