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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호

노시보(Nocebo) 효과를 없애고
  글·김종철 (충남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본지 편집위원. 마중물교회)

자기 주치의(主治醫)나 담당 의사를 믿지 못하여 그 의사의 처방이나 치료를 잘 따르지 않는 환자들은 똑같이 처방된 약을 먹어도 같은 병명의 다른 환자들보다 잘 낫지 않은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의료진들은 그 환자에게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즉, 효과가 분명히 있어야 할 약제나 치료법인데도 불구하고 의사에 대한 환자의 의심이나 불신이 너무 강해서 (그 부정적인 심리 반응으로 인해) 환자의 병이 잘 낫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가 될 때 노시보 효과 양성(陽性)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Nocebo’라는 라틴어는 “해를 끼치다” 혹은 “나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결국 노시보 효과는 환자 자신에게 이익이나 득이 아닌 해를 끼친다는 말이다. 그 해악이 어찌 환자 본인에게 뿐이랴. 의료진에게도 자기 가족에게도 더 나아가 이 사회에 엄청난 손해와 손실을 초래하는 심각한 반응이다. 이런 심리 상태에 있는 환자들이 내뱉는 부정적인 말은 주위 사람들(다른 환자들, 가족들, 면회객들, 의료진, 이웃 등등)에게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대를 유발한다. 그리하여 아무런 의학적 이유도 없이 모두에게 해를 입히는 노시보 효과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강한 전염력을 드러낸다.

이에 반해, 의사와 환자 사이에 튼실한 신뢰 관계가 성립되면, 의사가 별거 아닌 약을 처방해도 환자의 질병이 잘 낫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즉 위약(僞藥) 효과가 발생한다. 약리학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을 약ㆍ물질을 투여하거나 기구ㆍ도구를 사용한 처치ㆍ시술을 해도, 환자가 그것이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 경우에는, 그 긍정적인 심리 작용에 의해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유익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것은 약물학적 작용 또는 다른 어떤 직접적인 신체 작용의 이론으로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여기서 “Placebo”라는 라틴어는 “마음에 들게 하다”, “기쁘게 해주다”, “만족시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서 작년에 일어난 다음과 같은 미담(美談)을 들으면, 플라시보 효과에 의해 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 점차 회복될 것 같아, 자신 있게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병원에서 지난해에 자녀가 자기 아버지에게 기증한 간으로 간 이식 수술을 실시한 후에 잘 회복한 가정이 둘 있었는데, 그들 가족이 여태 친가족처럼 계속 교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P(59)는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 오고 간암 수술을 받는 등 증세가 악화되어 죽음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사귀는 남자가 있는 막내딸(27)이 아버지 모르게 우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간 이식 적격자로 판정을 받았다. 기쁜 마음에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지만 P씨는 결혼을 앞 둔 신부가 그럴 수 없다고 극렬하게 반대하였다. 예비 신랑의 동의까지 받아 결혼 일시를 늦추면서까지 수개월 간 설득한 딸의 지극 정성에 감동한 P씨는 마침내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그 딸로부터 간 일부를 제공 받아 지난 해 7월 9일에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성공적인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그는, 같은 병동에서 자기와 비슷한 질병과 가족 상황으로 고민 중이던 K씨(48)를 찾아가, 자신이 수술을 결심하게 된 동기와 성공적인 수술로 건강을 되찾게 된 과정 등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그런 그의 진심이 통했던지, K씨도 이식 적합으로 판정 받은 막내아들(20)의 지극한 효성을 받아 들여 작년 11월 19일에 동일한 간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 두 가족은 지속적으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며 건강 회복에 힘쓰는 등 가족 이상의 친분을 이어 오고 있다. 친자녀(각각 딸, 아들)의 간 기증으로 새 삶을 찾은 두 아빠는 “자녀에게 빚진 심정으로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고 이웃에게 뭐든지 아낌없이 베풀며 살겠다.”라고 회복 소감을 밝혔다. 실력 있는 의료진과 환자 및 가족 사이의 생명을 살리는 돈독한 신뢰감, 그리고 희생적이며 숭고한 가족사랑 이야기가 얼마나 훈훈한가. 심금을 울리는 이런 병상(病床) 미담을 듣거나 읽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과 몸에 지금 희망적인 플라시보 치료 효과가 막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2012년 2월은 4일에 입춘(立春)을 두고 있다. 입춘을 맞이하여, 더 긍정적이고 참신한 말을 해서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들로부터 질병을 예방하고 또 병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플라시보 치유 효과를 높여보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에 시뻘겋게 달군 낙인을 찍어 병들게 하는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나 ‘낙인 이론(Labeling theory)’ 그리고 상호 불신감을 조장하는 ‘노시보 효과’는 겨울 끝자락의 찬바람에 싹 날려 보내자. 심신에 활력을 부여하는 희망찬 봄을 바라보면서 “No Nocebo effect!”라고 매일 되풀이해서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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