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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호

어릴 때의 기억을 잘 못하는 이유
  글·김경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젊은 여선생님으로 기억하는데, 예뻤는지? 키가 크셨는지? 날씬하셨는지? 그 모습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옆자리 짝꿍 여학생에 대해서도 공부는 잘 했는지? 얌전했는지 혹은 새침떼기였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그리고 내가 몇 살 때까지 이불에 오줌을 쌌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처럼 어릴 때의 일을 기억 못하는 것은 내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이라 여겼지만, 어릴 적 경험한 내용이나 학습한 것들은 비교적 쉽게 잊혀질 수 있음을 최근의 연구결과는 알려주고 있다.

사람의 뇌에는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들이 있으며, 이들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복잡한 신경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특정 자극에 대해 일부 세포들이 동시에 반응하여 정보를 주고 받을 경우, 이 신경세포 그룹은 상호간에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특정 자극이 반복적으로 주어질 때, 이 집단의 신경세포들은 반복적으로 활성화되고, 집단 내 신경세포들 간의 시냅스 연결은 점차 강화되어 오랫동안 활성화 상태로 있게 된다. 이렇게 신경세포들 간의 신경망이 강화되어 있으면 동일한 자극이 주어질 때 더욱 효과적이며 신속하고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단기기억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될 때는 새로운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서 시냅스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며, 동일한 정보를 처리하는 시냅스의 숫자가 많아진다. 이러한 시냅스 숫자의 증가는 기존에 시냅스를 이루며 정보를 주고 받는 신경세포들 간에 더 많은 시냅스가 새롭게 만들어져 발생한다. 즉 시냅스로 접촉하고 있는 신경세포들로부터 뻗어 나온 수상돌기와 축색돌기들이 국소적으로 반응하여 추가적인 시냅스를 새롭게 생성하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뇌의 특정 지역에서는 신경세포가 분열하여 숫자가 늘어남으로써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기도 한다. 뇌의 측두엽 안쪽에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해마라는 부위가 있는데 이 해마의 치상회(齒狀回) 부분은 신경세포가 새롭게 생성된다. 그래서 새로이 만들어진 신경세포가 기존의 신경망에 끼어 들어가 추가적인 시냅스를 형성함으로써 신경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자극에 반응하여 일부 신경세포 집단 내 시냅스 연결이 많아지거나 튼튼해져서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정보전달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 기억의 해부학적 근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반복학습을 통해 기억이 형성된 이후, 신경세포 생성이 활발하면 기억된 것을 쉽게 잊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조슬린(Josselyn) 박사와 프랑클랜드(Fankland) 박사 연구팀이 수행하여 그 결과를 2014년 5월 ‘사이언스(Science)’ 잡지에 발표하였다. 이 연구팀은 태어난 지 17일 된 어린 생쥐와 2달이 된 어른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다. 비슷하게 생긴 두 개의 방에 생쥐를 넣고 한 방에서만 발바닥에 전기충격이 가해지도록 하였다. 이런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면 생쥐는 두 공간의 차이를 인지하여 전기충격이 가해진 특정 방에 들어간 경우에는 공포에 질려 꼼짝하지 않고 얼어 붙는 행동을 보인다. 이렇게 형성된 특정 공간에 대한 공포기억은 28일이 지난 후에도 어른 생쥐는 생생하게 기억하였다. 반면에 어린 생쥐의 경우, 14일이 지나자 잊어 버리고 전기자극을 준 방에 들어가더라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왜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하였다. 그래서 공간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치상회를 조사해 보니 어린 생쥐의 뇌에서는 어른 쥐보다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는 새롭게 만들어진 신경세포가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신경세포 집단의 신경망에 끼어 들어가 시냅스 연결을 개조함으로써 기억의 재생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사실은 유아 시기에 형성된 사람의 기억이 오랫동안 저장되지 못하고 비교적 쉽게 망각되는 현상을 설명해 주고 있다. 유아기 때는 어른에 비해 신경세포 생성이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기존의 기억 회로가 지속적으로 개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신경세포의 생성이 꾸준히 일어나는 뇌 부위에서는 신경망의 복잡성도 증가하여 더욱 미묘한 정보의 처리와 저장도 가능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시냅스 연결이 추가되거나 대체됨으로 인해 저장되어 있던 기억이 사라지는 효과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성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어른 생쥐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하였다. 