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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호

그때 들을 걸
  글·김은재 (1990년대 새 벗과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동화 당선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였으며, 장편동화 ‘들꽃아이’, 그림책 ‘노란 모자’ ‘하얀 눈 이불’ ‘냠냠 치카치카’ ‘할머니 손은 딱딱해’ 등이 있고, 전도용 소책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여’가 있습니다)
“보십시오, 나으리. 이집트에서 제일 가느다란 마로 짠 옷감이라 아주 부드럽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헤헤헤.”
상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띄고 말했습니다.
“그래, 값이 얼마요?”
“저울에 달아서 같은 무게의 금이면 됩니다.”
“아니, 이 옷값이 금값이란 말이오?”
“아이쿠, 나으리. 워낙 고운 베로 짜서 잠자리 날개같이 가볍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으리 같은 부자라면 이 정도 속옷은 입으셔야죠. 헤헤헤. 이집트의 왕실과 큰 부자들은 다 이 옷을 입는답니다.”
“그래요? 어디 봅시다.”
부자는 상인의 손에서 옷을 받아들고 만져보았습니다.
“음, 부드럽군.”
“그렇구말구요. 한 번 입어보시면 다시는 다른 옷은 입고 싶지 않으실 겁니다요, 헤헤헤.”
부자는 상인에게 옷 무게만큼의 금을 주고 속옷을 샀습니다.
“이제야 겉옷에 맞는 속옷을 입게 됐군.”
부자는 값비싼 속옷 위에 자줏빛 겉옷을 걸치며 흐뭇해하였습니다.
“주인님, 잔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하인이 와서 말했습니다.
부자는 연회장으로 갔습니다. 부자가 들어가자 손님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상에는 기름진 음식들이 그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어서들 오시오. 맘껏 마시고 즐기십시다.”
부자와 손님들은 술과 고기를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가수들과 무희들이 손님들의 흥을 돋구어 주었습니다.
“주인께선 아주 좋은 옷을 입으셨군요.”
한 사람이 부자의 옷을 칭찬했습니다.
“뭘요. 그리 비싼 옷도 아니라오.”
부자가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오? 자줏빛 옷은 무척 비싸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자줏빛 물감은 물고동 속에서 아주 조금씩 나오는 귀한 염료라 옷 한 벌을 물들이려면 엄청난 값이 들지요.”
“왕실에서나 입을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감히 입을 엄두도 못 내는 옷이지요.”
“그러게나 말이오. 주인장은 복도 많지요.”
“맞아요, 맞아. 부자에다 맘도 좋아 이렇게 날마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니 싫어할 사람이 없지요.”
사람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자의 옷을 칭찬했습니다.
“아 참, 들어오다 보니까 대문 옆에 거지가 누워있던데, 제가 하인보고 좇아버리라고 했더니 하인이 그러는 겁니다.”
“뭐라고요?”
“우리 주인님이 그냥 놔두라 했대요.”
“주인장은 정말 맘도 좋으시군요. 나 같으면 당장에 때려서 쫓아버렸을 텐데요.”
“나도 그랬을 텐데… 주인장, 왜 거지를 좇아버리지 않습니까?”
모두 부자를 바라보았습니다.
“불쌍하지 않소?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이라도 얻어먹으라고요.”
“역시… 복 받으시겠어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거지 나사로는 부자의 커다란 대문 밖, 한 옆에 누워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먹지 못하고 게다가 병까지 들어서 쓰러진 것입니다. 굳게 닫힌 대문 너머로 즐거운 노랫소리와 악기 소리, 그리고 왁자한 웃음소리가 꿈결처럼 멀리 들려왔습니다.
늙은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신음소리를 내며 앓고 있는 나사로의 헌데를 핥았습니다.
“으으음… 얘야, 너도 나처럼 배가 고프냐?”
나사로는 눈을 뜨고 물었습니다.
개가 꼬리를 좌우로 몇 번 흔들었습니다.
“꼬리가 기운이 없는 걸 보니 너도 배가 고프구나.”
