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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호

스트레스리스(stressless)
  글·김종철 (수필가. 충남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본지 편집위원. 마중물교회. )
이 글의 제목만 보면 특정 회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노르웨이 에코르네스(Ekornes) 회사가 제작하고 한국의 ‘에이스 침대’가 수입·판매하는 명품 리클라이너(recliner·안락의자) ‘스트레스리스’를 왜 생뚱맞게 선전하느냐 라는.
필자에게는 전혀 그런 뜻이 없으니 안심하기 바란다. 사실은 ‘스트레스 전혀 없는’이란 뜻으로 ‘stressless’란 영어 단어를 내가 이 지구촌에서 처음 만든 줄 착각한 채, ‘ress’와 ‘less’의 대비가 참 좋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앞서와 같은 사실을 나도 처음으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로 서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구요.   
아무튼 이 스트레스 많은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꿈꾸는 ‘스트레스 전혀 없는(stressless)’ 세상!”이라고 부르짖고 싶은 사람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정말 살기 좋기만 할까? 구호를 함께 외칠 때에는 너무 좋아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온 몸을 흔들며 격렬하게 탄성을 지르다가도, 그 다음의 질문을 받으면 멈칫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란 원래 물리학 분야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물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힘’을 의미한다. 의학적으로 보면 개체에 부담을 주는 육체적·정신적 자극(스트레스를 줄 경우에는 스트레스 인자·요인 즉 ‘stressor’라고 함) 혹은 이러한 자극에 인체가 보이는 반응을 의미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라고 해서 모두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는 엄밀히 따져 볼 때 부정적이고 언짢은 부담을 주는 ‘불쾌 스트레스(distress)’이다. 이에 반해 휴가·소풍·여행·결혼 전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는 것처럼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유쾌 스트레스(eustress)’도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한창 나이인 50대에 암으로 요절한 우리나라 스타 야구 선수 장효조와 최동원의 소식을 듣고, 나와 같은 야구팬들은 무척 가슴 아파 했다. 더더구나 ‘금테 안경’으로 유명했던 ‘무쇠팔’ 최동원 투수는 내 고등학교 후배라서 더 안타까웠다. 그들이 각각 간암과 대장암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 데에는 특급 선수로서의 막중한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들 추정을 하니, 살아남은 우리로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법을 더 공고히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장암을 예로 들더라도, 육식(肉食)을 주로 하는 ‘서양인의 암’이었던 것은 이제 아주 먼 옛말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식단도 서양식(돼지고기·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동물성 지방 또는 포화 지방, 섬유소가 낮은 식재료, 가공식품, 굽거나 튀기거나 바비큐로 장만한 음식 등의 과다 섭취)으로 바뀐 지 오래 된다. 특히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30~50대에는 직장에서 회식이 잦아 음주와 흡연이 동반되니, 대장과 간을 비롯한 인체의 각종 장기들이 과잉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유독성 화학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를 만들어내는데, 이 아세트알데히드는 인체에 무해한 아세테이트(acetate)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동아시아 사람들은 서양인에 비해 이런 변환 능력이 3/1 정도로 낮아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축적되어 DNA를 손상시켜 간암·대장암 등의 악성 종양을 발생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이상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유전적·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 남성들은 위, 폐, 대장, 간, 전립샘, 갑상샘, 방광, 췌장, 쓸개, 신장(여성은 갑상샘, 유방, 위, 대장, 폐, 간, 자궁경부, 쓸개, 난소, 췌장)의 순으로 암에 잘 걸린다. 한국은 어느새 대장암 발생률이 아시아에서 최고이고 세계적으로는 4위인 나라가 되어 버렸다. 가히 ‘스트레스 공화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암환자들이 일상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종양의 공격성을 더 부추기는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들은 더욱 강도 높은 치료 수단을 사용하게 되는데, 병이 예상대로 잘 낫지 않으면 막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가히 ‘스트레스의 악순환’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스트레스는 비단 악성 종양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질병의 진단·경과·치료·예후(豫後)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불쾌한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위기’가 모든 사람에게 다 ‘기회’가 될 수는 없다. ‘불쾌 스트레스’를 담담하게 ‘바다’처럼 ‘받아’들여 적절하게 대처하거나 ‘유쾌 스트레스’로 변경시킬 줄 아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그런 사람에게는 ‘불쾌 스트레스를 주는 위기 상황’은 오히려 덜 위태로울 수도 있을지 모른다. 매사가 매끄럽게 잘 진행되어 편안하다고 안심하면서 느긋해할 때가 실상은 더 큰 위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잘못된 생활양식이나 과잉 염려 습관으로 인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불쾌 스트레스’를 주는 가장 위험한 ‘스트레서(stressor)’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스트레스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자기만의 ‘심리적인 오두막’이나 ‘정서적·정신적인 안락의자’ 만들기, 지지 세력과 함께 하기, 부르짖는 기도, 운동, 여행, 건전한 취미, 자기보다 더 어려운 자의 고통을 분담하고 돕기 등)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세상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불쾌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스트레스리스(stressless)’가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불쾌 스트레스’가 우리를 짓눌러도 그것을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고 도전·극복의 기회로 삼거나 ‘불쾌 스트레스’를 ‘유쾌 스트레스’로 바꾸어 버리는, 즉 ‘불쾌 스트레스를 없애버리다’라는 뜻으로 만들면 어떨까?

‘스트레스 공화국’이란 오명을 ‘스트레스리스(stressless) 공화국’으로 개조하는 일에 우리가 앞장서자. ‘나가자(나라·가정·자신을 위하여)!’라고 크게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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