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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호

가축의 재앙, 구제역
  글·김경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요즈음 툭하면 발생하는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어 350만 마리의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다. 동남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안동의 축산농민으로부터 감염이 시작된 구제역은 2010년 11월 28일부터 시작되어 해를 넘겨 3월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고 확산되었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빠른 시간에 전국으로 확산되어 호남지방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각 지역에서 발생하여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안겨 주었다. 이런 가축 전염병의 유행은 해가 갈수록 잦아지고 방역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 한 해만 하더라도 1월에 발생하여 5,956마리의 소가 매몰 처리되었고, 4~5월에는 인천, 경기도, 충청도 등지의 7군데에서 발생하여 소와 돼지 49,874마리를 살처분하였다. 교통망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가축의 전염병도 쉽게 전파되고 발생빈도도 늘어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며, 가축의 매몰 시 흘러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환경적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구제역이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 즉 우제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병으로써 가축의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는 질병이다. 특히 전염성이 매우 강하므로 국제수역사무국(불어로 Office international des pizooties OIE)에서 A급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제역은 피코나바이러스(Picornaviridae) 계통의 작은 바이러스를 일으키는데, 크기가 25~30nm이며 RNA 한 가닥을 유전물질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는 7개의 혈청형이 있는데 A, O, C, Asia-1, SAT-1, SAT-2, SAT-3형으로 분류되며 이 가운데 O형의 출현이 비교적 자주 출현하는 편이다. 각 혈청형마다 여러 아형들이 있어 총 80여 가지의 아형으로 나뉘어지는데, 이는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켜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혈청형의 아형들 간에도 염기서열을 비교하면 30%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냉장 및 냉동조건하에서는 오래 생존할 수 있고, pH 6.0 이하의 산성이나 또는 9.0 이상의 알칼리 조건에서는 불활성화된다. 그리고 50oC 이상의 열에 의해 사멸되며, 2% 가성소다, 4% 탄산소다 및 0.2% 구연산 등의 소독제에 불활성화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대개 2일에서 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시키는데,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소의 경우, 발병 하루 만에 거품이 많고 끈적끈적한 침을 심하게 흘리게 하고, 혀와 잇몸 등에 물집이 생기게 만든다. 그리고 발굽 사이와 젖꼭지 등에서도 물집이 관찰된다. 이렇게 생긴 물집은 곧 터져서 피부가 드러나며 짓무르고 헐게 된다. 6개월 미만의 어린 송아지가 감염되면 심장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심근염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젖소의 경우는 우유 생산량이 50% 정도로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돼지가 감염되면 콧잔등과 발굽에 물집이 생기고 이로 인한 고통으로 제대로 서거나 걷지 못하고 절뚝거리며 어떤 경우는 무릎으로 기어 다닌다. 그리고 발굽의 물집이 터져 피부가 벗겨진 자리에 세균이 2차적으로 감염하면 발톱이 떨어져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경로는 감염동물의 물집이 터질 때 발생하는 액체나 흘리는 침, 유즙, 정액, 배설물 등과 접촉하거나 호흡 시 발생하는 공기로 전염될 수 있다. 또한 감염된 동물의 축산물에 의해서도 직접적인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감염지역 내 축산인들, 수의사나 이들의 차량, 의복, 기구, 사료, 물 등에 의해 간접적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 공기로 전파되는 경우는 육지에서 50km, 바다를 통해서는 250km 이상까지 전파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가축이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면 물집에 생긴 액체나 물집 형성 상피세포 등을 검사시료로 채취하여 구제역 바이러스가 가진 특정 유전자의 존재 유무를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법으로 확인하거나 혹은 바이러스 항원을 탐지하는 항체를 이용하여 항원항체 결합을 통한 발색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바이러스 자체를 검출하는 방법과 아울러 감염이 진행되는 가축으로부터 채취한 혈청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겼는지를 발색반응으로 확인하여 감염여부를 알 수도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변형이 매우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바이러스 치료약이나 백신 등 예방약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특정 혈청형의 특정 아형으로 바이러스 종류가 확인될 경우, 이에 대한 백신을 신속하게 생산하여 공급해야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시간과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구제역 백신은 바이러스를 배양하여 이를 불활성화시켜 생산하는데, 백신을 가축에 주사하면 특정 아형에 대한 항체가 생겨 면역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백신을 생산하는 데는 대개 4개월 정도 걸리지만 바이러스를 미리 생산하여 보관하고 있으면 4~5일 만에 백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발생된 구제역과 같은 혈청형의 같은 아형을 비축해 놓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아형의 경우는 미리 만들어 보관했다가 발생하면 즉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백신을 만들지 못하고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제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백신을 만들기 위해 바이러스를 생산하다 보면 이것이 오히려 구제역 전파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백신을 접종하면 가축에 대한 청정국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되어 돼지고기 등 축산물의 수출이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할 때 발견된 농가로부터 반경 3km 이내 있는 모든 축사의 가축들을 매장하였고, 도로의 길목마다 생석회를 뿌리며 방역을 강화함으로써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지 못하고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할 수 없이 백신을 접종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 가축 청정국으로서 지위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한 모든 가축의 도축이 완료된 후 3개월이 지나야 한다.