동일한 방법으로 특정 방에서만 전기자극을 주는 학습을 통해 이 방에 대한 기억을 저장토록 한 다음, 바퀴를 돌리며 운동하도록 유도했다. 운동을 하면 신경세포의 생성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을 한 그룹과 조용히 지낸 그룹을 서로 비교한 결과, 열심히 운동을 하여 신경세포 생성이 해마의 치상회에서 뚜렷하게 많아 진 경우, 전기충격 방에 대한 공포기억이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이는 어른에게 있어서도 신경세포 생성이 활발하면 이미 형성된 신경망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리고 이런 시냅스 연결의 변화는 망각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새로운 뇌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면, 학습 능력은 증가하고 업무 처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반면에 망각도 쉽게 일어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유아기 건망’ 현상을 설명해 주는 연구결과이다. 유치원에서 배웠던 사실이나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은 잘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흐려지기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의 연구결과는 망각의 또 다른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즉 어릴 때는 신경세포 생성이 활발하기 때문에 기존에 만들어진 신경회로에 변화가 생겨 저장된 기억을 회상해 내는데 방해를 받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릴 때 우리가 겪은 평범한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 못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때는 우리가 얼마나 실수가 있었는지?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유치했는지 기억을 못한다. 이는 우리가 자라면서 새로운 신경 시냅스 연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개조되고 변형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적으로도 유아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장성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가지게 된다. 영적 유아기 시절에는 우리의 주님에 대한 이해는 부분적이고 하나님을 향한 우리 믿음의 모습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고린도전서 13장 11절에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고 말한다. 신앙의 걸음을 걸어 가면서 영적으로 성숙되어 가야 함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믿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것이나 깨닫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처럼 부족할지라도 꾸준히 성장하면서 영적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그는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이었던 갈대아 우르를 떠났지만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하란에 머물렀다. 이는 가나안으로 들어가기를 두려워하여 주저하였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의 아비 데라가 죽고, 하나님께서는 하란에 거하는 아브라함을 다시 부르시어 그를 복의 근원으로 삼겠다고 약속하니까 그제야 가나안으로 들어 갔다. 그런데 하나님의 지시에 이끌려 가나안 땅으로 들어 왔건만 그 땅에 흉년이 있자 다시 이집트로 내려 갔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어찌 하든지 견뎌내야 하지만 당장 굶어 죽게 되었으니 물자가 풍성한 이집트로 떠난 것이다. 아직도 그에게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만 붙들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집트로 내려간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를 누이라 칭하면서 목숨을 부지하고자 하였다. 왜냐하면 그곳은 남의 아리따운 아내를 뺏기 위해 남편을 죽이기도 하는 고약한 땅이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사라를 취하려 하자 하나님께서는 파라오의 집에 큰 재앙을 내려 경고하심으로써 아브라함은 간신히 아내를 되찾고 다시 가나안으로 올라 올 수 있었다. 믿음의 조상으로 추앙 받는 아브라함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하나님께서 그를 얼마나 사랑하시며 어떻게 보호하시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던 영적 유아 때, 그는 하나님보다 인간의 방법을 먼저 찾았다. 우리도 영적인 어린 아이로 있으면 치졸하고 치사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자주 믿음의 삶에서 실수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신앙적 유치함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어린 아이의 일을 버리고 예전에 행했던 부끄러웠던 일을 잊어 버림과 아울러 하나님을 향한 깊은 신뢰가 우리의 생각과 삶을 이끌도록 부단히 경건의 훈련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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