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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호

내가 사는 이유
  글·이홍익 (뇌성마비1급. 2000년 자오문학상 간증부문 최우수상. 포도원감리교회. hibn.com.ne.kr)
무엇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날 처음 보게 되는 사람들마다 저렇게 하고 어떻게 살지 하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잊고 지내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새삼 묻게 된다.

내가 자라나면서 남과는 다른 뇌성마비(1급) 장애라는 운명을 지니고서 한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전능하신 사랑의 하나님이란 분이 "정말 계시다면 왜 이렇게 만들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도 함께 자라나기 시작했는가 보다.

전능하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할 수 있다는 말이요, 사랑이란 자신이 상대를 위하여 베풀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베풀어주는 것이라 할진대, 그런 크신 존재가 나를 사람으로 태어나게 했으면 적어도 보통 사람들이 하는 만큼은 하면서 살게 해야지 라고 생각되게 했었다. 지금도 남들이 아주 쉽다고 여기는 일들을 하려다 나의 한계를 느끼게 될 때마다 그런 의문이 거듭 들곤 한다.

사람이란 서로 남과 똑같이 하고 싶어 하고 이왕이면 좀 더 나은 존재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 특히 교통지옥, 입시 지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똑같은 시간에 남보다 좀 더 먼저 가려고 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사람들마다 독특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에 서로 보완해 가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또한 이 세상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 생명이 온 천하보다도 귀하다고 하셨을 것이다. 각기 다른 모습대로 그를 지으신 분의 목적대로 각기 다른 의미들이 새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똑같은 길만을 갈 것을 재촉하는 이 세상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장애라는 것을 느끼게 될수록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려고 무던히도 애쓰던 과정을 거쳐야만 되었었다. 그러나 내 육신의 장애가 가시처럼 찔러 오고 부딪히는 돌처럼 넘어지게 할 때마다 그만큼 더 고통스럽게 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럴수록 그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추궁하게 해 주었고 행동이 불편할수록 그만큼 더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런 끝에 모든 삶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내 삶 또한 의미로운 것이리라고 깨닫게 되었다.
즉 인생이란 길이 결코 하나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의 길이 멀리 돌아가야 하는 힘들고 외로운 길일지라도 그만큼 의미가 있는 길이 되어 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만 하는 것이기에"라고...

사람마다 크든 작든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가장 알맞은 <삶의 방식들>을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것이 재활에 있어서의 핵심이요, 더 나가서 모든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모든 행, 불행이란 따지고 보면 그런 차이들을 인정하거나 그렇지 않는 것의 차이라고 할는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소명을 발견하는 것, 그래서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긍지를 지니고서 살아간다고 할 때, 어떠한 조건을 따질 것도 없이 분명히 행복한 인생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생각은 바로 이 세상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그렇기에 그러한 믿음 즉, 이 세상의 모든 만물들이 필요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하찮게 여기던 모든 것에 세심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해준다.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는 말씀처럼 본래대로의 아름다운 세상을 회복해 가게 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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