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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호

골리앗과의 대결
  글·정호성 (예가인의원 원장. 할렐루야 교회)



누구나 그럴까? 나는 내가 서있는 쪽이 든든하게 느껴진 적이 별로 없다. 뻔히 이기는 싸움이나 내기를 해본 적이 없고, 어찌 어찌 편을 먹다 보면, 내 쪽은 밀리는 쪽이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매사 어려움 없이 여유 있게 슬쩍 뭔가를 해내는 재주도 없을 뿐더러, 단번에 이루기는 더더욱 힘이 든다.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며 마음 졸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전긍긍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능력 밖의 일에 욕심을 과하게 둔 탓일까 싶어, 마음을 비우려 노력해보지만, 어찌 사람 사는 곳에 욕심이 없을까? 결국은 내 자신에게까지 숨기며 욕심을 부리는 형국이 되고 마니, 더욱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운동 경기를 볼 적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왜 꼭 이렇게 끝까지 속을 태우다가 극적으로 이기는 경우가 많을까? 왜 좀 처음부터 앞서 나가며 느긋하게 이겨주질 않는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소심한 탓일까? 까짓 져버려라 하면서 짐짓 무관심한 척 해봐도, 이미 마음속으론 기도가 간절해진다. 결국 얼마 후엔 기억에도 희미해질 일임에도, 그 순간엔 더 이상 중요한 게 없는 듯이 느껴지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물론, 유리한 쪽에 서있을 경우도 있긴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너무 어린 나이에 들은 탓일까? 긴장의 끈을 놓고 방심한 나머지 낮잠을 자게 되진 않을까, 아니면 내가 상대하는 이 거북이는 날개 달린 놈이 아닐까? 별별 가능성 적은 상상을 만들어내며, 내 자신을 옥죄게 된다. 표정 관리는 더더욱 어렵다. 속은 볶아치더라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할만한 나이도 되었건만, 지나치게 정직한 나는 속마음을 고스란히 얼굴 표정에 옮겨놓는다. 이 정도 되면, 주위에서도 얕볼 만하거니와, 주위 사람마저 평온을 잃게 만드는 매우 얄궂은 사람이 된다. 

강해지고 싶다. 울룩불룩 단단한 몸매에 망토를 걸치고, 지구를 지키는 슈퍼맨이 되어 날아다니지는 못하더라도, 가끔은 호기 있게 큰소리치며 허세일망정 자신만만한, 웬만한 일엔 눈 하나 깜짝 않는 담력 혹은 뻔뻔함이라도 가져야 살겠다 싶을 때가 있다. 이래저래 마음 다치며 졸이는 일이 지겨운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의욕은 없고, 몸은 점점 늘어진다. 어릴 적엔 날이 더워지면 여름 방학을 기다리며 지냈다. 요즘처럼 물놀이다 바캉스다 여기 저기 다닐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뒷산 개울가 가재를 잡거나, 매미채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일, 아니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여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신나는 일은 “흰구름 뭉게 뭉게 피는 아침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름 성경학교에 가던 일이다.

학교처럼 엄하지도 않고 더욱이 숙제도 없는 즐거운 놀이터였다. 먹을 것도 풍성하고, 상으로 선물도 많이 준다. 심심치 않게 노래와 율동도 배우고, 성경 이야기도 그림으로 만들어, 환등기에 비춰준다. 역시 가장 흥미진진한 레퍼토리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커다란 골리앗의 종이 인형이 “어이쿠” 소리를 내며 화면에서 쓰러질 때면, 우리는 좋아라 박수를 쳤다. 선생님은 어떻게 어리고 작은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셨고, 나는 어떻게 하면 돌팔매질을 잘 할 수 있을까에만 열을 올리던 때였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었던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여름 성경학교에서 배웠지 싶다. 작고 초라한 소년 다윗 뒤로 든든한 하나님의 모습을 희미하게 비추던 여름 한낮 예배당의 환등기를 복습하듯 우리는 떠올려야 한다. 어차피 고만고만 나약하고, 본때 없는 우리들 아니었던가? 어려운 고비가 있을 적마다, 급하게 모은 두 손으로 간절히 주님께 도움을 청할 때마다, 넉넉히 힘이 되어주시는 그 분을 우리는 설교시간과 성경책 속에서만 찾을 것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골리앗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쩌렁쩌렁한 것이 도무지 나는 그들의 한 주먹 거리도 되지 않을 듯하지만, 그 때마다 큰 소리로 어릴 적 배운 노래를 기억해내야 한다. “예수 이름으로, 예수 이름으로 승리를 얻겠네, 예수 이름으로 나아갈 때 우리 앞에 누가 서리요” 문득, 어릴 적 여름성경학교 선생님들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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