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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5월호

가정의 달에 찾는 한줌의 여유
  글·이왕재 (서울대학교 교무부처장 및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학교병원교회 )
참으로 묘하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4월과 5월로 이어지는 세상은 죽은 세상을 살아 있는 세상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겠지요. 빈들에 마른 풀 같았던 우리들 마음조차도 따라서 파랗게 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세상 지으심은 그저 아름답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잠시 여유를 내어 주위를 돌아보십시오. 분명 한두 달 전에만 해도 텅 비어 있던 공간들이 언제 저렇게 꽉 찼나 싶게 여러분 주위가 꽉 차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다른 색이 아닌 삶의 색깔인 파란 색으로 말입니다. 생기가 동한다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바로 5월의 자랑이며 특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5월이 오면 이 나라의 꿈이요 늘 생기가 넘치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티없이 맑은 어린이들이 파란들에서 뛰어 노는 모습은 5월을 가장 기독교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나님이 이 땅을 지으신 작품 중에서도 가장 잘 조화되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 어느 목사님과의 대화 가운데서 나누었던 ‘가득참’과 관련된 이야기가 이 5월에 문득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가득 채우기를 좋아합니다. 바로 ‘욕심’을 상징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가득 차면 움직일 수가 없다는 전혀 엉뚱한 발상을 통해서 내게 싱싱한 자극을 주었던 이야기입니다.

참 그렇군요. 가득 채우면 우리의 욕심은 채워질지 모르나 그 안에서의 움직임은 둔화될 수밖에 없겠네요. 무엇이든 가득 채워 보려고 옆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삶을 잠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 되었든 물질적인 것이 되었든 그저 정신없이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날들을 돌아봅니다.

원래 무언가가 많아지면 풍요로움이 주는 기쁨과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갈수록 그 반대현상을 체험하게 되었던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풍성해지면 그 자체로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짐으로 능력이 있어도 발휘할 공간이 적어진다는 그 목사님의 의미 있는 지적이 새삼 지난 날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의문에 대한 답이 됨에 문득 놀라게 되었습니다.

우리 앞에 전개된 새 세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를 바쁘게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 가정에 남아 있던 적은 공백마저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아이와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곤 했던 아주 적은 여유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위에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보십시오. 분명 푸르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지만 둔함이나 부족함이 없음을 보실 것입니다. 오히려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질서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완벽한 질서 가운데 살면서 소리 없이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우리의 무분별한 채움은 풍성함이 주는 여유나 평화로움보다도 오히려 부자유함과 혼돈만을 준다는 사실을….

생명의 계절 5월에 많은 엄마와 아빠들에게 감히 작은 부탁을 드립니다. 나를 채우기 위해 전력 질주해 온 삶 중에서 이제는 아주 지극히 적은 부분을 가정으로 되돌리시라는 권면을 드립니다.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가정에 이제는 숨쉴 공간이 생기고 마치 죽은 듯이 보였던 싹들이 5월을 맞으며 살아나듯이 우리의 가정에 조용한 숨소리와 함께 돌아온 생명이 값진 선물로 우리의 삶을 의미 있고 풍요롭게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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