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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호

Already Ready
  글·김종철 (충남의대/충남대학교병원 진단방사선과 주임교수/과장, 영상 의학회 회장, 신실회(신앙을 실천하는 모임) 대표, 가족 치유 상담 센터 강사 및 지도위원이며, 늘사랑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의학 전문 서적 외에 <성스러운 성에 성공하자> <팔푼이 행진곡>)
2001년의 입춘(立春)은 2월 4일이고 우수(雨水)는 2월 18일이다. 굳이 24절기를 따지지 않더라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최초의 IMF 이후에도 계속되는 구조 조정으로 인해 우리 모두 마음과 몸이 꽁꽁 얼어붙은 채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파 속에 한껏 움츠러들었던 몸을 활짝 펴서 눈물이 나도록 큰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따사로운 봄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난과 고달픈 삶의 엄청난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입춘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남다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기다리든 아니든 간에 또 의식하든 않든 간에 때가 되면 봄이 찾아와 자기 몫을 충분히 감당하다가 또 때가 되면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한반도에서 어김없이 진행되는 사계절의 변화야말로, 창세 전부터 “이미 준비하신(already ready)” 하나님의 계획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조차 엄청난 감동을 주고 있지 않은가?
 
처음(알파)이요 나중(오메가)이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시간”이야 말로 컴퓨터 시대의 인간 두뇌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신비임에 틀림없을 게다. 바야흐로 입춘을 통해 봄이 오는 길목에 선 지금이야말로, 이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치 앞을 알지 못하고 사는 인생들이 가지는 시간에 대한 태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봄직한 때가 아니겠는가?

인류는 유사 이래로 시간보다는 주로 공간의 정복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유가 아니라 존재, 보유가 아니라 공여, 통제가 아니라 공유, 지배가 아니라 조화가 목표인 시간의 영역이 있다” 라는 랍비 아브라함 헤쉘(Abraham Heschel)의 말이 공허할 정도로 말이다.

크리스천들조차 여호와의 ‘날’보다 여호와의 ‘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가시적인 예배당을 짓느라 일생을 바칠 때가 많지 않은가? “우리는 일주일의 엿새를 공간 안에서 사물의 횡포를 받으며 살지만, 안식일에는 시간의 거룩함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쓴다. 이 날은 우리가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을 나누며, 창조의 결과에서 창조의 신비로, 창조의 세계에서 세계의 창조로 돌아서는 날이다” 라는 헤쉘의 말의 의미를 제대로 체감(體感)하지 못한 채 말이다.

병원에 근무하다보니, 안식일을 ‘시간의 구속(救贖)’으로 보기보다는 ‘시간의 낭비’로 생각하여, 뼈 빠지게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과로로 병원에 실려오는 크리스천들이 적지 않음에 놀라곤 한다. ‘사역’에 매인 나머지 사역의 목적이요 주체이어야 할 하나님을 잃어버린 채 말이다.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도 그 사역의 시간에 정작 하나님과 ‘함께’ 하지 못하고, ‘하나님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그 시간에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역자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한 ‘사역자’들 중에는 유급 전문 사역자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인 우리들 자신도 분명히 포함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기독교 사역이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에 녹아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자 헌신하는 아마추어의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법을 더 잘 아는’ 유급 전문 직업인에게 자신이 해야 할 사역까지도 몽땅 맡겨 버리는 우(愚)를 수시로 범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더 이상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고 목청을 돋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연 파괴에 의한 기상 이변이나 천재 지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가 자연계에 계속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하나님께서 대용량 컴퓨터에 모든 것을 미리 입력해놓고 기계적으로 운용되도록 방치해두시는 분이실 리가 없다.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신(already ready)”대로 실현하시되 지혜롭고 세밀하게 조정하셔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감찰하시는 하나님이심을 깨닫는 봄맞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악한 자까지도 더 악한 자를 징계하는 도구로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깨달아, 더 이상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왜 저렇게 악한 자가 득세하도록 내버려두시는가?” 라는 우문(愚問)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호와를 믿는 자의 죄, 실수, 실패의 결과까지도 회개를 통한 구속의 은혜를 통해 결국은 승리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맞이하도록, 우리 모두 어깨를 펴서 봄이 오는 언덕에 나서지 않으련가? 하나님을 의뢰하는 자에게 가장 적절할 것으로 미리 준비해 주시는 여호와 하나님 즉 ‘여호와 이레’를 ‘already ready’의 하나님으로 이해한다면, 너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해석이기만 할까?

입춘의 길목에서 “Are you ready?”라고 물으시는 하나님께 “Yes, I’m already ready.”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 있다면,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며 우리 또한 얼마나 자신 만만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주님께서 일을 맡기시고자 하거나 우리를 천국에 부르시고자 할 때 “주여, 준비를 끝낸 제가 하겠나이다. 준비 완료된 제가 가겠나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자신을 준비하는 입춘의 새 달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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