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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호

쉽고도 어려운 병, 디스크
  글·장봉순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척추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진료를 할 때, 환자들로부터 받는 질문들 가운데 가장 흔한 것 중 하나는 ‘내 병명이 디스크냐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만큼 답하기 곤혹스러운 것이 없다. 왜냐하면 환자가 ‘디스크’라고 말할 때 그 정의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찾아가는 환자 분 중에 ‘디스크’란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 원래 언어적인 의미의 디스크는 둥글고 납작한 판을 가리키며, 대표적인 예로는 컴퓨터 자료 저장 매체인 CD(compact disk)를 들 수 있다. 척추에서 디스크라고 불리는 구조물은 원래 의학용어로는 (척)추간판(intervertebral disc)이라고 하며, 척추 뼈를 연결해 주면서도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하게 하는 둥글고 납작하게 생긴 섬유연골로 만들어진 일종의 관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디스크’는 이러한 정상적인 구조물이 아닌 병명으로 사용이 되어왔다. 아마도 추간판 탈출증(또는 수핵 탈출증이라고도 한다), 즉 디스크를 이루는 조직의 일부분이 튀어 나와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 상태인 ‘디스크 탈출증’을 줄여서 ‘디스크’라고 부르기 시작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보다 더욱 환자나 의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이 ‘디스크’가 거의 ‘요통’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의미가 혼동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상당 부분 의료진의 책임이 크다. 짧은 시간에 진료를 쫓겨서 보다 보면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여러 번 설명해 주어도 환자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디스크’라고 하면 환자가 나름 이해하며 끄덕거리고 돌아가니, 요통을 호소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환자들이 모두 ‘디스크’ 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디스크’는 아주 다양한 질환 군으로서 치료하기 어려운 난치병과 같은 괴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단 다른 병원에서 ‘디스크’로 진단 받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잘 설명해 주어도 환자가 자기 질환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디스크’ 즉 추간판 탈출증을 이해하려면 요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요통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허리 부분의 각종 구조물들, 즉 척추체, 디스크, 관절, 근육, 인대 등의 이상으로 요통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복부 장기, 혈관, 심인성 등 척추 이외의 문제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감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고 움직일 때 통증이 악화되며, 아픈 부위를 누를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허리 자체에서 발생한 통증으로 볼 수 있다.
허리 자체가 문제가 되어 요통이 발생한 경우, 대부분은 허리 인대 및 근육의 염좌(삐끗한 것)가 대부분이라, 갑자기 심하게 아프다가도 어느 정도 쉬기만 해도 저절로 낫는다. 디스크의 이상은 외상으로도 증상이 발생할 수는 있겠으나, 대개는 퇴행성(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생기는 것, 물론 다른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으로 시작된다. 디스크에서 수분이 빠져서 주저 않고 불안정해지고 일부 찢어지면서 이상이 생긴다. 이 경우 허리나 엉덩이의 통증이, 특히 허리를 숙일 때 악화된다. 이런 퇴행성 변화는 빠르게는 10대, 즉 중, 고등학생부터도 시작되니, 학생들이 허리가 아파서 공부를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비단 꾀병만은 아닐 것이다.
디스크가 찢어지면서 약화된 곳으로 디스크 조직이 밀려 나오면 지나가는 신경이 눌리고 염증이 생겨 신경통으로 다리가 뻗치면서 아파지는데, 이 신경이 대개 좌골 신경으로 이어지므로 좌골 신경통이라고도 불리게 된다. 따라서 ‘디스크(탈출증)’와 좌골 신경통이 같은 의미로도 쓰일 때가 있다. 물론 이것도 엄밀하게는 정확히 같은 의미는 아니다. 좌골 신경통은 말 그대로 어떤 원인이든 좌골 신경으로 연결되는 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통증을 일으키는 모든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 중 추간판 탈출증이 가장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 중에는 ‘여러 병원을 다녀 보니 진단명이 모두 다르더라’면서 의료진을 아예 불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나름 의사들이 환자 수준에 맞추어 설명을 하려고 해도 표현이 다른 데서 기인하였을 것이다. 아무튼 전형적인 디스크 탈출증에서는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고, 감각이 둔하거나 근육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나중에 여러 치료 방법으로 신경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요통은 남는 경우가 많다.
40~50대가 넘어 퇴행성 변화가 더 진행하면 척추 후방의 관절에 관절염이 생기고, 불안정성으로 척추가 일부 어긋나는 전방전위증이 될 수도 있고, 만성적으로 신경길이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 허리가 구부러지는 퇴행성 측만증 등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관절이 망가지면 요통이 심해지는데, 특히 허리를 펴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점진적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병명으로 명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척추의 여러 마디 중 어떤 마디에는 협착증이, 어떤 마디에는 전위증이, 또 다른 곳에는 디스크 탈출증이 있거나 혼재해 있으면서 복잡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연세가 꽤 있으신 분에게서 이런 상태이다 보면 일일이 질환을 설명하기 어렵고, 그냥 ‘나이 드셔서 그래요’ 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환자분이 매우 섭섭해 하시기도 하므로 여의치는 않다.

디스크 진단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환자의 문진과 진찰을 통한 진단이 중요하지, 검사(방사선 사진 및 MRI 등)를 하는 것은 보조적이라는 것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 우선 검사(그것도 값비싼)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이 많다. 혹시라도 있는 이상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은 나름 이유가 되겠으나, 불필요한 검사가 남발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어도 다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사에서 보이는 이상 소견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소견이다. 너무 검사에 의존한 나머지 때로는 이런 소견과는 맞지도 않는 검사상 이상 부위를 수술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를 보곤 한다.

치료에 있어서도 우선은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된다. 디스크가 크게 탈출을 하였거나, 또는 터진 것과는 관계없이 어느 정도 안정하고, 투약과 물리 치료 또는 주사 치료를 하면 심한 통증이 가라앉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1~2달은 집중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는 병원에 다니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를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염증이 가라앉고 탈출된 디스크가 흡수되어 없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의사가 별로 한 일도 없이 명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는 수술을 서둘러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지의 마비가 진행할 때이다. 때를 놓치면 상당한 후유증이 남기도 하므로, 무조건 수술을 안 한다는 식의 환자 태도는 위험하다. 심하지 않은 마비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치료 중에도 통증이 상당히 심한 경우는 수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 수술을 하게 되면 일부 위험성은 있으나 대개는 증상의 호전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심하게 아프다가 좋아졌거나, 별다른 마비도 없는 경우라면 앞으로 나빠질 것을 걱정하여 수술할 필요는 없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 때 수술하면 되기 때문이다. 수술 방법이 여러 가지 제시되고 있으나 특별히 어느 방법만이 더 우수하다는 보고는 없다. 환자의 디스크 탈출증 상태와 수술의사의 숙련도와 선호도에 따라 선택하면 되므로, 믿을 만한 의사라면 그대로 맡기는 것이 좋겠다.
어떤 치료를 하든지 디스크는 재발이 될 수 있다. 치료한 부분에서 다시 염증이 생기거나, 디스크가 다시 돌출될 수 있고 다른 부위의 디스크가 바빠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요통으로 또는 디스크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이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바랄 뿐이다. 또 재발이 되지 않도록 허리 건강을 위해 자세나 운동, 금연, 체중 조절 등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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