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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호

고구마 금연 상담법
  글·정유석 (단국대학병원 금연클리닉/ 가정의학과교수. 멜번교회. xsmoke.net<금연친구> 운영자)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얼마 남지 않은 한해에 대한 보람과 후회,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곤 합니다.

새해의 결심 중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 금연 결심인 분이 많으시죠?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가장 흔한 새해 소망이 ‘가족의 건강’이고 이와 관련하여 가장 흔한 결심이 ‘금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겨우 5% 가량만이 연말에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대부분은 실패자로 쓰라린 경험만 하는 셈입니다.
흡연자의 80%는 과거에 금연을 시도한 경험이 있으며, 흡연자의 20%가량은 향후 3개월 이내에 금연하는 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자신 있게 담배를 피우는 분도 속으로는 상당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인터넷 금연클리닉 금연친구(www.xsmoke.net)와 저의 진료실에서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권고하면 대개 3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첫째는 아주 강력하게 금연을 반대하는 분들입니다. “에이- 안 그래도 사는 게 힘들어 죽겠는데……. 이놈(담배)마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요……. 스트레스 팍팍 쌓일 때 그래도 담배만한게 없다니까요…….”

이런 분들은 담배가 주는 작은 위로를 과장하여 설명하고, 흡연의 해독은 애써 부인하는 분들로 가장 금연하기 어려운 그룹입니다.

두 번째는 제 금연권고에 상당히 동감하는 척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 맞아요. 선생님 말씀이 백번 옳지요. 이게 정말 해롭더라고요. 제가 올 초에 몇 달 끊어봤더니 그렇게 몸이 개운하던데……. 사람이 부실하다보니 다시 피우고 말았네요……. 그런데……. 당장은 못 끊겠어요……. 사업이 좀 안정되면 당장 끊을게요……. “

이런 식입니다. 이런 분들은 무언가 강력한 계기가 생기면 금연결심을 할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 완전히 준비가 된 것은 아니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반가운 흡연자는 향후 한달 이내에 금연할 것을 구체적으로 결심하고 준비하는 그룹입니다. 이런 분들은 의사가 지나가는 말로 ” 담배만 끊어도 혈압조절이 훨씬 잘 될 텐데요……. “라고만 해도,”선생님,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정말 끊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똑같이 담배를 피워도 흡연자의 심리상태는 이렇게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첫 번째 그룹을 고려전단계(삼국시대가 아니고……. 금연을 생각하지도 않는 단계라는 뜻), 두 번째를 고려단계, 세 번째를 금연준비단계라고 부르는데, 저는 교회에서 들은 전도법 집회를 듣고, 고구마 금연상담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불신자를 교회로 인도할 때, 장작속의 고구마가 잘 익었는지 쇠젖가락으로 푸욱 찔러보는 것처럼, “이번 주일에 교회에 같이 가실래요?”하고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만일 “미쳤어요……. 차라리 내 주먹을 믿지.”이렇게 팍 튀어나오면 ‘생고구마’로, “교회요? 예수 믿으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아직은 안 돼요…….” 이렇게 젓가락이 들어가다 말면, ‘반고구마’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요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져서 무언가 찾고 있었어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익은 고구마‘로 분류하여 각 단계마다 적절한 상담을 제공하라는 것이 고구마전도법의 핵심이지요.

만일 금연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보이는 흡연자(생고구마)라면 각종 금연보조제를 트럭으로 가져다줘도 소용이 없고, 흡연의 해독을 체계적으로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반대로 하루에 2갑을 피우고 있지만, 금연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흡연자(익은 고구마)에게는 간단한 상담만으로도 금연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 주변의 흡연자를 보실 때 그분이 어떤 고구마인지를 먼저 파악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리고 생고구마가 단번에 푸욱 익기 어려운 것처럼 금연결심도 단계가 필요함을 기억하고 지혜롭게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의 남편(혹은 아버지)이 여전히 생고구마 상태라면 생일선물로 비싼 금연파스를 사주는 것보다는, “여보……. 당신이 담배 끊는 것이 별로 기대는 안 되지만……. 내 친구 남편이 엊그제 폐암진단을 받았데……. 아주 애연가였거든……. 당신처럼…….” 이렇게 자극만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금연친구(www.xsmoke.net)는 이렇게 흡연자의 준비단계에 따른 맞춤 금연상담을 제공하므로 새해에 사랑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금연에 대하여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려고 지난 9월 호주 멜번의 암 연구소에 일년간의 기한으로 왔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변덕스러운 날씨(햇빛-바람-소나기-햇빛-우박->무지개)나 불편하기 그지없는 대중교통시스템 등을 경험하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동네마다 있는 그림 같은 공원이나, 수돗물을 그대로 받아먹는 깨끗한 환경관리 등……. 도시의 숨겨진 인프라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금연을 원하세요? 지금 전화하세요! 130 345 678”이런 정부의 금연광고를 쉽게 볼 수 있고, 담배나 담배회사에 대한 직간접 광고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담배 한 갑에 무려 8,000원이나 하니, 어지간한 서민은 담뱃값이 부담되어 함부로 피우기도 힘들죠. 어지간한 직장에서는 도무지 담배를 피울만한 공간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제가 살고 있는 빅토리아주에서는 술집과 나이트클럽 같은 성인오락공간에서도 전면 금연을 실시하려고 검토하고 있으니, 호주 정부의 금연에 대한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요. 호주의 흡연율은 20여년전만해도 우리와 비슷한 72%에 달했으나, 이제는 19%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이지요. 몇 년 전에 키르키즈스탄이라고 하는 구 소련연방의 가난한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골의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공항에 내려서 시내로 들어갈 때까지 가장 많이 보이는 광고가 바로 담배광고였습니다.

빌딩옥상의 빌보드 광고부터 버스정류장의 의자, 택시문짝 등 모든 곳에 말보로, 던힐, 카멜 같은 담배 선전들로 도배가 되어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는 겨우 7-8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요…….

한 나라의 국력이나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이겠으나, 저는 담배에 대한 그 사회의 대응이야말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간단한 기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요? 담배 광고는 많이 줄었고, 대형 식당의 흡연은 금지되었으나, 아직도 회사나 대중이 모이는 곳에서 담배피우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고 담뱃값도 좀 비싼 햄버거 하나 값 정도이니...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금연칼럼을 성원해주신 건생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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