나사로의 헌데에서는 진물이 솟아났습니다. 나사로는 개가 헌데를 핥도록 내버려두고 말했습니다.
“내 이름은 나사로야. 나사로는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뜻이란다. 하나님이 나를 도우실 거야.”
나사로는 숨이 넘어갈 듯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하며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너도 도와주셨으면 좋겠구나.”
그 날 밤 나사로는 죽었습니다.
나사로는 죽자마자 하늘에서 온 천사들에게 이끌려 하늘나라로 가서 아브라함과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에이, 재수 없어.”
부자의 하인들은 나사로의 시체를 내다버렸습니다.

어느 날 부자도 죽었습니다.
사람들이 부자의 시체를 값비싼 관에 담아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부자는 지옥에서 온 마귀들에게 이끌려 지옥에 갔습니다. 부자가 눈을 떴을 때 그 앞에는 삼킬 듯이 이글거리는 무서운 불이 있었습니다.
“아이고 뜨거워라.”
부자는 몸에 불이 붙어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물, 물, 물 좀… ”
부자는 목이 마르고 뜨거워서 쩔쩔 매었습니다. 그러나 지옥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었습니다.
“아이고 나 죽겠네.”
부자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넌 죽을 수 없다. 크크크… 넌 영원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
마귀가 말했습니다.
“앗 뜨거워, 아아 뜨거워 죽겠다.”
지옥에 가득 찬 사람들이 불 속에서 고통을 받으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팔딱팔딱 뛰며 괴로워하는 부자의 눈에 멀리 나사로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있었습니다. 부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우리 집 대문 앞에 있던 거지 나사로가 아닌가? 나사로가 어떻게 우리 조상 아브라함의 품에 있을까?”
나사로는 아주 편안해 보였습니다. 헌데도 없어지고 깨끗한 옷을 입고, 아름답고 찬란한 천국에서 행복해 보였습니다.
부자는 목이 말라 헐떡이며 아브라함을 소리쳐 불렀습니다.
“아브라함님, 아브라함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아브라함이 부자를 보았습니다.
“아브라함님, 나사로를 여기로 보내어 그 손가락에 물을 찍어 내 혀라도 시원하게 해 주세요. 나는 뜨거운 불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자의 귀에 아브라함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얘, 네가 세상에 살던 때를 생각해 보아라. 너는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졌으나 나사로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는 여기서 위안을 받고 있고 너는 거기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란다. 그리고 우리와 너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가로 놓여 있어서 아무도 여기서 그리로 가지 못하고 거기에서 이리로 건너올 수도 없단다.”
그 말을 들은 부자는 자기 가슴을 쳤습니다.
“아이고, 그 때 그 말을 들었더라면 좋았을 걸, 이제는 다 틀렸구나.”
부자는 자기에게 찾아왔던 선지자가 생각났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재물을 많이 주신 것이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무슨 소리요? 이 돈은 내가 벌었으니 내 맘대로 쓰겠오.”
부자는 화를 내며 하인들을 시켜 선지자를 내어 좇아버렸습니다.
“큰일이다. 내 형제들도 나처럼 살고 있으니 이곳으로 올 게 뻔한데… 옳지, 아브라함님께 부탁하자.”
부자는 다시 아브라함을 불렀습니다.
“아브라함님, 그러면 제발 나사로를 내 아버지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나의 다섯 형제들에게 경고하여 그들이 죽을 때에는 이곳에 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아니다. 성경이 그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그들이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성경을 읽고 믿을 것이다.”
“아닙니다. 그들은 성경을 읽으려고 하지 않아요. 나사로를 그들이 알고 있으니까, 죽었던 나사로를 보내면 그들이 자기들의 죄에서 돌아설 겁니다.”
“만일 그들이 성경에 기록된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죽었던 사람이 살아서 돌아간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아브라함님,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나 하늘나라는 다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님! 아브라함님!”
부자는 펄떡펄떡 뛰며 애타게 소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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