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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호

신앙은 이 땅에서 한 차원 높은 것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
  글·이대건 (서울대학교 병원 원목실 병원교회 담임목사)
1. 아이와 함께 성숙되어 갑니다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그러나 이곳은 분명 사람이 사는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모든 것을 집약하고 요약하여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뇌손상으로 생후 1년이 되지 않아 이곳 병원(2003년 9월)에 온 000 아이와 엄마와의 만남은 벌써 3년째가 되어 갑니다.

2003년 9월 16일
사랑하는 아들 00 가 16일째 경련과 뇌염 증상으로 병상에서 의식이 없는 채 싸우고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께서만이 우리 00이를 일으켜 주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 00 의 경련이 멈추고 보혈의 능력으로 깨끗이 치유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아멘

2004년 11월 27일
안녕하세요 목사님! 1년이 조금 지났는데 000 엄마입니다. 기억하실지……. 작년 9월에 00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 때 이 병원교회에서 하나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퇴원해서 하나님 은혜 가운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뇌손상이 워낙 심해서 아직 경련발작이 가끔씩 계속되고 있어요. 오늘은 비디오 뇌파촬영을 위해 잠시 입원 중입니다. 00 와 늘 기도하면서 주님 주신 소망 가운데 믿음 잃지 않고 있어요. 반드시 전처럼 일어나 걸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뜻이 계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 동안에 기도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시고 응답하십니다. 끝까지 함께 기도해 주세요.

중환자실 면회시간 이외에는 거의 교회병원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말대로 신앙의 초보라고 겸손해 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곤 합니다. 계속되는 경련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 그러나 젊은 엄마는 의식이 없는 아이에게 성경, 동화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부르고, 아이와 함께 했던 날들을 이야기하고, 하루 동안의 자신이 생활한 모든 것을 면회시간 30분 동안 아이와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화가 아니라 독백이지요.

퇴원한 후 반년쯤 된 것 같습니다. 다시 병원에 왔습니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과 병실로, 그리고 중환자실로……. 아이는 너무도 예쁘고 잘 자라 몰라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젊은 엄마는 건강한 딸을 출산하고,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들을 자신의 몸에서 이어지게 하신 것을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는 분명 엄마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어느새 엄마도 그 아이와 함께 신앙으로 성숙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내 자신이 성숙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하고 되물어 봅니다.

2. 믿음이 태어나는 공간이 있습니다

외래와 병동에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빠들을 봅니다.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하고, 아이와 장난도 하는 남자 어른들을 자주 봅니다. 가끔 위험한 장면도 목격합니다. 아이들을 번쩍번쩍 올리면 아이들은 움찔하는데도, 아이를 손 위에 올리기도 하고, 머리를 아래로 해서 거꾸로 세우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재미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 합니다.

몸과 정신을 연결 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데, 점점 자라면서 몸과 정신이 통합을 이룬다고 합니다. 아주 어린 아이를 다루는 것은 중요합니다. 함부로 흔들어 대거나, 머리를 떨어트리거나, 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번쩍 올리는 행위들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 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엄마는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거울을 보는 것은 인간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거울을 통하여 자신이 표현한 것을 되돌려 받는 것이지요. 그렇지 못하면 창조적 능력이 시들고 환경을 살펴 눈치만 재빠른 아이를 만듭니다.

아기와 엄마 사이에 신뢰가 생기면 여기에 공간이 생깁니다. 심리학적인 용어로는 ‘잠재공간’이라고 합니다. 보이는 방이 아닙니다. 가상의 공간입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하여 창조적으로 이 공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타고난 공간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들이 있는 산 경험의 공간입니다.

믿음이 태어나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어디일까요? 진정한 생명으로 사귐이 있는 곳, 신뢰하고 믿음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 있습니다. 교회라고 믿습니다. 교회는 사랑의 공간입니다. 엄마의 품입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어 곧 주의 사람들 그 불에 몸 녹이듯이 주님의 사랑 이같이 한번 경험하면 그의 사랑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라…….

교회가 이런 사랑의 공간의 되기를 기도합니다. 누구나가 주님의 사랑에 모두 녹아지는 공간, 그리하여 내가 부서지고 무너지고 깨지는, 씻기고 버리고 고치고 겸손해지는 공간……. 천국의 공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교회와 병원 그리고 병원교회가 그런 사랑의 공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3.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일 예배를 마치면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환우 분들을 정리하여 심방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날 수술 스케줄을 일일이 대조하여 오후부터는 병실심방을 합니다. 주일 낮예배를 마치고 오후시간, 예배에 참석한 환우들을 살펴보니, 같은 주소로 되어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내일 스케줄을 보니 같이 수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이 장기이식입니다. 내일 아버지가 아들에게 간을 이식하려고 합니다. 2005년 3월 현재 장기이식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13,550 명입니다.〈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http://www.konos.go.kr〉 아주 쉽게 해결될 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자녀에게 자신의 장기 일부를 주는 부모들은 담담합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가 온전히 자랐으면 이런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오히려 자신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자녀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런 일이 전해지는 이곳은 분명 사랑의 공간입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 큰 사랑으로 아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주는 곳입니다. 신앙은 이 땅에서 한 차원 높은 것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입니다. 받는 것에서 주는 것으로, 진정으로 주어도 아깝지 않을 때 우린 어느새 부모가 되어있지 않습니까?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듯, 줄 수 있는 마음이 높은 곳이고, 하늘이고, 아버지입니다. 받는 자는 처음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성숙하면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르게 받는다면 분명 주는 것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제가 부모 되어보니 부모님 마음 알 것 같습니다. 이 마음으로 하늘마음도 알게 하옵소서. 자신의 모든 것, 생명까지도 주신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힘이 됩니다. 이곳에서 나도 많이 받은 자 답게 많이 주는 자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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