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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호

상석 효과, 실수 효과
  글·전요섭 (성결대 기독교상담학 교수. 교육학 박사. 성결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장)

상석 효과 (Head of the table effect)

“김 과장, 오늘 사장님하고 식사하면서 웬 말을 그렇게 많이 해?”
“네? 제가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럼, 자네 평상시에 사장님 앞에서 말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웬일이야?”
“부장님! 오늘 특별 식사를 하면서 좌담회 하는 날 아닙니까?
 좌담회… 이야기 하는 날….”
“이 사람아! 좌담회야 매월 한 번씩 하는데 오늘은 자네 별났어!”
“사장님께서 제 앞에서 자꾸 말씀하시니까, 꼭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아하, 아마 자네가 오늘은 사장님과 마주 앉아서 그랬던 모양이구먼! 지난번에는 저 구석에 앉아서 아무 말도 안 했고….”

지도자로 임명받거나 선출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식적 집단이든 비공식적 집단이든 자연스럽게 모인 자리에서 상석이라고 인식되는 자리에 앉게 되면 그 사람은 마치 자신이 지도자가 된 것처럼 집단을 이끌려는 성향이 발생하고 말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은 누구나 상석에 앉음으로써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지도자임을 인식하게 되는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지도자로 임명받거나 선발되기 전에는 그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을 흔히 보지 못했었는데, 지도자가 된 후로는 자연스럽게 발언의 양도 많아지고 다른 사람들을 골고루 쳐다보고, 많은 구성원들과 눈을 맞추려고 하며, 무엇인가를 제안하거나, 의사소통 연결망의 중심적 위치를 점유하려고도 하고, 자신이 여러 사람들의 발언을 수합하려고 하거나 그것들을 판단하려는 역할을 하려한다. 아울러 상석 주변에서 제안된 의견들이 다른 위치에서 제안된 의견보다도 많이 접수, 결정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일컬어 ‘상석 효과’(head of the table effect)라고 부른다.

사람은 누구나 지도자가 되면 그에 걸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또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식이 있는데 그것은 구성원들의 일치되지 않은 다양한 의견을 잘 정리하여 하나의 통일된 의견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석 효과’는 자신을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대표자로, 의견을 종합하는 대표자로 인식하려는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지도자가 될 만한 준비된 사람이 있겠지만, 항간에는 어떤 집단에서나 지도자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 자리에 앉게 되면 누구라도 지도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한편으로 위험스러운 말이기도 하다. “집단을 어디로 이끌지도 모르는 검증되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지도자를 맡게 된다는 말인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상석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들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 가운데 “그 자리에 앉혀주면 못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렇게 말하면서 자격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인데 등용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도자를 평가절하하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그가 재수가 좋아서, 연줄이 잘 닿아서, 기회가 좋아서 올라갔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경우들이 많다. 어쨌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상석 효과’에 준하여 지도자를 중심에 두고 사람들이 모여 있을 경우에 누가 가장 말을 많이 할 것 같은가? 이에 대해서도 자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개는 상석을 마주보고 앉는 사람이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 현상이다. 집단 상담을 할 때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이상하리만큼 지도자의 앞자리에 앉은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들보다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또한 대개 군대에서 장교식당의 식사 풍경을 살펴보면, 이른바 ‘메인 테이블’이라는 원탁은 부대 지휘부 장교들이 식사하는 곳이다. 원탁의 벽면에 사단장이 자리하고 그 참모들이 둘러앉아서 담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게 되는데, 대개 사단장 맞은편에 앉은 장교가 말을 많이 하거나 답변을 잘하게 된다. 앉는 위치가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수 효과 (Pratfall effect)

“여보! 국이 왜 이렇게 싱거워요?”
“어머머… 세상에 간을 안 봤어! 소금을 안 쳤어! 어떻게 해!”
“당신이 요리할 때 실수를 다해요?”
“아이, 여보… 쑥스럽게 왜 그래요? 저는 사람 아니에요? 아까 간 본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렇지 당신은 요리학원 강사잖아요?”
“아이 참… 사람은 다 실수하는 법이에요! 너무 그러지 마요! 제가 자주 그러는 것도 아닌데….”
“흥미로워서 그래요! 요리학원 강사인 당신이 실수를 다 하니까….”

대체로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일에 대해서 실수 없이 완벽하게 처리하여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과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전문가도 실수할 때가 있다는 해석이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는 동물이 또 있을까? 그렇지만 그런 원숭이도 잘못하여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니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전문가에게서 실수가 나타나면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기보다는 그가 실수한 모습에서 더욱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고 친밀감마저 갖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일컬어 ‘실수 효과’(pratfall effect)라고 한다. 또 다른 말로는 영어 ‘pratfall’을 그대로 직역하여 ‘엉덩방아 찧기 효과’라고 옮겨 사용하기도 한다.

만일 한국에서 제일가는 미모의 여가수가 생방송 도중에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다가 그만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이 방영되었다면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일까? 아마도 “저렇게 연습도 하지 않고 나와서 실수나 하고… 쯧쯧 어떻게 저런 사람이 가수가 되었을까? 가수 할 사람이 그렇게도 없나?” 이런 반응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그 가수의 실수를 안타까워하며 “어이구, 저걸 어떻게 해! 굉장히 아프겠는데?”라며 마음으로라도 위로하고 갈채를 보낼 것이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실수나 결점이 없는 사람을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실수와 인격과는 밀접한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실수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인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수 효과’는 아무에게나 실수가 나타났을 때 동정심을 얻게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훌륭하게 뭔가를 갖춘 사람, 이루어 놓은 사람,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 등의 실수에 해당되는 말이다. 즉 전문가의 실수일 경우에 그 실수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이 더욱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실수를 자주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계속된 실수는 오히려 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수 효과’가 적용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빈번한 실수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울러 비난받을 수 있는 비윤리적 실수에 대해서도 이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실수 효과’는 일반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해당된다. 같은 유능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통념상 여성이 실수하거나 결점이 있을 때는 평가가 부정적이 되지만, 남성에게서는 매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실수를 보는 입장도 서로 달라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유능한 사람의 실수나 결점에 대해서 호감을 갖는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나 결점을 용납하지 않거나 호감을 갖지 못하게 된다. 또 경쟁적인 상대가 실수나 결점을 노출하면 경쟁 대상이 아닌 사람의 실수나 결점을 보는 것보다 오히려 더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심리현상이다.

인간적 호감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실수 할 수 없지만 실수가 나타났을 때 그것을 겸손히 인정하는 모습에서 그야말로 인간적인 모습이 나타날 수 있으며 동정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존재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수했을 때에는 그것을 겸허히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의 가정에서는 더욱 이것이 요구된다. 가족 간에는 서로 실수를 드러내지 않고, 감싸주며 덮어 주는 포근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가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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