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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호

하지불안증후군
  글·이영배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52세 여자 환자 이OO 씨는 아들과 함께 본원 신경과 수면클리닉을 방문했습니다. 환자는 수년 전부터 다리가 불편해서 잠을 잘 못 이루었고, 자주 다리를 두드렸으며, 때로는 보호자인 아들이 환자를 주물러 주기도 했습니다. 누워서 잠을 청하다가 ‘다리가 불편하다’며 일어나 안절부절 돌아다니기도 했었고, 동네 정형외과에서 X-ray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환자의 아들이 우연히 신문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에 대해 나온 기사를 보고 어머니를 모시고 수면클리닉에서 정확히 진단을 받았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환자는 편안히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65세 남자 환자 강OO 씨는 3년 전 위암으로 부분 위절제술을 받은 후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입니다. 하지만 밤마다 다리가 저려 수차례 자다 깨기를 반복하였고, 주간 졸림증으로 경비일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져 지인의 소개로 수면클리닉을 방문하였습니다. 검사를 진행한 후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2~3주 만에 정상 수면을 되찾아 환자는 예전처럼 활기차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은 다리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과 함께 강박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려고 하는 좌불안석(akathisia)이 나타나는 것으로, 앉거나 누워서 쉴 때 나타나고 걷거나 다리를 움직이면 증상이 없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질병이지만 서구 지역에서는 60세 이상의 노인에서 약 5~15%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5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고, 소아의 경우 성장통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로 오인 받기도 합니다. 성인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대한수면연구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71명(5.4%)이 하지불안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추정하면 약 200만 명에 해당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용어는 생소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인구가 하지불안 증후군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필수적인 네 가지와 흔히 동반되지만 진단에 필수적이지는 않은 증상으로 나뉩니다. 우선 다리에 불편하거나 불쾌한 느낌이 동반되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고, 움직이지 않으면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이 시작되거나 악화되며,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이 해소가 되고, 주로 낮 시간보다 저녁이나 이른 밤에 더 심해지는 것이 필수적인 진단 기준에 속합니다. 수면장애가 잘 동반되며, 잠들려고 할 때, 깨어서 쉬고 있을 때 불수의 움직임이 있고, 신경학적 진찰 상 특이소견이 없어야 하며, 중년이나 노인에게 흔하고, 특히 임신 중 잘 발생하며 악화되고, 진행하는 경과를 보입니다. 또한 카페인이나 도파민차단제에 의해 흔히 악화되며 보통염색체 우성유전의 가족력을 보이는 경우가 자주 보고됨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저녁이나 밤에 심해집니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이상 감각의 양상은 환자에 따라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다리근육 속 깊숙이 무거운 느낌, 칼로 찌르는 느낌, 가려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대부분 다리 또는 팔다리에서 발생하나, 드물게는 팔에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는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게 되고 다리를 구부리거나 뻗거나, 흔들기도 하고, 양다리와 팔을 꼬기도 합니다. 방바닥을 두드리거나 침대에서 뒤척이고 몸을 뒤집기도 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몸을 심하게 흔들기도 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뇌의 화학 전달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불균형으로 생길 수 있다는 가정만 있는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하지불안증후군은 일차성에 속하는데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전신 질환이 동반된 경우를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그중 철분 결핍이 가장 흔하고 요독증이나 임신, 갑상선질환, 말초신경병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 항우울제나 감기약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항히스타민제 복용과 관련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 스트레스, 정신적 요인, 육체적 피로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생활습관 변화만으로 하지불안증후군 증세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수면 시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잠자기 전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초저녁에 자는 일, 저녁 늦게 간식을 먹는 일, 오후 늦게 카페인을 섭취하는 일, 음주 등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일도 중요합니다.
현재 치료약으로는 2001년 파킨슨병의 치료제로 허가되었던, 도파민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는 ‘로피니롤’(ropinirole)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약물 치료의 시작은 나이와 증상의 정도 및 빈도를 고려해야 하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에는 원인 질환에 대한 교정이 필요합니다. 철분부족이 확인되면 철분제를 복용하면서 증상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병이라는 사실을 몰라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증상을 설명하기 어렵고 또한 이러한 증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또한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을 한 경우에도 때로는 단순한 불면증이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손발저림,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오인되어 치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지만 증상이 계속되어 심한 정신적 고통, 만성적인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서 낮 시간 졸림증이 20~25%보고 되고 있어, 운전 중 졸음으로 인해 자동차 사고 위험성을 높일 수 있고, 집중력 저하, 작업 수행 능력 장애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상적인 일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향상되어야 하고, 치료는 반드시 전문가의 진찰 및 처방을 받아 시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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