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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호

일상에서 마주친 미래
  글·김재욱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은평교회. 저서 ‘1318 창조과학 A to Z’ 등)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이었다. 네댓 명의 중년 남녀가 차에 타더니 전도를 시작했다. 전도지를 나누어 주고서 한 남자분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으셔서 천국을 소유하시기 바랍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다고 했습니다.”

짧게 말이 끝났고, 그들은 한 정류장 지나자 바로 내렸다. 전도지를 보니 옆 동네의 한 감리교회였다. 전도지는 진부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전도는 누가 뭐래도 귀한 일이다. 공공장소에서 금지된 일이지만 크게 방해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이 내리고 10초도 안 되어 도시철도공사 직원이 그 칸으로 들어왔다. 그는 화가 난 표정에 의기양양해 보였다. 마치 ‘오늘 딱 걸렸어…’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내린 후인데, 어쩌려고 하나 봤더니, 한 승객의 무릎에 놓인 전도지를 다짜고짜 집어들고는 “좀 전에 내렸어요?” 하고 묻더니 교회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한 뒤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아마도 전화를 걸어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법에 따라 벌금이라도 물리려는 심산일 것이다. 그가 거기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누군가 문자로 신고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요즘 지하철은 물품 판매행위와 기타 포교활동 등이 금지돼 있다. 아마 이런 법은 오래전에도 있었을 것이지만 직접 단속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1~2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고발과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도하는 사람, 즉 말씀의 대언자를 내쫓는 일은 잡상인과 노점상을 내쫓는 일보다 영적으로 훨씬 위험한 일이다. 단속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난 뒤로 승객들은 쾌적하게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자거나 귀가 터져나가도록 음악을 듣고 게임 삼매경에 빠질 수 있으며 동영상 시청에 스마트폰 사용까지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이제 전도를 하면 잡혀가는 세상이 되고 있다.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말해도, 다른 종교로는 구원받을 수 없다고 말해도, 어떤 문화가 사탄 마귀로부터 나왔다고 말해도 법에 저촉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법의 개정을 통해 다가올,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사람들은 마음에 불편한 복음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권리, 즉 자유의지로 지옥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고자 하고 있으며 애써 법을 바꿔가면서 그 길로 들어서고 있다. 미래에 그 결과들이 드러날 것이다.
어느 국경일. 누가 집 문을 두드린다. 뭐라고 하는데 가끔 오는 여호와의 증인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네? 어떻게 오셨어요?”
그러자 한 여성의 목소리가 말했다.
“절에서 나왔는데요, 교회에 다니시더라도 물 한 잔 베푸시고…”
 아마 문에 붙은 교패를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내의 만류에도 문을 열어 보니 오십 정도 된 멀쩡한 여자가 있었는데 비구니도 아니고 승복같은 걸 입지도 않았다. 다른 목적이 있는 줄 알았는데 물을 달라고 한다.
“물 드릴까요?”
차가운 둥굴레차를 한 컵 따라 주는 동안에도 중얼중얼 교회가 어떻고 하며 뭔가 말을 한다.
“쉬는 날인데 절에서 왜 다니세요?”
그러자 나를 보더니, 알 수 없는 말들을 한다.
“교회를 다니셔도 나중에는 다… 사람마다 복이란 게 있거든요. 아저씨도 보니까 복이 있는데… ”
그래서 말도 막을 겸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아주머니도 예수님 믿고 구원 받으세요.”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달관한 표정을 지으며 받아친다.
“그게 다 같은 거예요. 하나님이나 부처님이나 결국은 위로 올라가면 같은 거라구요.”
이 말에 갑자기 등에서 열이 뻗쳤다.
“아이고~ 참 나, 그게 아니죠. 같긴 뭐가 같아요? 진짜 하나님을 믿어야 살죠.”
그러자 그는 번지수 잘못 찾았다는 듯 서둘러 돌아갔다.

문을 닫고도 나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왔다 갔다 하며 가슴을 쳤다. 아니, 절에서 나온 사람 입에서 어떻게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불자들의 세계를 워낙 모르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예수라면 말도 못 꺼내게 하고, 서양 귀신이니 하며 가족 중에 크리스천이 나오면 부처님이 노하셨다고 말리던 생각이 나는데, 위로 올라가면 다 같은 거라는 프리메이슨 비밀 종교와 일부 배도한 신학자들의 이른바 ‘등정로 이론’이 그들의 입에서 나온다니,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모르긴 해도 진보적 신학자들의 종교통합 회동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복음 외에는 모두가 이런 생각을 반기고 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인 2009년, 가톨릭에서는 과거 한때 적대적 관계였던 진화론과의 화해를 재차 시도하며 더 많이 수용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결과 가톨릭 신자들은 무신론자들보다 더 많이 진화론을 수용하게 되었다.
한편 어느 승려도 인터뷰를 통해 불교의 과학관을 밝혔는데, 자신들은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이 영겁의 세월 동안 나고 자라고 죽어 다른 것으로 환생하면서 이어온 것이니 그것이 곧 진화의 다른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처럼 흑백이 분명한 문제를 크리스천들이 바르게 나누지 못하고 휩쓸리며 악의 세력에 속아 우리의 길과 그들의 길이 결국 하나로 통하는 등정로라는 그럴듯한 말에 속아, 타종교에 욕 안 먹고 멋지게 유명세를 타보려는 종교지도자를 따라 멸망의 길로 가는 미래. 그것을 낯선 방문자의 얼굴에서 읽는다는 것은 무척 답답하고 서글픈 경험이었다.
산을 오르는 길을 이야기하지만 하나님은 ‘산’이 아니라 ‘신’이시며, 구원의 길은 산을 기어오르듯 고생끝에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계시된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써 단번에 얻는 것이다. 산에 오르는 것처럼 수행을 통해 득도를 하고 성불하는 개념을, 두루뭉술한 교리 때문에 제대로 된 복음을 배우지 못한 크리스천들이 기독교에 끌어들여 온통 엉망이 되고 있다.

말씀을 대언하는 일이 불법이 되고, 복음이 우상을 섬기는 것과 동일시되는 일. 아무리 가슴을 쳐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현실화될 것이다. 이것이 일상에서 마주한 미래이다. 그 혼란의 미래를 넘어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신다는 소망의 미래가 없다면, 이 땅은 이미 지옥이나 다름없는 절망의 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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