이렇게 구제역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가축들이 몰살되는 것을 보며 성서에 기록된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릴 호수를 가로질러 거라사인들이 살던 곳에 당도하셨다. 그곳에서 주님은 무덤 사이에 거하던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 사람은 쇠사슬과 고랑을 매어 놓아도 끊어 버리는 괴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무덤 사이나 산에 거하면서 괴성을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상하게 하면서 지냈다. 예수님께서 그 지방에 당도하자 귀신 들린 자는 멀리서 예수님을 보고 달려와 엎드려 절하며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이곳에 왔나이까? 원컨대 하나님 앞에 맹세하고 나를 괴롭게 하지 마옵소서”라고 요청하였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명령하였기 때문이었다. 귀신들린 자에게 주님은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에 귀신은 “군대(Legion)니 우리가 많음이니다”라고 답하였다. 다시 말해서 귀신도 떼로 모여 있었던 것이다. 한편 갈릴리 호수 근처의 산비탈에는 2,000여 마리의 돼지 떼가 사육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귀신을 쫓아내는 명령을 하자 군대귀신은 차라리 돼지 무리에게 가게 해달라고 애원하였다. 이에 예수님께서 허락하시자, 군대귀신은 돼지 떼로 옮겼고 이로 인해 돼지 떼는 삽시간에 비탈을 내리달아 호수로 뛰어들어 몰살하고 말았다. 돼지 치던 자들이 이를 목격하고 읍내와 촌으로 달려가 사람들에게 고하였으며, 현장으로 달려온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돼지 떼가 보이지 않고 귀신들린 자만 정신이 온전하여 얌전하게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놀라운 상황 앞에 크게 두려워한 사람들은 예수님더러 빨리 떠나시길 간구하므로 주님은 다시 배에 올랐다. 그 때 귀신들렸던 자가 주님을 따라 가기를 원하였으나 예수님은 그에게 집으로 가서 주님이 어떻게 큰일을 행하셨는지 친족들에게 소상히 전하라고 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한 사람의 생명이 돼지 2천 마리의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을 만나게 된다. 요즘 돼지 한 마리의 값이 15만 원 이상 하는 것을 고려할 때, 2천 마리면 3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경제적 손실은 사람의 정신을 온전하게 고치는 일과 비교할 때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군대귀신에 시달리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고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시는 능력이 주님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 사람을 사로잡고 있던 귀신의 이름은 군대였는데 군대, 즉 Legion은 당시 로마 군대에서 가장 큰 단위로서 약 3,000~6,000명의 군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비록 귀신들이 군대로 포진하여 공격하더라도 주님의 명령에는 꼼짝없이 복종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만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의 명이 떨어지면 귀신이라도 거슬리지 못한다. 무한한 권능과 능력의 하나님께서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담대하게 하고 어떤 위협도 두렵게 하지 못한다. 귀신에 얽매어 비참하게 살아가던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돼지 2천 마리를 희생시킨 주님이지만, 평소에는 사람과 짐승을 보호하시길 즐거워하시는 하나님이심을 깨달아야 한다. 시편 기자는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하늘에 있고 주의 성실하심이 공중에 사무쳤으며 주의 의는 하나님의 산들과 같고 주의 판단은 큰 바다와 일반이라. 여호와여 주는 사람과 짐승을 보호하시나이다.”(시 36:5~6)라고 표현하고 있다.

구제역 유행으로 가축을 잃고 힘들어하는 농민들을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시고,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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