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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호

가을철에 유행하는 발열병들
  글·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주님의 교회)

감염병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내과질환이다. 오늘날은 여러 가지 질병의 분포와 발병형태(역학)가 잘 알려지면서 여러 가지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외국어 이름이 붙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이 땅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병원균들이고, 다만 최근의 여러 가지 자연 환경의 변화나 미생물을 옮기는 매개체 동물의 서식지가 바뀌면서 더 두드러지게 보이기도 하고 혹은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오랜 역사의 동거 동락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심하지 않은 편이다. 흔한 순서대로 소개하겠다.


1. 진드기 애벌레가 옮기는 발진, 발열병인 쯔쯔가무시병

원인균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라는 세균이고 주로 숲에서 서식하는 진드기의 애벌레가 사람을 물음으로써 옮긴다. 주로 우리나라,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많고 지역적으로는 주로 전라남북도, 충청남북도와 경상남도의 농촌을 중심으로 많다. 병을 옮기는 진드기 유충이 활동을 하는 가을철(9~11월)에 주로 유행을 한다. 농촌에 거주하는 분들뿐 아니라 성묘나 산행을 다녀와서도 많이 발병하고, 그러한 지역적 환경적 특성이 중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나이나 동반된 질환 여부에 따른 영향은 덜 한 편이다.

주된 증상은 고열이 나고 피부에는 얼굴과 상반신에 울긋불긋한 피부발진이 일어나며, 최초에 애벌레에 물린 자리는 검은 딱지(가피)가 발견되기도 한다. 목의 림프샘이 여러 개가 커져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만져봐도 종종 확인 가능하다. 대부분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편이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doxycycline, azithromycin 등)를 시작하면 1~2일 안에 열이 떨어지고 임상적인 경과가 빨리 좋아진다. 가피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행지역에서 가을철에 열이 나고 피부에 전형적이지 않은 발진이 나고 있다면 의심해볼 수 있을 정도다. 병의 진단은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하거나 혈액검사로 (혈청) 확진을 할 수 있다. 매우 드물지만 가볍지 않은 형태의 심한 장기 손상, 중추신경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항생제 1주일 정도면 충분하고 효과가 알려진 예방접종은 없다. 가을철에 산행이나 성묘 등을 갈 때는 가급적 팔다리가 노출되지 않는 옷을 입는 것을 권장한다.


2. 논 밭 등에서 피부나 점막을 통해 감염이 되는 발열, 황달, 호흡기 증후군인 렙토스피라병

원인균은 렙토스피라 인터로간스(Leptospira interrogans) 등의 세균이다. 이 세균은 주된 숙주 동물인 쥐의 몸 속에서 증식하면서 오줌 등의 배설물을 통해서 전파가 되고 주로는 물이 들어가 있는 논에서 피부의 상처 등을 통해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다. 따라서 단순 산행객이나 여행자보다는 농부나 농촌 일을 지원 나온 사람들에게 잘 발병한다. 역시 우리나라, 중국과 아메리카 대륙 등 유행지역이 다양하고 7~11월 사이에 유행을 한다.
약 7~12일의 잠복기를 거쳐서 고열과 전신의 혈관염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즉 간, 폐 등 여러 장기의 손상이 나타나고 황달이나 혹은 폐렴과 같은 모양의 증상이 생긴다. 동반질환이 많거나 고령자의 경우 전신적인 패혈증으로 인한 장기손상의 정도가 심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행주의 발병형태는 주로 기침과 가래, 객혈 등이 특징이다. 역시 의사가 진단하거나 혈액검사(혈청검사)를 통해 확진이 가능하다. 치료약제로는 페니실린(penicillin)계, 독시사이클린(doxycyclin)등이 잘 듣는다. 심한 황달과 전신손상증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2~3주의 경과를 거치고 대부분 스스로 좋아진다. 농번기 때가 유행 철이기 때문에 논일을 할 때는 반드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장화 등을 신고 노출된 피부가 없도록 하는 것이 예방이다. 또한 사람의 주거환경 주위로 쥐를 통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지 못하였다.


3. 가을철에 호흡기 점막을 통해 감염이 되는 한타바이러스 출혈열 콩팥증후군(유행성출혈열)

한타바이러스는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어떤 미생물보다도 숙주동물과 운명을 같이 한다. 즉 숙주동물인 등줄쥐가 서식하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서 발병을 하고 같은 과에 속하는 유사한 다른 분야 바이러스과 바이러스들과 달리 우리나라와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한타바이러스-등줄쥐로 짝지어지는 이 관계에서만 발병을 한다. 현대의학계에 처음 알려진 것은 한국전쟁 때 심한 열병과 급성콩팥손상을 나타내는 UN군 병사들이 많아지면서였다. 역시 쥐의 소변 등의 배설물을 통해서 들판에 퍼지고 이를 호흡기를 통해 흡인한 사람에게 심한 발열, 출혈 증후군을 일으킨다. 10~11월과 5~6월에 발생하며 간혹 심하지 않은 가벼운 발열만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발열질환과 달리 5단계의 병기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세탁기가 단계단계 작업을 시간에 따라서 수행하듯, 이 병은 처음에는 1) 발열 2) 저혈압 쇼크 3) 소변량 감소 4) 소변량 극대화 5) 증상회복기의 단계를 거쳐서 나타난다. 따라서 열이 나던 사람이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거나 소변량이 갑자기 줄면서 몸이 붓기 시작한다면 강력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야외활동이 많은 군인들, 농촌 주민들이 주로 취약한 인구이며 혈압이 떨어지고 소변이 안 나오는 시기에 자칫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감염병이다. 효과적인 치료약은 없으나 오늘날은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 중에 진단이 되고 바로 혈액투석과 같은 효과적인 치료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망하는 환자는 많이 줄었다. 혈액투석이라는 치료 자체가 처음 도입된 배경이 바로 한국전쟁 때 한타바이러스로 인한 급성콩팥손상에 빠진 미군병사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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