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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호

틈새 메우기
  글·이장선 (안산장애인교회 담임 목사)
‘목사님, 저는 교회 경사로 양쪽 손잡이를 일주일에 한 번씩 닦겠다고 신청했습니다.’
‘잘 하셨네요.’

우리 교회는 ‘한 사람 한 섬김 운동’ 이라는 이름으로 온 교인들이 교회 안팎에서 섬김을 실천하는 운동을 합니다. 올 해 처음 기획하고 지금은 신청을 받고 있지요.

운동 내용은 간단합니다. 교회 안팎에서 본인이 섬기고 싶은 곳을 택해 신청하면 교회에서 적극 지원해 드리는 것입니다.
영상단, 홍보단, 찬양, 식사, 청소, 동네 청소, 재가 장애복지 서비스 등 등….
꽤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섬김을 행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져 있습니다.

기왕이면 교인 모두가 빠짐없이 행할 수 있도록 차분히 유도하고 있습니다.
손님 같은 교인이 없도록, 기득권을 행사하는 교인이 없도록, 계급이 아닌 질서만이 교회에 있음을 가르치기 위해, 우리 교회는 이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을 하다 보니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심한 장애를 가진 교인들이 자기들도 교회에서 할 일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것입니다.

사실 교회에서 장애인들은 모든 부분에서 열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불편하고 때로는 가난해서 그런지 대접을 못 받아요.
항상 수동적이고, 받아야만 하고, 들어야만 하고….

어찌 보면 어린아이와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장애인분 스스로가 교회에서 적극 앞으로 나서며 큰 활동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활동하는 분이 있다면 그는 비장애인 못지않은 사회적 배경이 있기 때문일 때가 많죠.

우리 교회는 그래도 이 부분에 있어 많이 성숙한 편인데도 역시 소외되고 비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데도 맡기기가 불편한 부분도 있구요.

이는 생각해보면 차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구별되어져야 하고, 차별과 구별도 분명 달리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는 차별이 아니라 구별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픕니다.
휠체어를 타셨더라도 마음대로 강대상을 오르내리며 예배 인도도 하시고, 기도도 하시고, 말씀도 봉독하셔야 할텐데… 그리하기 쉽지 않은 오늘의 한국 교회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집니다.

우리 교회는 이런 저런 이유로 한 사람 한 섬김 운동을 기획했습니다.
신청서를 받는 첫 주일.
신청한 일부 교인들을 보니,
1층 화장실 휴지를 비우겠습니다, 방송실에서 음향을 조절하겠습니다, 영상단에서 봉사 하겠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신청서를 내셨습니다.

특히 그동안 소외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에서 비껴서 있던 분들이 신청을 많이 하셨습니다.
늘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틀이 살짝 깨지는 듯합니다.

저는 내심 행복했습니다.
특별히 장애인분들이 꿈을 가지고 신청을 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다 나더군요.

‘집사님, 한 사람 한 섬김 운동에 신청서 내셨어요?’
저는 뇌경색으로 반 편이 마비돼 거동이 불편한 교회 여 집사님께 여쭸습니다.
이제 50대 중반인 집사님은 뇌경색으로 1년 전에 쓰러지셨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오른편 손과 발을 자유로이 쓰지 못하십니다.

그 전엔 그렇게 밝으시고 활발하셨는데, 뛰기도 잘하시고 부지런하셔서 손이 늘 쉬지 않으셨는데, 교회에서 그렇게도 즐겁게 봉사하셨는데….
우리 집사님이 이제는 몸을 불편이 쓰십니다.

몸을 불편이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회에서의 이런 저런 활동이 뜸해지셨습니다. 뜸해졌다기 보단 비껴 세워졌지요.
본인은 못내 아쉬워하며 서운해 하시기도 했지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아픈 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교회 경사로 양쪽 손잡이를 일주일에 한 번씩 닦겠다고 신청했습니다.’
‘잘 하셨네요.’

‘그런데 왜 경사로 손잡이를 닦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잡고 내려가 보니 먼지가 손에 묻어서요.’

‘...!’

저희 교회는 계단이 비상구 외에는 없습니다. 계단 대신 경사로로 되어 있습니다. 장애인 분들이 좀 편히 드나드시도록 계단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경사로 양쪽 벽에는 허리 높이 정도로 스텐 손잡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은 그 손잡이를 꽉 잡고 오르내리시지요.

저도 가끔 이용합니다. 평상시에는 안 잡는데, 청소를 한다고 물을 묻혀 놓으면 바닥이 미끄러워 손잡이를 꼭 잡고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손잡이를 잡다보면 먼지가 묻어요.

오르내리며 좀….
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몸이 불편해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지요. 우리 여 집사님도 건강하셨을 때에는 모르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십니다. 자신이 아프니 알겠다 하시더군요.

‘목사님,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 같아요. 주 중에 한 번 교회에 나와 손잡이에 먼지가 없도록 잘 닦으려 합니다.’

‘집사님, 잘 하셨습니다.’

저는 기쁩니다. 경사로 손잡이를 닦을 분이 생겨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뻐하시는 집사님의 모습 때문입니다.

C.S. 루이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은 우리 안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이다.’

함께 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섬길 곳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섬기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나눌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누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여 집사님의 기뻐하시는 모습은 제게 한 가지 답을 주었습니다.
살짝이라도 벌어진 틈새를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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