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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호

뇌사와 생명윤리
  글·박재형 (서울의대 진단방사선과 교수. 대길교회)
인간에게 주신 생명은 유월의 녹음보다 아름답고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보다 활기차다. 우리의 사는 날 동안 우리의 생명을 건강하게 가꾸어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릴 것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진다. 인간의 삶은 죽음으로 마치기 마련이다. 언젠가 나에게도 올 이세상의 육신으로서의 마지막 여행. 본향을 향하여 가는 일이 준비되고 아름다운 것이 되도록 위하여 기도하자.

사망은 인간 육신의 생명현상이 끝나는 것을 말한다. 성경의 말씀대로 인간의 생기가 코에 있는데 숨 쉬는 호흡이 중단되고 심장의 박동이 멎으면 사망선고를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망의 진단은 심장사이다. 심장사는 장기사의 일종으로 장기사는 폐사와 뇌사를 포함한다. 심장과 폐와 뇌의 어느 한 장기가 기능을 잃을 때 다른 장기도 연쇄적으로 기능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추고 뇌기능이 없어질 때 한 개인의 생명활동이 정지되는데 그것을 개인의 죽음 즉 개체사라 한다.

사망의 여러 가지 진단 기준이 있지만 죽음의 3대 증상을 말한다면 호흡정지, 심장박동정지, 동공확대이다. 자발적인 호흡이 중단되고 심장이 뛰지 않고 눈동자의 동공이 확대되어 빛이 들어와도 수축하지 않는 상태가 15~30분 지속한다면 사망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중에서 자발적인 호흡의 정지는 뇌간의 손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호흡이 정지되더라도 인공 호흡기로 폐의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심장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 줄 수 있는 체외순환술 혹은 인공심장이 개발되어 심장이 영구적으로 멎더라도 심장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 줄 수 있다. 이때 뇌는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뇌는 대뇌와 뇌간과 소뇌로 나뉘는데 대뇌는 지, 정, 의와 같은 인간 고유의 정신활동을 하는 것이다. 대뇌와 뇌간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키면 호흡운동이 정지하고 심장도 멎게 된다. 그러나 대뇌와 뇌간의 변화가 일어난 상태에서도 인공호흡기를 통하여 호흡을 유지시키면 심장의 자발적인 박동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뇌 이외의 신체 각 장기가 일정기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뇌간을 포함한 뇌전체의 비가역적인 기능정지 상태이나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뇌사라고 정의한다.  

뇌사상태인 환자는 대개 며칠 이내에 폐나 심장의 기능이 멎게 된다. 인공호흡으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길게 보면 10일 이내에 개체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뇌의 질병으로 대뇌기능은 완전히 없어져도 뇌간의 기능이 살아있어 뇌사와는 달리 자발적인 호흡이 있고 혼수상태에서도 자고 깨는 수면과 각성을 보이며 외부자극에 반응하고 침을 삼키거나 안구운동 같은 기본적인 생명현상이 있는 경우를 식물상태(vegetative state)라고 한다. 식물상태가 3~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를 지속적 식물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라 한다. 뇌사와 식물상태는 분명히 다른 경우로써 오래 지속된다 하더라도 식물상태는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회복할 수도 있다.

뇌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의학의 발전으로 인한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뇌사상태는 일시적인 것으로 개체사에 이를 수밖에 없기에 뇌외의 장기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여 기능이 없는 장기를 교환하여 이식함으로 다른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기이식이 현대의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망자의 안구에서 각막을 떼어 각막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각막이식을 많이 하고 있고 신장기능이 없는 사람에게 콩팥이식이 일찍이 시작되었으며 간경화나 간암 등 간 질환 말기의 환자에게 간이식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각종 장기의 말기질환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지만 대기자들 가운데에는 이식받을 장기를 구하지 못해 도중에 사망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뇌사는 장기이식과 관련되면서 많은 윤리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뇌사의 판정이다.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가 있을 경우 환자 외에도 이에 관련된 의사 혹은 관련자는 뇌사의 판정이 속히 이루어져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되기를 원할 것이다. 장기 이식의 성공이 자신의 상업적 이익과 관련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만약 뇌사가 아닌 다른 혼수상태 혹은 식물인간의 상태를 뇌사라고 잘못 판정하여 그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고 장기이식을 했다면 계속 살 수 있는 사람을 살인한 것이 된다. 둘째는 뇌사자의 자기존중권이다. 만약 뇌사자 본인이 장기이식을 원하지 않았는데 그 가족들이나 타인에 의하여 뇌사판정과 함께 장기이식이 시행되었다면 이 역시 살인이나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셋째는 장기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여러 가지 현상들이 있는 것이다. 장기의 매매나 사형수의 장기유출 등이 문제가 되며 중국에서는 파륜궁 추종자들을 탄압하는 방법으로 장기적출을 시행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뇌사는 사망의 한 가지 정의로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적인 죽음의 정의로 확립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다만 장기이식을 위하여 드물게 병원과 의료계에서 적용될 뿐이다. 뇌사와 유사한 상태에 이르게 될 경우 신중하지 않게 뇌사 판정을 내린다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장기이식이 아무리 시급한 사회적 문제라 할지라도 인간생명을 잘못 판단하여 도구로 사용한다면 목적과 방법이 전도된 것으로 비윤리적이라 할 것이다. 장기기증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뇌사 상태에서는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을 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법적인 후견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개인 신상증명서에 이러한 사실을 기록해 놓을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에게 장기 기증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원치 않는 사람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신의 분명한 죽음이 예상되는 뇌사의 상태에는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하여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도록 하는 장기기증 서약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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