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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호

식어버린 구운 감자
  글·송영옥 (늘푸른교회 담임목사)

10월 5일 토요일, 교회에 갔습니다. 우리 교회는 전라남도 화순에 있습니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화순읍과 능주 사이의 만수리라는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입니다. 시골교회에서 전원교회로 변신하기 위해 저와 성도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너구리, 닭, 토끼들에게 먹이 주고, 하우스(연못과 꽃이 있는 休하우스) 보살피고, 1천 평 정도 되는 잔디동산 둘러보고, 서류 정리 하다 보니 벌써 오후 두 시나 되었습니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는데 밥도, 라면도 없었습니다. 주방 한 구석에 구운 감자만 몇 개 있었습니다.

3일 전 개천절 전날 저녁에 우리 ‘늘푸른마을 추억의 밤’ 행사 때 구워놓았던 남은 감자였습니다. 그날 밤 야외 잔디동산에서 영화 보며 고구마랑 감자랑 구워먹었는데, 우리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했던 군고구마는 영화와 함께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졌고, 식은 감자만 몇 개 남아 있었습니다. 찐 감자는 식어도 어느 정도 맛을 유지하는데 구운 감자는 정말 맛이 없습니다. 따뜻할 때도 외면을 받았던 구운 감자는 이제 그날 밤 추억을 희미하게라도 끄집어 낼 수 없을 만큼 싸늘하게 식어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몇 개를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손수 만들었던 의자에 앉아 감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외롭게 음료수도 없이 김치도 없이 팍팍한 감자를 먹고 있는데, 먼 산 위에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의 넓은 잔디동산을 타고 내려오는 가을 정취 머금은 산들바람, 높아진 가을하늘에 절제되고 정제되어 맑고 따사로운 햇살이 나의 심장까지 스며들었습니다. 배고픔, 외로움의 식은 감자 맛은 사라지고 뭉게구름, 산들바람, 따스한 햇살이 행복호르몬과 함께 마음속 깊은 추억의 곳간에 저장되었습니다.  

식은 감자 같은 삶

우리에게도 때로는 식어버린 구운 감자처럼 외롭고 쓸쓸한 무미건조한 삶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식은 감자만 보면 더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뭉게구름 피어오르게 하듯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디자인해주시는 하나님, 시원한 바람처럼 우리에게 속삭여주시는 성령님, 따스한 햇살처럼 죽음보다 강한 사랑으로 우리를 품어주시는 예수님, 3위로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면 행복호르몬이 분비되어 모든 것이 행복한 추억으로 저장됩니다.

제 아내가 다섯째를 낳은 지 몇 개월 안 되어 한겨울에 몸살이 났습니다. 몸살이 날 때는 방이라도 따뜻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등유 살 돈이 없으니 난감했습니다.

돈이 드는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서 하나님이 주신 공짜에너지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교회 승합차를 집 앞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끌어다 놨습니다. 그리고 의자를 젖히고 이불을 깔고 아내를 들여보냈습니다. 사우나실 같은 승합차 안에서 한 시간 가량 누워있더니 다 나아서 스스로 이불을 들고 나왔습니다.

둘째를 1월 1일 한겨울에 낳고 냉방에서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뼈가 어긋났을 때는 제가 기도하여 약 24시간 동안의 고열에 의해 뼈가 맞추어지는 기적이 일어났었습니다.

제가 신학을 시작할 때부터 오랫동안 우리는 식어버린 구운 감자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니 행복했습니다. 이런 식은 감자 같은 부족한 삶이 지혜와 능력을 더해줬고, 부부의 결속력을 더해줬고,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같은 풍성한 추억의 스토리가 되어 제가 인도하는 집회나 강의를 돕습니다.
 
어느 날 제 강의를 들은 제 큰딸 작은딸이 이 이야기를 듣고 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그때 엄마도 고통이 아닌 행복을 느꼈느냐고….

그러자 아내가 말했습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인생을 가장 가치 있게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기도했었어. 결국 영혼구원을 위한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일을 하려면 목회자가 가장 적합한데, 나는 여자일 뿐만 아니라 성격적으로 조력하는 일을 더 잘하기 때문에 목회자의 아내가 되는 꿈을 꾸고 기도했어. 내가 기도해서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고, 오히려 감사했지.”

식은 구운 감자 같은 삶이 펼쳐질 때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고 어떤 경우에는 하나님의 존재까지도 의심합니다.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고 식은 구운 감자만 바라보니 하나님도, 하나님의 사랑도 안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식은 구운 감자 맛만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어떤 상황 속에 있던지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보시고 하나님을 의지하여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같이 행복한 인생으로 만들어 가시기를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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