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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호

파킨슨병
  글·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방이동 오륜교회)

54세 된 남자가 정말 답답해 미칠 것 같고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심정에, 이래서는 안되지 하여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에 입원하였다. 환자는 명문대학을 나온 사회의 중진으로서 3년 전까지 직장, 가정과 건강에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는 언제부터인가 건강 및 여가삼아 즐기던 골프에서 뭔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꼈고 그저 나이 탓이려니 하고 지냈다. 그러나 몸이 전과 달라짐을 점점 더 느끼게 되었고, 특히 오후가 되면 피로감에 파김치가 되곤 하여, 나름대로 건강을 회복하고자 한의원에도 들려 “기”를 살려주는 보약도 먹고 여러 건강식품도 찾아보았으나 별 차도를 느끼지 못하였다. 집에서는 환자가 전과 달리 얼굴 표정도 침울해진 것 같고 자세도 구부정하니 축 처진 듯이 보여 아마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하고, 잘해 주려고 애를 많이 썼다. 환자는 중역으로서 사람도 많이 만나고 회의도 많이 주재해야 했는데 목소리가 전처럼 우렁차지 못하고, 특히 말꼬리에선 웅얼웅얼하는 식으로 되어 몹시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점차 온몸이 둔해지고 특히 오른손이 불편해지면서 글씨도 전과 같지 않아 비서를 시켜 글을 쓰게 하고 겨우 사인만 하는 정도로 회사 일을 처리하였다. 환자가 특히 당황한 것은 조금 긴장하였을 때 약간씩 손이 떨리는 것이 나타났을 때였는데, 환자는 “이제 나는 중풍에 걸렸구나.”라고 생각하여 당장 용하다는 한의원에 찾아가 침도 맞고 혈액순환에 좋다는 약을 몇 재씩 복용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은 점차 자주 나타나고 심하여져서 걷는 것도 점차 불편해지고 오른다리가 마비가 온 것처럼 끌리며 소변도 자주 마려운 듯하며 손이 점차 더 떨리고 온몸이 빳빳하고 자세가 중늙은이처럼 앞으로 구부정하게 되었고 말소리도 불분명하여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울 정도가 되었다. 이제 한창 일할 나이에 의욕과는 달리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을 점차 실감하고, 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뭔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하여 “우울증”, “불안신경증”으로 정신과에 다니기도 하였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늙는다는 것”에 대한 정신과 상담도 받아 왔으나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은 계속 나빠져, 환자는 스트레스를 줄여볼까 하여 자청하여 직장에서 한직으로 부서를 옮겼다. 내과에서 종합검사도 해오고 정형외과에서 사진도 찍어오고, 신경외과에서 MRI도 찍었으나 모두 정상이었다. 그러나 환자의 증상은 계속 나빠져 걷기가 더 힘들고,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불편하고, 옷을 입거나 식사를 할 때 남의 2~3배나 걸리는 등, 도저히 환자로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참을 수도 없는 상태가 계속되게 되어 미칠 것 같은 심정에 자살까지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응급실에서 환자는 정신과 병동으로 입원하였고, 3일후 신경과에 의뢰가 되었다.

위와 같은 경우는 이제 드물어졌지만 아직도 제대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오래 몸과 마음 고생을 하는 파킨슨 환자들이 있다. 파킨슨병은 퇴행성질환으로 아주 서서히 병이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도 언제 병이 생겼는지 모르고 증상 또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병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흔하다. 전형적인 파킨슨병의 증상은 소위 안정시 진전, 서동증, 근육 긴장의 증가, 자세의 변화이다. 이 병의 진단은 신경학적 검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를 찾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진전은 본태성 진전과 흔히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 병에 대한 많은 약물과 수술적 요법이 있어 치매와 같은 다른 퇴행성질환보다 훨씬 좋은 치료성과를 볼 수 있다. 위 환자도 파킨슨병으로 진단되어 신경과로 전동되어 적절한 투약을 시작한지 1주일 만에 환자는 전과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반갑게 주치의를 반겼다. 얼굴에는 함박꽃이 피어있고, 전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얼마나 움직이는 게 자유로운지 마치 몸에 채워둔 족쇄가 풀려 나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였다. 환자는 치료를 받으며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즐기고 있고, 진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였더라면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직장에서 승진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아쉬워하였다.
 
이렇게 효과적인 치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환자들이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하여 정확하지 않은 정보 때문에 불안해하고 입증되지 않은 치료에 자꾸 빠져드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표적으로 파킨슨병 약물은 5년만 효과가 있고 내성이 생기며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늦추고 고생을 한다. 이 문제는 거의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어 파킨슨학회에서는 현재 전 세계적인 조사를 벌이고 향후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다른 잘못된 정보로는 부작용이 없이 마치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환자를 유혹하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들인데 대표적으로 줄기세포치료를 들 수 있다. 이에 대해서 대한 신경과학회에서는 아직 줄기세포치료가 신경계질환에는 입증된 것이 없으니 이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으나 아직도 환자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있어 여기에 그 요지를 옮겨 본다.
 
첫째, 모든 줄기세포치료는 신뢰성 있는 기관에서 하되, 각 기관에 속한 생명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허가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식약청이 승인한 후에 시작해야 한다.
둘째, 줄기세포치료는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되므로 그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연구 과정 및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
셋째, 줄기세포치료는 연구 단계의 치료법이므로 공인된 연구 결과가 수렴되고 공신력이 있는 식약청의 허가가 있기 전까지는 치료에 따른 그 어떤 경제적 부담도 환자에게 부가되어서는 안 된다.

파킨슨병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이 병에 걸릴 위험은 점점 커진다. 국내의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으나 인구 1,000명 당 1~2명 정도의 비율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킨슨병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파킨슨병의 치료법은 현재 여러 가지가 개발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 어떠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는가는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고, 신경과 전문의조차 때로는 아주 고민하게 되는 문제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맞는 가장 좋은 치료라는 것은 없고, 환자마다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서 이를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이다. 간혹 파킨슨병 환자들이 의사와 상담하지 않고 건강에 좋다고 하는 식품이나 보약 등을 스스로 복용하거나, 또는 그 외의 민간요법에 의지하다가 병이 아주 심해져 병원을 찾는 경우를 경험한다. 실제로 성분미상의 약제를 복용하고서 파킨슨증이 발생한 환자가 여러 명 있고, 약으로 잘 조절되던 환자들도 이러한 약제를 복용하고서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환자와 신경과의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파킨슨병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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