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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호

의미없는 치료의 중단과 대안
  글·문도호 (샘안양병원 내과 . 두레교회 )

의사들이 말기암 환자에 대하여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사용과 같은 의미 없는 치료의 중단을 소극적 안락사를 시도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회인식과 의료법 체계가 존재하고 있는 반면, 말기암 환자의 경우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은 사망 4개월 전부터 상승하여 사망 2개월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사망 1개월 전에 가장 많은 진료비를 사용하므로 이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건강보험공단은 과잉진료로 간주하여 삭감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 의사, 환자, 가족, 보호자 모두가 치료 중단의 결정에 윤리적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7년 보라매 사건과 2005년 시아보 사건으로 의미없는 치료 중단, 안락사 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쟁이 되어왔다. 한편 2003년부터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하여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며 향후 제도화, 입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되나 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는 의미 없는 치료를 중단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법적체계의 문제로 우리나라는 혼동된 상태에 있다. 
 
치료중단은 ‘의미 없는 치료의 중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미 없다’는 말의 정의에 대하여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의사, 환자, 가족들의 가치관에 따라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가 없다. 많은 의학자들이 객관적은 기준설정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어느 방안도 완벽하지 못하다. 보편적으로 의료현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의는 환자가 치료를 통하여 더 이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는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의사가 ‘의미 없는’ 치료라고 판단했을 때는 반드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로 전이성 암 환자의 항암치료의 목표는 생명연장이다.

그러나 항암효과로 생명연장의 이득이 있을 수 있지만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항암치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과보다는 부작용의 누적과 항암제의 내성을 보여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높은 시점이 적극적인 항암치료가 더 이상 의미 없는 치료의 시점이 된다. 이러한 경우에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치료를 하였을 때의 이익보다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면 치료중단을 결정하여야 한다. 
 
2001년 4월 대한의사협회가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에 대한 윤리적 치침을 제시하였으나 사회적 동의는 얻지 못하고 ‘안락사 논쟁’을 불러일으킴으로서 마치 의사들이 안락사를 시도하려는 것처럼 받아들여 의료계와 사회의 커다란 인식의 차이를 보여 주었다. 의사협회가 발표한 윤리 지침 안에는 ‘의미 없는 치료의 중단’과 ‘소극적 안락사’의 개념이 혼돈되어 있어서 사회는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을 의사협회의 ‘소극적 안락사’ 강행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고 치료행위가 환자에게 더 고통을 주어 말기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죽도록 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편안하고 유익하여 자비를 베푸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를 대개 소극적 안락사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를 ‘소극적 안락사’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말기 질환으로 인하여 사망할 것이 분명한 환자에게 더 이상의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를 안락사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 말기 환자에게 의미 없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라고 하지 말고 ‘치료중단’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의미 없는 치료의 중단과 안락사의 차이는 첫째, 의도 면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환자 측면에서 이득과 손해를 고려해서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안락사는 치료를 계속할 경우,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죽음을 목적으로 치료행위를 중단하고자 결정하는 것이다. 둘째, 권리 측면에서 보면, 의미 없는 치료의 중단은 타인에 의해 자기 자신의 신체가 결정되는 것에 대한 소극적인 거부이나 안락사는 임종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것이다. 셋째,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에서 보면, 의미 없는 치료의 중단은 언제든지 치료중단 결정을 철회하고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안락사는 즉각적이고 비가역적으로서 시행과 동시에 죽음에 이른다. 넷째, 의미 없는 치료의 중단은 의사의 역할이 의미 있는 생존을 연장시키는 것이나 안락사에서 의사는 환자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의료기술이 점점 발달함에 따라서 의학적 결정은 기술중심적 결정보다는 점점 더 가치중심적 결정을 요구한다. 환자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되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병명을 알아야 하고 병의 진행상황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의학적 결정에 자신의 가치관을 적용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로 가장 합당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명치료 중단의 전제조건에 경제적인 문제가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환자나 가족이 의료비의 부담이나 장기적인 생계비 문제로 연명치료 중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순수하게 환자의 인권적인 측면과 윤리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해야 된다는 것이다.

의료비 부담이나 생계비의 문제는 국가나 사회의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투자와 제도 확립이 필수적으로 전제된다. 또한 환자는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명통고의 문화가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률적인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1976년 이미 자연사법이 제정되었으며 1997년 미국연방대법원은 의사조력자살을 금지 시켰으며 1999년 미국의사협회는 의사조력자살을 반대하였다. 1980년 로마 교황청은 존엄사를 인정하였고 1992년 일본의사회도 존엄사를 허용하였다. 2000년 대만은 자연사법을 통과시켰고 그 해에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을 공포하여 실시하고 있다. 복잡한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선진국에서는 법적장치를 마련하였고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복지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라매 사건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임종문제와 관련된 법제도와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복지 시스템의 구축 문제에 대하여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 더욱 의학이 발달하고 연명치료기술이 발달하므로 여러 선진국에서도 연명치료중단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이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의학적 판단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도덕, 가치관, 종교관 등 다양한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명치료중단과 같은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또한 환자와 가족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반영한 가치중심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정서적, 문화적 장벽으로 인하여 아직까지 불치병에 대한 환자 자신에게 병명 통고와 병의 진행 상태(병기)에 대한 쉽지 않은 상태이다. 보호자에 의하여 차단되지 않도록, 환자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informed shared decision)이 반영되도록 환자 스스로 치료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법으로서만 모든 문제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사회적, 문화적으로 성숙되어서 통보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환자에게 질병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자율성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하며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환자 자신이 의사결정을 명시하기 위한 사전의사결정서를 작성하는 사회로 성숙해야 된다. 
 
그리고 생명유지 장치가 의미 없다는 가치관을 가진 말기 환자에게 의료 집착적 행위를 중단할지라도 우리사회는 살인방조나 소극적 안락사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환자 자신의 자발적 의사결정에 의한 것임을 대전제로 한 것이다.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은 미국과 일본, 교황청, 그리고 대만과 같은 선진국은 이미 합법화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을 ‘소극적 안락사’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어 법적인 제도가 없기 때문에 법적제재를 피하기 위한 의료 집착적 행위를 지금도 하고 있다. 따라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임종과 관련한 의료제도의 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라매 병원의 경우와 같이 회생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의료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제도의 문제로 접근해야 될 것이다. 회생가능성과 연명가능성 모두 희박한 환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되는 환자들이다. 회생가능성과 연명가능성이 중간인 환자들에 대해서는 연명치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
 
2003년부터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하여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2년간 추진했으나 아직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선진국은 널리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말기암 환자의 윤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며 제도적지원이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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