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건강과 생명
과월호 보기
특집
건생주치의
건생가이드
건생캠페인
건강한 사람들
신앙클리닉
시론
문학
2011년 1월호

기면증
  글·안일남 (정신과 전문의. 본지 편집위원. 영롱회 회장)

사람들은 흔히 잠을 잘 자는 것도 복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잠을 못 자서 고생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는 것이 무슨 병이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고 나아가서 일만 열심히 해도 잠이 절로 온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잠을 자고 하는 것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생리적 여건이 안정상태가 되어야 숙면할 수 있기에 잠을 잘 자는 것과 못 자는 것 모두 자신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잠이 불가항력적으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기면증이라고 한다. 기면증(narcolepsy)이라는 용어는 1880년 젤리노(Gelineau)가 일시적이면서 불가항력적인 수면이 되풀이하여 발생하는 증상에 대하여 처음으로 명명하였다. 이후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으나 아직도 정확한 병의 기전에 대하여서는 모르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유병률이 높지 않기에 2009년 5월, 보건복지부는 기면증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하였다.

기면증은 다른 질환과 달리 수면과 관련하여 특징적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다음의 4가지 증상으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로는 수면 발작증상이다. 짧은 시간 보통은 약 15분가량의 수면이 주야 구분 없이 갑자기 나타난다. 어떠한 전조증상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며 심지어는 식사 중이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중이나 또는 대화 중에도 나타나며 심지어는 성관계 중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본인이 아무리 잠에 들지 않으려고 하여도 불가능하다.  주로 지루한 시간이나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한 후에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둘째로는 탈력발작(cataplexy)이다. 기면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66~95%정도에서 탈력발작의 증상이 있으며 전신의 주요 횡문근의 긴장이 갑자기 소실되는 증상으로 보통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30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신체의 어느 한부분에서만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나 의식은 유지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외안근은 영향을 받지 않아 눈은 움직일 수가 있다. 수면발작과는 달리 감정과 연관되어 증상이 발현하는데 화가 났다거나 즐거운 대화중이나 영화를 보는 도중에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로는 수면마비이다. 보통 30~60초간 지속되며 각성과 수면의 이행기에 횡문근의 마비가 오는 것으로 잠들 때 오는 경우가 많다. 무거운 물건을 가슴에 올려놓은 듯한 느낌을 느끼고 꼼짝할 수 없기 때문에 심한 불안과 공포에 엄습하며 잠이 들려고 할 때 환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탈력발작과는 달리 환자를 흔들거나 크게 이름을 부르면 수면마비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로는 입면환각이 있다. 기면증의 50%정도에서 이런 증상이 있고 잠들려고 할 때 또는 잠에서 깨어날 때 환청, 환시 및 환촉을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환각 증상들은 이야기 형식을 띠고 감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환자는 스스로 자주 놀라게 된다.

기면병에는 이러한 4가지 증상이 모든 있는 경우는 10%에 지나지 않으며 탈력발작을 동반한 경우가 가장 많다. 원인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하고 있지만 세세한 기전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인 히포크레틴(Hypocretin)의 분비가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1999년에 밝혀졌지만 아직 히포크레틴의 분비 저하 원인은 모른다. 여성의 경우는 월경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병(갑상선 이상 등)에 의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유전적 요인도 강한 편인데, 직계 가족의 경우에는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발병률이 40배 정도 높다. 또한 백혈구의 HLA-DR2(and -DQwl)가 관련되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망상체-피질의 각성체계의 장애, 자가면역기전의 장애 때문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지만) 확실한 기전은 아직 잘 모르는 실정이다. 한편 이유는 아직 잘 모른지만 많은 환자에 있어 60세 이후에는 본인의 증상이 완화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기면증에 대한 치료로 암페타민을 예방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나 탈력발작에는 효과가 없다. 모다피닐(modafinil)이 렘수면(REM sleep)의 비정상적인 발현에 도움을 주어 기면증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약물치료 외에도 낮잠을 자는 방법에 대한 지도나 면담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직도 이 질환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한 상태이며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연구소에서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건강척도 중에 하나인데 우리가 숙면을 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 지나친 걱정과 근심에 억눌려 지내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며 또 근심걱정을 잘 내려놓은 훈련과 인간관계가 필요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생물학적인 병이지만 이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잘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Copyright ⓒ 건강과 생명(www.healthlif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컨텐츠 사용 문의 및 저작권 문의

Untitled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