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건강과 생명
과월호 보기
특집
건생주치의
건생가이드
건생캠페인
건강한 사람들
신앙클리닉
시론
문학
2005년 11월호

당신이 바로 감동의 주인공
  글·이장선 (안산장애인교회 담임목사)

다른 사람들을 교회로 초대해 함께 예배드리는 행사를 요 얼만 전에 가졌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좀 신경을 쓴 부분은 영상물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오신 분들에게 교회를 알리려면 영상물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듯 해서지요. 전도사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교회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영상물을 제작해 보라고 부탁을 했지요. 영상물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섬세한 기술도 많이 요하더군요. 전도사님은 거의 한 달여 동안 자료를 모으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했습니다.

드디어 완성을 했습니다. 10분짜리 영상물은 프로들이 만든 영상물 못지않게 만들어졌습니다.

‘목사님, 완성되었는데 먼저 보시겠습니까?’
‘좋죠. 한 번 보십시다.’
저는 예배당으로 내려가 커다란 스크린에 비치는 교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낯익은 교회와 교우들의 모습이 화면을 통해 또렷이 그려집니다.
‘멋지다… 멋있다….’

영상물 마지막 부분.
10여분이 거의 다 가고 영상물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니, 교회의 교우들이 초대되어 오신 많은 분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음악과 함께 나옵니다. 교우들은 두 손을 머리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며,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인사를 합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년까지 정말로 밝은 표정으로 인사들을 하는데, 바라보는 제가 저절로 신이 나더군요. 마치 제게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나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인사 거의 끝 무렵.
한 영상이 저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저희 교회에 한 여 집사님이 계십니다. 전신을 잘 못 쓰시고 휠체어를 타시는 분이십니다. 이 분에게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한 명 있는데, 두 모자가 함께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엄마 휠체어 왼쪽에 선 아들은 ‘반갑습니다’ 라며 해맑은 얼굴로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제 눈에 들어 온 것은 인사 자체가 아닙니다. 두 모자는 다른 교우들처럼 두 손을 머리로 올려 하트를 그리며 인사를 하려 했습니다. 여 집사님은 손을 애써 올려보려 하십니다. 하지만 여 집사님의 두 손은 올라가지 않더군요. 아이는 자기 엄마가 손을 올리지 못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의 두 손을 엄마 머리 위로 가져다 하트를 만들며 인사를 합니다.
‘반갑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제 눈 주위가 뜨거워지더군요.

휠체어를 타시는 우리 여 집사님은 전신마비의 장애를 가지고 계십니다. 여 집사님 부부는 우리 교회의 신실한 교우이시지요. 늘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이십니다. 가끔 남편 되시는 집사님이 일이 바빠 교회를 못 오실 때가 있습니다. 이런 날엔 여 집사님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오십니다. 여성스럽게 생긴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오시지요. 몸을 자유로이 쓰실 수 없는 분이라 불안은 하지만 그래도 잘 다니십니다.

이렇게 아빠는 못 오고 엄마만 교회에 올 때는, 아이가 어린이 예배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엄마를 맞이합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의 휠체어를 붙잡습니다. 마치 엄마의 손을 붙잡듯이, 그리곤 무어라 무어라 어린양을 피우며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동안은 아이의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영상물을 보니 그 동안의 아이의 모습이 깊이 새겨지며 필름이 돌아가듯 눈에 아른거립니다.

아이가 성숙한 것일까요? 아니면 엄마를 불쌍히 여기는 것일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이가 이런 예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이니까!’ 입니다.
휠체어를 타도 엄마고, 전신을 못 써도 엄마고….
아이에게 엄마는 그 어떤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사랑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에 이와 비슷한 가정이 또 한 가정 있습니다. 여 집사님은 휠체어를 타시는 장애인이시고, 남자 집사님은 비장애인 이십니다. 두 분 사이에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이 가정 또한 참 다복하게 사십니다. 언젠가 남편 되시는 남자 집사님이 제게 그러더군요.
‘목사님, 우리 부부는 살면 살수록 더욱 사랑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하하하….’

어느 날입니다. 저만치 이 가정 식구들이 옵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아내는 휠체어에 앉아 있고, 아이는 엄마 무릎에 앉아 있고, 두 사람이 탄 휠체어는 아빠가 밀어주고...
‘집사님, 휠체어에 아이까지 타서 밀기 힘들지 않아요?’
‘글쎄, 애가 안 내리네요….’
마냥 웃어대는 아빠, 엄마, 아이를 보며, 괜스레 가슴이 벅찼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엄마이니까….’
이 말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두 아이들이 자기 엄마를 대하는 자연스러움이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도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장애인들을 대하며, 감동만을 찾으려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아톤의 실제 인물 배형진 군.
장애인 수영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배영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내며 금메달을 목에 건 김진호 군.
두 사람 모두 정말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박수를 아무리 쳐주어도 부족하리만큼 이 두 사람은 사회에 큰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형진 군이나 김진호 군 같은 특별한 감동만 찾아 아름답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거리는 못 되어도 제가 소개한 우리 아이들의 자연스러움도 아름답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감동일 수도 있구요.

장애인들을 우리 이웃에 사는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여겨주십시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창 밖에는 가을비가 내립니다. 어둠을 배경으로 내리는 비가 제법 낭만적입니다. 혹 이런 날 누군가 장애를 가져 우산을 쓰지 못하고 걷는 분이 있다면 여러분이 다가 가셔서 우산을 씌워주십시오. 자연스럽게….

우산을 씌워주는 당신이 바로 감동의 주인공이십니다.





[Copyright ⓒ 건강과 생명(www.healthlif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컨텐츠 사용 문의 및 저작권 문의

Untitled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