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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호

세 가지 후회
  글·최원현 (수필 문학가. 칼럼니스트. 사)한국수필가협회 연수원장. 청운교회 )
세상에 후회 없는 사람이 있을까만 후회 없이 살아보려고 애쓰는 것이 또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죽을 때가 되어 지나온 일생을 회고하다 보면 보편적으로 세 가지 후회를 한다고 한다.

그 하나는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인데 가난하게 산 사람이든 부유하게 산 사람이든 죽을 때가 되면 “좀 더 주면서 살 수 있었는데 왜 그렇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안 먹고 안 쓰면서까지 긁어모으고, 움켜쥐었어도 이 뿐인데다 그것 중 하나도 가져갈 수조차 없는데 왜 좀 더 나누지 못하고 베풀며 살지 못했을까 하며 어리석게 산 삶을 가장 크게 후회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참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 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쓸데없는 행동을 했던가 하는 후회란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좀 더 참을 수 있었고 양보도 할 수 있었고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그걸 참았더라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 텐데 그 순간을 참지 못해서 일을 그르친 것이 마냥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뭘 그렇게 빡빡하고 재미없게만 살려 했을까. 왜 그렇게 짜증스럽고 힘겹고 어리석게 살았을까. 조금만 마음을 열었다면 얼마든지 더 기쁘고 즐겁게 살 수도 있었는데 하며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그로 인해 내 가족 내 이웃 내 친구 등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한 삶을 후회한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두 맞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어떤가. 그걸 알았으니 그렇게 실천해야지 않는가. 그런데 그게 또 안 된다.

후회란 욕심의 결과일 것이다. 좀 더 편해 보고 싶고 더 갖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어서 마음을 쓴 것의 결과다. 내가 빠지면 성립이 안 되는 것들이다.

미국 최초의 대학 준비학교인 필립스 아카데미와 필립스 엑서터는 동문 35명 중 1명꼴로 미국 명사 인명사전에 올라 있고 백만장자 비율도 가장 높다고 한다. 이 학교는 설립 이래 200년이 넘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데 이 두 학교의 건학 이념은 똑같이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이란다.

설립자인 새뮤얼 필립스와 존 필립스는 이 건학 이념을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정했다고 한다. 바로 고린도전서 10장 31절 말씀인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와 누가복음 6장 38절 말씀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란다. 이 두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나 자신이 아닌 지역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를 위한 교육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욕심을 줄이지 못하는 것은 자기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필립스 아카데미처럼 처음부터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이 된다면 그런 과한 욕심은 생길 수도 없을 것이다.

요즘 들어 나는 자주 아내에게 그냥 마음 편하게 살자는 말을 한다. 그런데 아내는 아직 활동할 수 있을 때 무엇이든 해보고 싶단다. 사실 나도 직장을 좀 빨리 정리한 것은 여유로움을 갖고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막상 직장을 그만 두니 할 일이 더 많이 생겨났다. 생겼다기 보다 직장에 밀려 숨죽이고 있던 것들이 일제히 자기들 세상이라고 손을 들고 나온 것이다. 글을 쓰기만 하던 것에 가르치는 것이 더해지고 각종 문학회며 교회 일까지 참으로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바빠졌다. 아내는 그런 내게 ‘돈도 안 되는 것을 그렇게 빠져 한다’고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나는 응대한다.

아내는 보람 있는 일도 하면서 돈을 벌수도 있는 일을 하겠단다. 아내도 참 바쁘다. 오랜 직장생활을 벗었으니 쉬고 싶을 만도 한데 월요일이면 대학병원에서 암환자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 봉사를 하고 있다. 화요일엔 무슨 공부를 한단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주로 교회에 가있고 목요일은 손녀를 봐준다. 토요일엔 교회 행사 도우미를 하고 주일엔 밤 열시가 넘어야 집에 오게 된다. 생각해 보면 둘 다 그냥 바쁘다. 나도 월, 화, 목은 강의로 꼼짝 못하고 그 외의 날은 몇 가지 일이 겹쳐 생긴다. 글 쓸 시간도 못 낸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이 정말 이런 것들이 꼭 내가 해야 될 일들 인가다.

필립스 아카데미의 건학이념처럼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만 된다면 그런 세 가지의 후회를 하지는 않을 텐데 내 행적을 살펴보니 모든 것이 결국 내 위신, 체면, 자존심을 위한 것들이었다. 결국 모두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죽을 때 이 세 가지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제라도 이런 걸 생각하며 살게 되었으니 되도록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이 되도록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해의 마지막 달에 다시 서며 후회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후회를 적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어째서 이 말씀의 깊은 뜻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내 작은 손안에 무엇을 얼마나 움켜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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